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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와 한국, 허정무 박지성 김영삼 슛포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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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와 한국, 허정무 박지성 김영삼 슛포러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11.26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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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5일(한국시간) 심장마비로 사망한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었다.

마라도나는 선수로 한 번, 감독으로 한 번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한국을 만났다. 또 한국과 일본이 2002 월드컵 유치를 위해 혈전을 벌일 때 한국을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방한도 두 차례나 해 국내팬들에겐 친숙한 인물이다.

1986 멕시코 월드컵. 허정무(왼쪽)가 거칠게 마라도나를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0 남아공 월드컵.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허정무(왼쪽)와 마라도나. [사진=연합뉴스]

 

1986 멕시코 월드컵,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만났다.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유독 커 보일 때라 남미의 강자를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허정무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이 거친 플레이로 마라도나를 막은 장면은 아직도 회자된다. 이른바 ‘태권 축구’다. 마라도나는 이날 3도움으로 3-1 승리를 견인하더니 승승장구해 우승컵까지 들었다.

허정무 이사장과 마라도나는 24년 뒤 월드컵에서 재회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허정무는 한국의,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감독이었다. 결과는 아르헨티나의 4-1 승리. 리오넬 메시의 현란한 개인기, 곤잘로 이과인의 탁월한 결정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날 마라도나 감독이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박지성을 보자 반갑게 포옹하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1995년 잠실. 초청경기에서 드리블 중인 마라도나(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마라도나는 1995년 9월,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2002 월드컵 유치 기념으로 아르헨티나 명문클럽 보카 주니어스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이벤트에는 김수희(남행열차), R.ef(이별공식), 터보(나 어릴적 꿈), 김건모(잘못된 만남) 등 당대 최고 가수가 나와 축하공연을 펼쳤고, 김영삼 대통령까지 그라운드로 내려가 마라도나를 영접했다.

앞서 마라도나는 펠레가 브라질과 친밀한 관계인 일본의 2002 월드컵 단독 개최를 지지하자 반대편에 서 한국을 응원했다.

이날 경기는 친선 성격이었으나 마라도나의 복귀전이라는 이유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말썽쟁이’ 마라도나는 1992년 코카인을 복용한 사실이 발각돼 15개월 자격 정지를 당했던 터였다. 이탈리아, 독일, 중국 등 27개 나라 22억명이 시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는 보카 주니어스의 2-1 승이었다.

2017년 3월. U-20 월드컵 조 추첨을 위해 방한해 이벤트 경기에 나선 마라도나. [사진=연합뉴스]

 

22년 뒤인 2017년 3월, 마라도나는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 조 추첨 행사에 참석하려 다시 방한했다. 풋살게임과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가 진행한 양궁축구에서 익살스런 세리머니를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일부 축구팬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라도니의 팬서비스를 지난해 유벤투스 방한 때 참사를 저질러 '날강두'란 별명을 얻은 호날두의 그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황제’ 펠레와 더불어 역대 최고선수로 늘 언급되는 마라도나. ‘신의 손’ 사건, 약물 스캔들, 마약 중독 등 숱한 구설을 낳았지만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만큼은 영웅이었다. 한국이 1980년대부터 마라도나와 꾸준히 접점이 있었기에 그의 별세는 국내의 스포츠팬에게도 애통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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