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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와 호나우두의 공통점?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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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와 호나우두의 공통점?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⑫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2.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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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가 지난달 25일(한국시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0세. 전 세계 축구 팬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세대는 다르지만 라이벌로 꼽히는 펠레(80·브라질)는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과 현존하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이상 아르헨티나)까지 슬픔에 잠겨 추모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펠레와 함께 ‘올타임 투톱’으로 꼽히며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던 그는 현역시절 1986 국제축구연맹(FIFA) 멕시코 월드컵에서 고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시켰고, SSC나폴리를 이탈리아 세리에A 최강으로 이끈 덕에 구단 역대 최고 레전드로 꼽히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는 국가 차원에서 사흘간 마라도나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그 시신을 대통령궁 카사로사다에 안치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해축돋보기에선 마라도나를 비롯해 호나우두, 호마리우(이상 브라질) 등 세계최고 권위 대회 월드컵을 들어 올리고도 정작 세계 축구 중심인 유럽에선 정상에 서지 못한 인물들을 조명해볼까 합니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26일 사망했다. 향년 60세. 축구계의 별이 졌다. [사진=AP/연합뉴스]
디에고 마라도나가 지난달 사망했다. 향년 60세. 축구계 큰 별이 졌다. [사진=AP/연합뉴스]
1986년 세기의 골을 넣고 있는 마라도나(가운데). 골든볼을 수상한 마라도나의 활약 속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을 들어올렸다. [사진=AP/연합뉴스]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세기의 골을 넣으며 아르헨티나를 정상에 올리고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마라도나. 하지만 그는 유러피언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다. [사진=AP/연합뉴스]

◆ 마라도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못했다?

마라도나의 축구인생을 돌아보니 눈에 띄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트로피를 만져본 적 없다는 사실입니다. 나폴리의 전설로 불리고, 앞서 세계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도 활약했지만 유럽대항전 우승 경력은 없다는 게 의아합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5월 ‘최고였으나, 유럽 정상에 서지 못한 선수 50명’을 선정해 공개한 바 있습니다.

1위는 역시 마라도나였습니다. 월드컵뿐 아니라 클럽에서도 수많은 정규리그, 컵대회 우승컵에 입을 맞춘 마라도나입니다. 실력에 걸맞은 화려한 경력과 명성을 쌓고 은퇴했지만 딱 하나 이루지 못한 게 바로 유러피언컵(UCL 전신) 우승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1992년 UCL이 출범하기 전 유러피언컵은 최고권위 유럽 클럽대항전이었습니다. 각 나라 리그 챔피언 한 팀씩만 출전,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강을 가렸습니다.

마라도나는 1984~1991년 몸 담으며 전성기(24~31세)를 보낸 나폴리에서 두 번 유러피언컵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1987~1988시즌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져 32강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고, 1990~1991시즌에는 16강전에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러시아)를 만나 1, 2차전 모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져 분루를 삼켰습니다.

(펠레는 유럽에서 뛴 적이 없습니다. 당시 브라질 축구판의 규모나 수준은 유럽 못잖게 상당했습니다. 또 국가 차원에서 펠레의 해외 진출을 막기도 했습니다.)

'축구 황제' 호나우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다. [사진=EPA/연합뉴스]

◆ 호마리우-호나우두 커리어에 없는 것

스카이스포츠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브라질 대표팀 황금기를 연 스트라이커 듀오 호나우두와 호마리우를 각각 2, 3위에 올렸습니다.

호나우두는 1992년 UCL 체제가 들어선 뒤 전성기를 보낸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힘과 기술이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골잡이라는 평가를 받는 호나우두는 발롱도르를 2회 거머쥐었고, UCL에선 총 36골을 폭발시켰습니다. 

월드컵에서도 2번이나 우승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8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어진 2006 독일 대회에선 당시 월드컵 역대 최다득점(15골)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죠. (이 기록은 2014년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에 의해 깨지긴 합니다. 클로제는 4개 대회에서 도합 16골을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UCL에선 결승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 인터밀란(이탈리아)을 거쳐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2002~2003시즌 4강에 간 게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와 8강 2차전 올드 트래포드(OT) 원정에서 슛 3개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유벤투스와 준결승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팀이 패하며 빛이 바랬습니다.

브라질과 바르셀로나를 대표했던 호마리우 역시 마찬가지. [사진=EPA/연합뉴스]

1994 미국 월드컵 우승의 핵심 호마리우는 3위에 랭크됐습니다. 호마리우는 워낙 막강해 ‘드림팀’으로 불리던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감독 체제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그가 가장 높이 올라갔던 순간은 1993~1994시즌입니다만 결승에서 AC밀란(이탈리아)에 0-4 완패를 당하며 유럽 제패 꿈이 좌절됐죠.

지난 봄 발표된 이 조사에서 현역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린 건 6위에 자리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 UCL에서 15골을 뽑아내며 바이에른 뮌헨을 유럽 최고자리에 올리고 이 명단에서 탈출했습니다. 

마라도나는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칭호가 당연한 사람이지만 그가 UCL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UCL 우승 행운이 아무에게나 돌아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 하네요. 반대로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수차례 UCL을 석권했음에도 아직까지 월드컵 트로피와는 연이 없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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