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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송명기, 13년 전 김광현같았다 [2020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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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송명기, 13년 전 김광현같았다 [2020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21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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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평균자책점(ERA) 1점대 투수도, 외국인 투수도 팀 패배를 막진 못했다. 위기의 순간 마운드에 선 투수는 프로 2년차 만 20세 투수 송명기. NC 다이노스 창단 첫 우승 희망을 다시금 살려냈다.

송명기는 21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2구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개인 가을야구 첫 승을 따냈다. 송명기의 호투 속 NC는 3-0 완승, 2승 2패로 시리즈 흐름을 원점으로 돌려놨다.

NC 다이노스 송명기가 21일 두산 베어스와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승을 따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날 선발 투수 예고에 ‘송명기가 누구야’라는 의문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법하다. 장충고 졸업 후 2019년 NC에 지명을 받아 입단한 송명기는 지난해 대부분을 퓨처스리그에서 적응의 시간을 보냈다.

야구 팬들에게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건 올 시즌 후반기부터였다. 8월 말부터 선발로 기회를 얻기 시작한 송명기는 빠르게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특히 시즌 막판엔 선발 6연승을 달리며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다. 시즌 성적은 9승 3패 ERA 3.70.

그럼에도 여전히 송명기가 낯선 야구 팬들이 많았다. 가을야구 중요한 길목에서 선봉에 선 송명기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투수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NC 회심의 카드는 100% 이상 기대에 부응했다. 1회부터 허경민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정수빈을 2루수 땅볼, 최주환에게 강력한 속구로 헛스윙 삼진, 삼자범퇴로 가을야구 첫 이닝을 열었다.

2회 김재호에게 안타를 맞기도 했지만 오재일에게 빠른공을 뿌려 삼진을 빼앗아냈다. 3회 다소 투구수가 많아졌다. 조수행에겐 7구 끝 볼넷을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앳된 얼굴과 달리 공을 뿌릴 땐 베테랑 못지 않았다. 허경민을 유격수 땅볼, 정수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송명기는 82구만 던지며 두산 타선을 손쉽게 제압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4회를 위기 없이 마친 송명기는 5회 첫 타자 김재호에게 2루타를 맞았다. 오재일을 유격수 팝플라이, 박세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잘 잡아냈는데 조수행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날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타석엔 노련한 허경민. 그러나 송명기의 기세가 더 거셌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다녀간 뒤 송명기는 연속 2구를 모두 포크볼로 던지며 허경민에게 땅볼을 유도,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82구만 던지고 물러난 송명기는 82구 중 51구를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지며 공격적으로 맞섰다. 150㎞ 가까운 빠른공과 예리한 포크볼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을 공략했고 KBO 역대 최초 2000년 이후 출생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됐다.

NC엔 더 없이 중요한 경기였다. 첫 경기를 이기고도 2연패를 당했다. ‘AGAIN 2015’를 외치는 두산에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두산은 2015년 첫 경기를 지고도 4연승하며 정상에 올랐다. 2016년도 오버랩됐다. 당시 NC는 두산에 힘없이 4연패하며 무너졌다.

반전이 필요한 순간 송명기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졌다. 이동욱 감독은 경기 전 “시즌 때 했던 만큼만 던져준다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타순이 2바퀴 돌 정도까지 던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가을야구인 만큼 너무 많은 기대를 걸 순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경기 후 이동욱 감독은 “송명기가 20세 어린 선수가 아니라 베테랑급 투구를 해줬다”며 “명기가 항상 팀의 연패를 끊어줬다고 얘기했는데 한국시리즈에서도 연패를 끊는 역할을 했다. 5이닝 동안 완벽하게 던져줬고 더 이상 좋은 피칭이 없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더 던지고 싶었다" 송명기는 남은 경기에서 불펜에 대기하며 NC의 첫 우승을 위해 힘을 보탠다. [사진=연합뉴스]

 

배터리로 함께 호흡을 맞춘 양의지는 “명기가 시즌 때도 잘 던지면서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오늘도 어린 선수답게 베스트로 강한 볼을 많이 던지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해준 게 우리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후배의 성장에 뿌듯해했다.

잘 던지던 베테랑급 선수들도 쉽사리 시즌 때 기량을 뽐내지 못하는 게 가을야구다. 그러나 송명기는 달랐다. “긴장감이 있는 경기였지만 몸이 올라와서 자신 있게 던진 것 같다”며 “최대한 후회없이 자신 있게 던지고 싶었다. 더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벤치에서 ‘다음 경기 준비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송명기에 대한 우려 또 하나는 정규시즌 두산에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 7⅔이닝 4실점하며 승리하긴 했지만 안타를 무려 11개나 맞았다. 송명기는 “부진했던 경기에서 경험과 상황을 생각하면서 던졌다. 양의지 선배를 믿고 사인대로 던졌다”며 “긴장됐지만 꿈꿔오던 무대에 설 수 있어 너무 기뻤다”고 뿌듯해 했다.

송명기의 가을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김광현이 연상된다. 2007년 한국시리즈 김광현은 SK가 두산에 1승 2패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깜짝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됐고 이를 발판삼아 SK는 대역전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김광현은 한국을 넘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는 대투수로 성장했다.

충분히 힘을 아껴두면서도 팀에 승리까지 안겼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5차전까지도 쉬어간다면 6,7차전 불펜에서 대기하며 결정적인 순간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이제 송명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남은 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두산에도 부담스러운 이름 세 글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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