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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공비 논란, 억울하고 미안한 이대호-답답한 선수협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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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공비 논란, 억울하고 미안한 이대호-답답한 선수협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2.02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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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오해가 컸지만 깔끔하게 봉합되진 않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만은 않다.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 선수협 회장은 2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논란이 된 판공비 ‘셀프 인상’에 대한 해명을 위함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이대호 입장에선 억울할만 했다. 자신의 판공비를 스스로 인상했다는 건 바로 잡아야 했다. 그러나 선수협의 일처리 등에 대한 답답함은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회장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공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판공비 셀프 인상?

전날 보도된 내용은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이대호가 스스로 회장의 판공비를 인상하고 이를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게 골자였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선수협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판공비 인상과 관련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2017년 4월 이후 2019년 3월까지 2년 가까이 회장직이 공석이었다. 누구도 회장직을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회장의 필요성을 느낀 선수들은 임시이사회를 통해 회장의 판공비를 24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목소리를 높였던 이대호는 “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후보가 700~800명 정도나 됐다”며 “모두가 꺼리는 자리였기에 대우를 잘 해주자는 생각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내가 당선될 줄 알았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에만 신경서도 모자란 상황에서 선수들은 회장직을 맡는데 난색을 표했다. 이대호 또한 25억 원이라는 프로야구 최고 연봉을 받고 있었기에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커 후배들에게 양해를 구했음에도 결국은 투표에 의해 당선된 것이었다.

# 왜 개인 계좌로?

판공비 인상건에 대해 해명했음에도 의혹은 남아 있었다. 통상 판공비를 법인카드로 처리하는 것과 달리 선수협은 이대호의 개인 계좌로 입금을 해왔다. 별도 회계처리도 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법인카드가 따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에 와서 회의 때 쓰는 비용, 선수들과 이야기 할 때 밥값, 선수협 차원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썼다”고 말했다. 

이대호(오른쪽)와 동석한 조민 변호사는 "판공비 개념이었다면 받을 때 세금 처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동안은 보수 개념으로 지급돼 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문제될 게 없다. 어떤 회사라도 개인의 급여 상세 내역을 회계처리하는 일은 없기 때문. 동석한 조민 변호사는 “판공비 개념이었다면 받을 때 세금 처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금을) 처리하고 받은 건 본인 입장에선 급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것에 대한 개념이 명확치 않았다는 것. 더구나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할 회장이 가뜩이나 많은 연봉을 받음에도 추가적인 보수로 6000만 원을 받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더구나 선수협은 2012년 박재홍 회장 시절 판공비 일체를 법인카드로 사용하기로 해 회계처리 투명성을 확보했던 상황이었다. 이대호와 조민 변호사는 “관행”,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고 추후 확인 후 상세한 부분을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 부족함 투성이 선수협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회장 부임 후 직접 선임한 김태현 사무총장은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을 걸 요구해 투명하지 않게 활용했다. 이에 최근 스스로 물러나며 잘못을 시인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이대호는 “솔직히는 판공비가 현금으로 나갈 때 문제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알았더라면 절대 못하게 했을 것”이라며 “이 사실에 대해 논란이 되고 며칠 전부터 알았고 총장님이 모르고 했지만 잘못한 것 같다.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알지 못하는 게 너무 많았다. 조민 변호사는 회계처리 후퇴 문제에 대해서도 “협회 차원에서 인수인계가 부족했다”며 “앞으로 시정하기로 마음먹고 있고 시정조치해서 이후 회장부터는 문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개선방향은?

판공비 액수에 대해선 “그 당시는 회장을 뽑는 게 시급했다”며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2년 넘게 공석이었던 회장을 뽑아야 하는데 하려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보수 개념으로 받았던 돈이지만 분명한 목적성을 갖고 써야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었던 금액이었다. 이대호는 판공비 감축에 대해 “이사회에서 결정이 날 부분”이라면서도 “카드 내역 등을 통해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있도록 바꾸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걸 하지 못했던 건 죄송하다. 실무진들과 얘기해서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바뀌진 않을 수 있다. 조민 변호사는 “협회 차원에서 건의하고 있다. 이사진들도 다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하기에 기간은 조금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선수협 미래는?

이대호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통상 12월 초에 이사회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데 이대호는 사임을 표했고 이사들도 이를 받아들여 이번 투표 땐 후보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선수협을 맡아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선수들 권익 향상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이대호는 “2년 가까이 회장을 하면서 너무 힘이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힘들었다”며 “KBO 얘기를 다 받아들여야만 하고 바꿀 수 있는 건 없는데 선수 입장에선 또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자리는 아니다. 잘해도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다. 한다고 열심히 했지만 마지막에 안 좋게 물러나게 되면 미안하다”고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만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선수협 회장은 하고 싶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나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선수들이 투표로 뽑아주는 자리”라며 “누가 맡든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이런 일이 터져서 아쉽지만 시정 조치를 잘해서 다음 회장에게 잘 물려줬음 한다”고 희망했다.

최동원 정신을 되새겨봐야 한다.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상황이 열악한 선수들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던 그다. 이로 인해 구단들에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잘 나가는 선수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단체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강요할 수는 없지만 선수협의 본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희생정신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없는 것만 못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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