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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모아 "양의지 양의지", NC다이노스 '이 맛에 현질합니다'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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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모아 "양의지 양의지", NC다이노스 '이 맛에 현질합니다'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2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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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4년 125억 원.

자유계약선수(FA) 몸값 거품 논란이 일던 2018년 말. 양의지(33)는 NC 다이노스와 대형 계약을 맺었다. NC 팬들 모두가 환영할 만한 영입이었지만 금액이 다소 과하다는 의견도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야구계 내에선 양의지가 그 이상 가는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FA 한파에 피해를 본 케이스라는 말도 나왔다.

가치를 증명하는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양의지는 직전 시즌 꼴찌였던 팀을 단숨에 가을야구로 인도했고 올 시즌엔 창단 첫 우승 눈앞까지 팀을 끌고 왔다.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23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LG 트윈스와 KT 위즈를 연달아 격파하고 올라오며 ‘양의지 시리즈’가 완성됐다. 4년 전 두산에 힘도 한 번 써보지 못하고 4연패로 고개를 숙였던 NC였지만 이번엔 양의지가 있기에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006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2019년 NC 유니폼으로 갈아입기까지 양의지는 베어스에서만 뛰었다. 두산 소속으로 5차례나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고 우승 반지 2개를 꼈다. 그만큼 두산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시리즈 전 기자회견에서 “양의지가 어떤 놈인데”라고 걱정하며 “살살하라”고 압박을 가해 웃음을 자아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에겐 끊임없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양의지에 대해선 언제나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세혁이 양의지처럼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적장도 인정할 만큼 양의지의 존재감은 컸다.

홈런을 날리고 포효하는 양의지(가운데)와 옛 동료의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두산 선수단.

 

큰 무대에서 만난 양의지는 NC 투수진을 노련하게 이끌었다. 다만 도루 저지에 있어선 박세혁에 밀렸고 타석에서도 정규시즌에 비해선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나 스타는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등장하는 법. 1승 2패로 끌려가던 4차전 양의지는 양 팀이 0-0으로 맞선 6회초 2사 2루에서 결승타를 때려냈다. 신인 송명기의 5이닝 무실점 호투를 이끌며 주전 포수로서 역할도 100% 해냈다.

23일 열린 5차전. 양의지는 다시 한 번 빛났다. 5회까지 1실점, 두산에 역전의 희망을 안겨줬던 크리스 플렉센을 상대로 6회초 1사 1루에서 커브를 통타, 고척스카이돔 가장 깊숙한 중앙 담장을 훌쩍 넘겼다. 승부는 한순간에 기울었다. 표정이 없기로 유명한 양의지는 펄쩍 뛰며 격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이 또한 의도된 행동이었다. 경기 후 양의지는 “5회 점수를 내고 도망가는 점수가 필요했는데 플렉센이 포스트시즌 때 잘 던진 투수였고 그 투수에게 홈런을 터뜨린 게 좋았다”며 “무너뜨리고 싶어 홈런 치고 나서 더 흥분했다”고 밝혔다.

양의지(가운데)의 노련한 리드 속 구창모(오른쪽)는 7이닝 무실점,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플렉센 상대 9타수 3안타(1홈런). 양의지는 “시즌 때부터 자신감이 있었다”며 “4번 타자이기에 (존에) 들어오면 초구부터 과감히 친다는 생각이었다. 속구를 하나 본 다음 변화구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 게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투수 리드도 빛났다. 구창모는 3회까지 매 이닝 흔들렸다. 양의지는 1회엔 선두타자 볼넷을 내준 구창모에게 슬라이더를 요구해 병살타로, 2회 1사 2,3루와 3회 2사 1,2루 위기에선 초반 힘이 실려 있던 속구를 연속으로 던지게 해 범타로 위기를 지워냈다.

이후 구창모는 더욱 날카롭게 던졌고 7이닝 97구 5탈삼진 무실점, 한국시리즈 개인 첫 승리를 따냈다. 초반 위기를 벗어난 게 결정적이었다. 구창모는 “경기 초반 긴장돼 제구가 흔들렸다”면서도 “(양)의지 선배님의 좋은 볼 배합으로 범타를 유도해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공을 돌렸다.

이동욱 감독도 “(구창모가) 초반에 빠른 공을 많이 사용했다. 공격적으로 들어간 게 좋지 않았나 싶다”면서 “뒤로 가면서 변화구를 섞어 던졌다. 양의지가 리드를 잘해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후 이동욱 감독(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양의지(오른쪽).

 

양의지가 더 든든한 건 누구보다 많은 경험 때문이다. 창단 첫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둔 NC. 2승 2패(무승부 제외) 후 3승 째를 챙긴 팀의 우승 확률은 81.8%(9/11)에 달했다. 그러나 양의지는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시절 뼈아픈 경험이 있다. 2013년 4위로 시작해 ‘도장깨기’를 한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3승 1패로 우위를 잡고도 3연패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또 역전의 명수 두산은 1995년 OB 시절 첫 경기 패배 후 2연승과 2연패로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서 다시 2경기를 내리 잡아내며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방심하는 순간 분위기가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양의지는 샴페인을 먼저 터뜨려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포수로는 역대 2번째로 타격왕에 오른 양의지는 올 시즌 NC에 첫 정규리그 우승을 안겼고 통합 우승 문턱까지 이끌고 왔다. NC 팬들은 “이 맛에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한다는 게임 용어)’한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양의지의 가치를 더하는 건 누구보다 침착하고 노련하게 팀원들을 이끌어간다는 것.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축포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영리한 안방마님. 이동욱 감독과 NC 선수단, 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든든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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