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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페-오재일도 부활, '슈퍼송구' 박건우도 살아날까 [두산 NC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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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페-오재일도 부활, '슈퍼송구' 박건우도 살아날까 [두산 NC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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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가을야구에선 ‘미치는 선수’가 나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시즌 활약과는 별개로 어떤 선수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뜨거운 타격감을 펼치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반대로 중심타자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경우엔 쉽게 승리를 챙길 수 없다. 두산 베어스가 그랬다.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 허경민과 박세혁이 맹활약했지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와 오재일(34), 박건우(30) 등의 부진 속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목표를 위해선 이들의 반등이 절실했다.

1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득점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왼쪽)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는 박건우.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77(13타수 1안타)에 그쳤다. 준플레이오프(준PO)에선 타율 0.333(6타수 2안타)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PO에서부터 17타수 2안타(타율 0.118)로 부진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을 올리며 MVP를 차지한 오재일도 올 가을야구에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준PO에서 0.222(9타수 2안타), PO에선 15타수 1안타(0.067)에 머물렀다. 김태형 감독도 “오재일이 공을 맞히질 못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둘 모두 1차전에서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첫 타석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이후 결정적 기회에서 2차례 병살타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오재일도 삼진 3개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18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페르난데스는 7번, 오재일은 8번에 배치됐다. 전날 3번과 6번 타자로 나섰던 둘이다.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오재일이 너무 안 맞는다. 오재일을 빼는 것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그러나 이내 “오재원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인태 지명타자에페르난데스가 1루면 1,2루 수비가 약해진다. 결국 오재일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MVP를 수상한 김재호도 오재일에게 조언을 건넸다. “일단 재일이에게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당연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였으니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주장이기도 하고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야구에만 빠지지 말고 팀 전체를 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부진하던 주장 오재일도 멀티히트를 만들어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핵심타자 두 명의 부진 속 1차전을 내준 두산.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75%에 달했다. 2차전까지 패하면 뒤집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결국 믿음에 보답했다. 페르난데스는 2회초 무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며 밥상을 차렸다. 이후 박건우의 내야안타와 상대 실책, 허경민의 내야 땅볼 때 두산은 1점씩을 뽑아 2-0으로 앞서 갔다. 팀이 4-1로 앞서가던 9회초에도 바뀐 투수 문경찬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두산이 9회말 3점을 내준 것을 생각하면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오재일도 희망을 쏘아 올렸다. 첫 타석엔 득점권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회초 구창모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신고하더니 7회에도 다시 한 번 슬라이더를 공략해 구창모를 강판시키는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이젠 박건우가 바통을 이어 받을 차례다. 박건우는 통산 타율 0.326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우타자다. 그러나 가을엔 웃지 못했다. 팀의 5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차례 우승을 함께 했지만 포스트시즌 성적은 타율 0.193에 불과했고 한국시리즈에선 0.176으로 더 부진했다.

1차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태형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박)건우도 타격감이 좋지 않다. 건우가 좋을 경우 1번이나 3번으로 넣으면 이상적”이라면서도 “우선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 위주로 타순을 짰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이날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2회초 내야안타를 때린 뒤 전력질주하고 있는 박건우.

 

2회초 행운의 내야 안타로 출루하기는 했지만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4회엔 병살타로 물러났고 7회엔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로 보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수비에서 팀을 구해냈다. 3-1로 앞서가던 4회말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이 갑자기 흔들렸다. 양의지에게 우전안타,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노진혁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가 됐다. 권희동에겐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루상이 꽉 찼다.

타석엔 전날 스리런포를 날리고 MVP가 된 애런 알테어가 들어섰다. 긴장되는 상황. 알테어의 타구는 우익수 박건우에게 향했다. 태그업을 준비하던 양의지는 타구를 확인한 뒤 홈으로 쇄도했다. 그러나 박건우 어깨의 승리였다. 강력한 송구는 원바운드로 포수 박세혁의 미트에 정확히 전달됐고 양의지는 홈에서 태그 아웃됐다.

경기 후 김재호는 “(양)의지의 발이 느려 안 뛸 줄 알았다”면서 “의지가 건우가 공격이 안 돼 수비도 못할 줄 알았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양의지는 2018년까지 두산에서 이들과 한솥밥을 먹었다. 박건우의 강한 어깨를 모를 리 없었음에도 거리가 가깝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웃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기 뒤엔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고 호수비 뒤엔 좋은 타격이 이어지는 게 야구다. 비록 1,2차전 반등하지 못했지만 훌륭한 송구로 팀의 승리를 지켜냈고 부진했던 중심타자들이 활약해주며 부담도 덜어냈다. 이젠 박건우가 타석에서도 제 역할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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