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유찬(22)의 발, 두산 베어스의 무기다.
이유찬은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0 신한은행 쏠(SOL)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에 대주자로 출전, 1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4-1로 앞선 8회초였다. 선두타자 최주환이 안타로 나가자 김태형 감독은 이유찬을 호출했다. 이어 나온 김재환이 큼지막한 좌익수 플라이를 쳤다. 이유찬은 리터치 후 2루로 달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세이프. 프로야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1,2루 언더베이스였다.
번뜩이는 재치로 두산 팬들을 열광시켰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전승신화 멤버, 고영민 두산 코치를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공교롭게도 이유찬의 등번호가 고 코치가 현역 시절에 달았던 14번이다.
센스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자리한 이유찬은 결국 2사 후 터진 김재호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자신의 통산 첫 한국시리즈 득점이자 김재호를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만들어준 쐐기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이 마무리 이영하의 제구 난조 속에 9회말 3실점하는 바람에 이유찬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만일 이유찬의 진루가 없었다면 스코어 4-1에서 NC가 보다 더 두산을 압박할 수 있었다.
앞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유찬을 투입했을 때는 무조건 승부”라고 말했다.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였다. “중요할 때, 승부처일 때 대주자 1순위는 이유찬”이라고 못을 박았다. “투수의 퀵모션이 1.25초를 넘으면 이유찬을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전날 플레이오프 1차전, 이유찬은 2-2로 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등장했고 오재원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KT 마무리 김재윤이 피치아웃을 했는데도 살았다. 희생번트 때 3루를 밟은 그는 김인태의 우전 안타 때 득점했다. 결승점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일 LG(엘지)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이유찬은 8-7이던 9회초 무사 1루에 대주자로 나서 한 몫 했다. 허경민의 희생번트 때 LG 마무리 고우석이 1루로 악송구한 틈을 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상대 포수 이성우가 미처 예상하지 못해 태그도 못한 플레이였다.
가을야구는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이 등판해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다득점 승부가 드물다. 때문에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한 점의 중요성이 커진다.
2010년대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강명구 현 삼성 코치를 대주자 요원으로 중용해 재미를 봤다. 고영민‧강명구 등 ‘주루 고수’ 선배들의 향기를 내뿜는 이유찬의 존재는 두산에 자신감을, NC에 부담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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