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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시리즈' NC VS 두산, 신구 포수왕국 향방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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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시리즈' NC VS 두산, 신구 포수왕국 향방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17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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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10승 3패 우위. 그럼에도 두산 베어스는 떨고 있다. NC 다이노스엔 두산 사정을 하나 하나 다 파악하고 있는 ‘곰 같은 여우’ 포수 양의지(33)가 있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6시 30분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작할 2020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여기서도 온 시선은 양의지에게 쏠렸다. ‘양의지 시리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가 16일 2020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2001년에 이어 2015년 14년 만에 4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 중심엔 단연 양의지가 있었다.

2006년 포수왕국 두산에 입단해 홍성흔 등에 밀려 일찌감치 경찰청에 입대한 양의지는 전역 후 빠르게 성장했다. 2010년 주전 마스크를 쓰고 20홈런을 날렸고 이후 두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푸근한 인상에 베어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외모를 지닌 선수였지만 머리는 누구보다 빨리 돌았다. ‘곰 같은 여우’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누구보다 영리하게 리드를 했고 투수들은 승리 후 항상 그의 이름을 이야기했다.

타격 재능도 발군이다. 통산 타율이 0.307에 달하는 그는 2018년 타율 0.358로 이 부문 2위에 오르더니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4년 125억 원에 NC와 초대형 계약을 맺은 뒤엔 역대 2번째로 포수 타격왕에 올랐다.

두산 최주환은 “정규시즌에서 양의지의 투수 리드 탓에 패한 경기도 있었다고 본다”며 “워낙 좋은 포수이기 때문에 (공 배합을) 너무 많이 생각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경계심을 표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왼쪽)은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좋은 포수이기 때문에 우리 타자들이 잘 극복해야 할 것" 이라고 경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좋은 포수이기 때문에 우리 타자들이 잘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동욱 감독이 꼽은 시리즈 키플레이어도 양의지였다.

그렇다고해서 두산이 포수 싸움에서 크게 밀린다고만 볼 수는 없다. 두산이 지난해 FA 양의지 사수에 모든 걸 쏟아붓지 않은 이유도 박세혁(30)이라는 믿을만한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세혁이 100경기 이상 포수 마스크를 쓴 건 지난해에 처음이었다. 양의지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

양의지가 떠나고 두산의 우승은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박세혁은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워냈다. 타격(0.279)에서의 공백은 컸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 메워줬고 영리하게 투수를 리드하며 경험을 쌓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박세혁에게 수시로 조언을 하며 “아직은 부족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승 포수’ 타이틀을 가져간 그는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를 거치며 경험치를 더 쌓았다. ‘난공불락’ 크리스 플렉센의 호투도, 두산이 살얼음판 리드에서 연이어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데에도 박세혁의 영리한 리드와 도루 저지 등이 있었다.

박세혁은 "KT도 기동력이 좋은 팀이었지만 잘 막아내며 자신감을 얻었다. NC의 도루도 잘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세혁은 “KT도 기동력이 좋은 팀이었지만 잘 막아내며 자신감을 얻었다. NC의 도루도 잘 막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양의지도 박세혁의 성장 속도와 잠재력에 대해 감탄을 표했다. 박세혁은 “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지난해도 양의지 선배로부터 배운 걸 토대로 치렀다. 좋은 평가는 내 기를 살려주려고 하는 말 같다”며 “배운 게 많은 선배다. 좋은 승부를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발은 더 빠르다고 어필하며 경쟁의식도 나타냈다.

양의지는 “(이번 KS는) ‘양의지 시리즈’라는 말이 있는데 NC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가 합심한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꼭 이기겠다”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의 평가처럼 준PO와 PO는 두산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NC는 다르다. 압도적인 차이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두산에 상대전적도 9승 7패로 앞선다. 변수라면 경험. 게다가 준PO와 PO 이후 사흘씩 쉬며 체력적으로도 충전이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동욱 NC 감독은 7차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6차전에서 승부가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열한 승부의 끝엔 양 팀 포수가 서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가 유독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 ‘포수 시리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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