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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현대캐피탈, 대척점에 서다 [남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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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현대캐피탈, 대척점에 서다 [남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1.16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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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남자부 수원 한국전력과 천안 현대캐피탈 행보가 대조적이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한국전력은 즉시 전력감 영입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반면 현대캐피탈은 멀리 내다보고 리빌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양 팀 간 3대3 트레이드는 그 지향점을 분명히 알게 해준다. 한국전력은 세터 김명관(23), 레프트 이승준(20) 그리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현대캐피탈로부터 미들 블로커(센터) 신영석, 세터 황동일(이상 34) 그리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중인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지한(21)을 데려왔다.

특히 현대캐피탈과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국내 톱 센터 신영석이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낳았다.

신영석(오른쪽)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포효했다. [사진=KOVO 제공]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트레이드 및 지명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구단 컬러를 바꿔 나가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대캐피탈은) 2019~2020시즌 1라운드 1순위 김명관과 성장 속도가 빠른 이승준 등 유망한 선수 영입과 한국전력의 21년 1라운드 지명권(획득)을 통해 팀을 리빌딩하고, 한국전력은 경험 많은 선수 보강으로 팀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등 양 구단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1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키 195㎝ 장신 세터 김명관은 올 시즌 한국전력 주전으로 나섰지만 큰 키를 활용한 블로킹 장점에 비해 경기운영 면에서 경험 부족 약점을 드러냈다. 외국인 레프트 카일 러셀 경기력에 기복이 있고,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박철우가 풀 시즌을 완벽하게 소화할 체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한국전력은 이미 지난 10일에도 대전 삼성화재에서 세터 김광국(33)과 이적료를 받고 센터 안우재(26), 레프트 김인혁(25), 세터 정승현(21)을 보내는 트레이드로 팀을 완전히 바꿨다.

이 두 차례 빅딜을 통해 지난 시즌과 비교해 베스트7 대다수가 바뀌게 됐다. 15일 인천 대한항공전에선 신영석이 곧장 선발로 들어왔고, 김광국도 2경기 연속 스타팅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34세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톱 센터인 신영석은 한국전력 데뷔전에서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2개 포함 8점을 올리며 한국전력이 7연패 사슬을 끊고 시즌 첫 승을 달성하는 데 앞장섰다. 서브 득점을 작렬한 뒤에는 유니폼에 적힌 ‘한국전력’ 글씨와 자신의 등번호 1을 가리키며 자신이 한국전력에 왔음을 알렸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3대3 트레이드.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한국전력은 줄곧 약점으로 지적됐던 높이를 보완했다. 신영석(200㎝) 가세로 기존 러셀(205㎝), 박철우(199㎝), 조근호(198㎝)까지 리그 최고 높이의 블로킹 벽을 구축하게 됐다.

각각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서 왕조를 구축한 대표팀 간판 박철우와 신영석, 산전수전 다 겪은 김광국과 은퇴 6년 만에 돌아온 안요한까지 스쿼드 전반에 경험이 더해졌다. 내년 6월 토종 거포 서재덕이 전역한 뒤 보여줄 시너지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아끼던 선수들과 헤어지게 돼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우리 팀 약점에 힘이 돼줄 좋은 선수들을 얻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앞으로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30대 노장’을 내주고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기조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팀 재창단에 맞먹는 강도 높은 리빌딩을 통해 팀에 변화를 꾀하려 한다”며 이번 트레이드 배경을 전했다. 2018~2019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뒤 현재 연봉 6억 원을 받고 있는 신영석을 내보내는 일은 샐러리캡(팀 총 연봉 상한) 운용 측면에서도 숨통을 트이게 한다. 

최태웅(왼쪽) 현대캐피탈 감독으로서는 송준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사진=KOVO 제공]
최태웅(왼쪽) 현대캐피탈 감독은 전광인이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사진=KOVO 제공]

최태웅 감독 부임 6년차 현대캐피탈은 시즌 개막 전 삼성화재에서 4년차 김형진을 받고, 7년차 이승원을 내주는 세터 간 1대1 트레이드도 진행했다. 김형진은 최 감독 기대에 부응하며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이어 군 복무중인 센터 김재휘와 의정부 KB손해보험의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양도를 통한 1대1 트레이드를 실시하기도 했다. 김재휘 역시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된 자원이지만 미래를 위해 내주는 선택을 단행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선 1라운드 1순위로 수비형 레프트 김선호를 선발했다.

또 곧 토종 라이트 허수봉이 전역해 팀에 합류한다. 현재 레프트 이시우, 송준호, 센터 박준혁 등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현재 주전으로 뛰고 있는 박주형은 물론 문성민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날개 공격진에서 중심을 잡아줄 거란 기대가 깔렸다. 전광인이 전역하는 시점에 맞춰 길게 보고 다음을 위한 전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첫 4경기에서 3승을 거둔 뒤 최근 4연패에 빠졌지만 팀의 미래가 될 재능들을 적극 활용해 빠르게 전력을 추스른 뒤 봄 배구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심산이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대조적 행보, 그 끝에 어느 팀이 웃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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