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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반복될까, '미라클 두산' 앞 NC 긴장하는 이유 [WHY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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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반복될까, '미라클 두산' 앞 NC 긴장하는 이유 [WHY Q]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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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NC 다이노스가 두산 베어스를 잡고 감격의 한국시리즈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결코 마음 놓을 수 없다. 역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고 두산은 그 말을 경험으로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NC는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을 5-3으로 꺾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확률은 75%(27/36). 사실상 8부 능선 가까이 다가선 셈. 하지만 상대가 두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두산 베어스가 17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NC 다이노스에 3-5로 졌다. 이번에도 미라클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사진=스포츠Q DB]

 

야구만큼 통계가 잘 적용되는 스포츠가 또 없다지만 이러한 숫자를 거부하는 게 바로 두산이다. ‘확률 브레이커’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건 총 9차례. 이 중 두산이 관여된 것만 7차례였다. 

1995년 OB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 1차전을 내주고도 2,3차전을 잡아내더니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결국 7차전에서 V2를 달성했다. 2001년과 2015년엔 삼성 라이온즈를 맞아 1차전 패배 후에도 각각 6차전, 5차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2001년과 2015년은 이번 시즌과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

프로 원년인 1982년에도 1차전은 무승부로 끝났지만 2차전에서 패한 뒤 내리 4연승, 정상에 올랐다. 이 경우까지 포함하면 두산은 6차례 우승 중 1차전에 승리했던 게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준PO 1차전 시구자로 나선 더스틴 니퍼트와 인사를 하고 있는 크리스 플렉센(오른쪽). 니퍼트의 뒤를 밟고 있는 플렉센이 한국시리즈에서도 그의 향수를 뿜어낼 수 있을까. [사진=스포츠Q DB]

 

NC로선 경험 넘치는 두산의 저력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두산이 늘 확률 싸움의 승자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2005년과 2018년엔 삼성과 SK를 만나 1차전에서 패한 뒤 결국 준우승에 머물렀던 기억도 있다. 2007년과 2008년엔 SK 와이번스에 각각 2승, 1승을 먼저 거두고도 우승 트로피를 내줬고 2013년에도 삼성에 2연승 하고도 7차전 끝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7년에도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한 뒤 KIA에 4연패를 당하며 아쉬운 마지막을 맞았다. 

그렇다면 현재 두산은 과거 어느 때와 가장 닮아 있을까. 3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2001년과 2015년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2001년 두산은 막강한 타선의 힘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된다.

2015년과는 놀라울 만큼 공통점이 많다. 당시 두산은 1차전에서 유희관이 6이닝 5실점하며 무너져 1차전을 내줬는데, 2차전에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7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8일 두산의 선발 투수는 ‘제 2의 니퍼트’라 불리는 크리스 플렉센.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력한 속구를 던지는 둘은 평행이론을 떠올릴 정도로 많이 닮아 있다. 시즌 중 부상으로 2개월 가량 이탈한 뒤 시즌 막판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는 점,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1선발로 활약하며 PO에서 MVP를 차지했다는 점까지 같다. 준PO 1차전에선 시구자로 나선 니퍼트와 선발투수 플렉센이 마운드 위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NC의 첫 우승을 위해선 2차전 선발 구창모(오른쪽)의 어깨가 무겁다. [사진=스포츠Q DB]

 

NC 입장에선 2005년 두산을 무찔렀던 삼성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다. 당시 삼성은 팀 하리킬라를 앞세워 두산 1선발 다니엘 리오스를 꺾고 1차전을 따내더니 배영수, 마틴 바르가스 등 투수진 우위를 앞세워 4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당시 두산엔 리오스를 비롯해 랜들, 박명환 등이 있었지만 삼성 마운드의 힘이 더 강했다.

NC는 드류 루친스키를 앞세워 1차전을 따냈고 2차전 구창모가 선발로 나선다. 2005년 삼성은 2차전 배영수의 6⅓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연장 승부 끝에 승리를 거두고 4연승을 달릴 수 있었는데, NC는 구창모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3,4차전을 가면 선발 투수의 힘은 NC쪽으로 더욱 기운다. 두산은 최원준, 유희관을 내세울 것으로 유력한데 마이크 라이트, 송명기가 버티는 NC의 무게감이 더욱 크다.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현되느냐의 차이다. 두산은 2015년을, NC는 2005년을 떠올리며 2차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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