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비실업팀 경기도컬링경기연맹(스킵 정영석·리드 이준형·세컨드 박세원·서드 김산·5th 김승민)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실업팀보다 제반이 열악한 상황에서 현 국가대표를 물리치고 이뤄낸 값진 성과다.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하는 ‘팀킴’ 경북체육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경기도컬링경기연맹은 24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경북체육회에 12-10 역전승을 거두며 사상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신동호 감독과 임성민 코치 지도를 받는 경기도연맹이 2020~2021시즌 국가대표로 활동하게 됐다. 특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내년 2월 세계컬링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한국컬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티켓을 따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경기도연맹은 선수들에게 정기 급여를 지급하는 실업팀이 아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신분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도 이름을 빌리긴 했지만 훈련 환경 등 지원 역시 실업팀에 비하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소속팀 없이 컬링 강사와 의류 도매 아르바이트생 신분 등으로 구성돼 실업팀을 꺾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대회에서 만난 경북체육회를 비롯해 강원도청, 서울시청 등은 실업팀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경기도연맹 입장에선 올해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훈련장소를 구하기도,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도 힘든 여건이었기에 결과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경기도연맹은 예선에서 4승 2패로 2위를 차지하며 4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지만, 지난 23일 경북체육회(예선 1위)와 PO 첫 경기에서 5-12 완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의성고(예선 4위)를 꺾고 올라온 서울시청(예선 3위)과 벌인 두 번째 PO 경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8-7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서 다시 경북체육회와 겨룰 기회를 잡았다.
경기도연맹은 이튿날 결승에서 1엔드 2점을 내주고 시작했지만 2엔드 동점을 만든 뒤 3, 4엔드 각각 1, 2점씩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5엔드 3점을 헌납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6엔드 다시 3점 앞서나가는 등 엎치락뒤치락했다.
7엔드 4점을 뺏기며 8-9로 역전 당했는데, 8엔드 다시 2점을 올리며 10-9로 재역전했다. 10엔드 재차 1점을 뺏겨 10-10 동점으로 정규엔드를 마쳤다. 결국 후공으로 맞이한 연장 11엔드에서 2점을 추가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었다.
경기도연맹은 이번 시즌 앞서 박정화와 짝을 이뤄 코리아컬링리그 믹스더블에 출전했던 김산을 서드로 영입, 팀을 개편했다. 현 구성으로 호흡을 맞춘 지는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임성민 코치 역시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팀에 합류한 지도자다. 이제 대표팀 신분으로 수당과 국제대회 상금 등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으니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멤버 5명 모두 주니어(청소년) 대표 경험은 있지만 성인 대표가 된 건 처음이다.
김산은 스포츠Q(큐)와 통화에서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도 있어 운이 따라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업팀 못잖게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는 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 팀에 늦게 합류한 맏형인데 잘 따라준 동생들에게도 고맙다"고 밝혔다.
최종길 경기도연맹 회장은 경인일보를 통해 “정식 실업팀도 아닌 남자부에서 태극마크를 달게 된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빠른 시일 내 경기도에 직장운동부 남자팀 신설을 요청해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간에 일부 멤버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버텨온 결과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헝그리 정신으로 이뤄낸 최고의 결과물”이라고 기뻐했다.
여자부 결승에선 2018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경북체육회(스킵 김은지·리드 김선영·서드 김경애·세컨드 김초희)가 현 국가대표 경기도청(스킵 김은지)을 7-5로 누르고 태극마크를 탈환했다. 예선과 PO 포함 8전 전승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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