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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장미희 김수미…이상하게 끌리네, '여사님'의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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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장미희 김수미…이상하게 끌리네, '여사님'의 욕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1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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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착하지 않은 여자들', '헬머니' 속 카타르시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TV에서 '욕'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MBC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김희선(조강자 역)은 '일짱' 출신으로 거친 욕설을 선보였고, 방송 중인 tvN '식샤를 합시다2'의 권율(이상우 분)은 조용하고 젠틀한 겉모습과 달리 차진 욕설을 내뱉는다.

적당한 수위의 욕설은 드라마를 더욱 맛깔나게 만든다. 최근 눈에 띄는 점은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영화 '헬머니', 예능 '나를 찾아줘' 등에 출연하는 김혜자, 장미희, 김수미 등 중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혜자(강순옥 역)와 장미희(장모란 역)는 비속어 한 번 없이도 그보다 더한 '디스'를 선보인다. [사진= 방송 캡처]

◆ '착하지 않은 여자들', 비속어 없이도 가능한 '고급 디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김혜자와 장미희는 앙숙 관계로 만났다. 젊은 시절 남편 김철희(이순재 분)가 짝사랑 장모란(장미희 분)을 찾아 떠난 후 강순옥(김혜자 분)은 30년간을 외롭고 힘들게 지내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 간 오가는 대화도 고울 리 없다. 그러나 가장 거친 표현이 "닥쳐", "꺼져" 정도이고, 그 이상의 수위는 없다. 대신 비속어보다 더한 비꼬기 기술인 '고급 디스'를 구사한다. 특히 김혜자가 연극의 방백처럼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는 대사는 상대방의 귀에 쏙 들어가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순옥은 병에 걸린 모란이 주는 돈을 거절하며 "당신 가는 길 노잣돈에나 보태요. 관도 제일 좋은 걸로 짜고"라고 응하고, 사위에게 모란을 소개하면서는 "여기는 장모란 씨. 자네 장인어른 세컨드"라고 언급하는 식이다.

처음엔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순옥에게 당하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던 모란 또한 극이 진행되며 그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때때로 순옥의 기가 차게 하는 대답을 선보였고, 순옥에게 배운 듯한 뻔뻔한 모습으로는 학창시절 김현숙(채시라 분)을 괴롭혔던 선생 나말년(서이숙 분)에 복수한다. 말년의 머리채를 잡았다가 곤경에 빠지게 되자 모란은 우아한 음성으로 "(저는) 환자예요"라고 응수하는 등 천연스런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 욕을 주요 소재로 한 김수미 주연의 영화 '헬머니' [사진=NEW 제공]

◆ 욕의 원조 김수미‧김영옥, 욕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받은 '헬머니'

배우 김수미와 김영옥이 드라마, 영화 등에서 구사하는 욕설은 보다 직설적이다.  '새끼' 정도는 가벼운 인사다. 이들은 '욕의 대가'로 불린다. 김영옥은 빠른 속도로 내뱉는 차진 욕설이 래퍼 에미넴을 연상시킨다는 뜻에서 붙은 '할미넴'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김수미는 올 초 방송한 드라마 '전설의 마녀',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룸메이트' 등에서도 친근한 욕을 빠뜨리지 않았다. '나를 돌아봐'에서는 '무한도전'의 새 멤버가 된 광희에게 "(장동민이) 자진사퇴해서 좋겠다, XX야"라는 말로 화제가 됐고, '전설의 마녀'에서는 극중 답답한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욕설로 응했다.

지난 3월에는 욕이 주요 소재로 쓰이는 김수미 주연의 영화 '헬머니'가 개봉했을 정도다. '헬머니'는 가족애를 주제로 하는 영화임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거친 욕설을 포함한 저속한 용어, 욕설의 사용이 구체적이고 지속적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욕으로만 영화의 등급을 매긴 이례적인 상황이다. "욕을 들으러 영화보러 가는" 희귀한 풍경을 연출했다.

김영옥 또한 영화에 특별출연했다. 두 사람은 욕 배틀 프로그램 출연자로 등장해 욕의 향연을 보여준다.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맛깔나는 욕설은 보통 내공으로는 불가능하다.

▲ 영화 '헬머니'의 홍보 슬로건은 '답답한 세상, 욕으로 푼다'다. '헬머니'의 욕은 누군가를 깎아내리기보다는 평소 '욕하고 싶었던' 사회에 대한 답답한 부분을 긁어준다. [사진=NEW 제공]

◆ 답답한 사회에 끼얹는 카타르시스, 비속어 없는 '착않여'가 선보인 새로운 디스

'착않여'는 그간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보여준 '앙숙'과는 다르다. 순옥과 모란은 그 관계에서 보자면 훨씬 거친 언사가 오갈 수 있는 사이다. 그러나 비속어 한 마디 없는 대사로 재미를 잡고 뻔한 드라마 풍경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착않여' 현장 관계자는 "본래 김혜자, 장미희의 분량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호흡이 빚어내는 코믹함이 좋은 반응을 얻어 분량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대로, 김수미와 김영옥의 직설적인 욕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의 특별한 존재감 때문이다. '국민 어머니'로 불리는 이들의 욕은 그 수위가 낮지 않아도 애정과 내공을 기반으로 해 불편하기보다는 코믹하게 기능한다.

또한,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하는 욕이 아니라 '갑질', '열정페이', '연말정산' 등 답답한 사회적 사안을 상대로 시원하게 욕으로 퍼붓는다는 점에서 이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시청자 김미애(45)씨는 "그저 누군가를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욕이 아닌 시청자, 관객의 답답함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욕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 이들의 욕은 그 대상과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표현이 차질 뿐이지 '저속'하다고 표현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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