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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준의 검' 이대성, 트리플포스트 위해 자처한 '언성히어로'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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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준의 검' 이대성, 트리플포스트 위해 자처한 '언성히어로'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2.03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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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늘 영웅이 되고자 했던 선수는 이제 달라졌다.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무엇이 팀과 자신을 위한 길인지 명확히 파악했다.

고양 오리온 이대성(30)은 3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KBL) 2라운드 맞대결에서 16점 6리바운드 9어시스트, 팀 72-67 승리를 이끌었다.

3연승과 함께 오리온은 4위로 도약했다. 달라진 이대성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고양 오리온 이대성(가운데)이 3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홈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이대성을 대표하는 단어는 개성이다. 톡톡 튀는 입담은 물론이고 코트 안에서도 화려한 플레이와 때론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이기는 경기에선 영웅이 되는 일이 많지만 지는 경기에서도 그의 플레이가 뼈아픈 한 수가 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강을준 감독을 선임한 오리온은 자유계약선수(FA) 이대성을 데려오며 약점이었던 가드진을 보강했다.

다만 우려도 있었다. 강을준 감독의 유행어로 모든 게 설명된다. “우리는 영웅이 필요없다고 했지. 성리(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라는 말은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그의 농구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대성은 이와는 전혀 다른 성향이었던 것.

이대성의 기량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가뜩이나 앞선이 열악한 오리온에서 이대성은 더욱 자신감 넘치게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문제도 나타났다. 친정팀인 현대모비스나 전주 KCC에 비해 이대성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것. 득점뿐 아니라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 역할도 이대성이 도맡아야 했다. 강을준 감독은 이대성을 칭찬하면서도 보다 이타적인 플레이를 해줄 것을 강조했다.

2주간 휴식기를 거친 프로농구. 이종현이 합류로 트리플포스트를 구축했고 이에 대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대성(가운데)은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땐 과감히 해결사로 변신하기도 했다. [사진=KBL 제공]

 

오리온은 경기 초반부터 높이를 앞세워 상대를 공략했다. 경기 지표로는 대등한 것처럼 보였지만 현대모비스는 높이를 살린 오리온의 공격을 막기 위해 지역방어를 택했다. 보다 안쪽으로 더 연결이 돼야 했고 이대성의 어깨가 더 무거웠다.

이대성은 경기 초반부터 작정하고 배급에 힘썼다. 속공 찬스에서도 자신이 슛을 하기보다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덕분에 오리온은 줄곧 리드를 지켜갈 수 있었다.

이종현 합류 후 오리온은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날은 이종현의 활약이 미비했지만 그럼에도 높이를 앞세운 오리온은 위협적이었다. 강을준 감독은 트리플 포스트의 트라이 앵글 공격을 승리의 비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대성은 트리플 포스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냉정하게 트리플 포스트가 현대 농구와는 반대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KBL 가드들이 NBA처럼 기동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려 공략하지 못한다. 허훈 등과 같이 워낙 뛰어난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뼈아픈 말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정확한 평가다. 이대성은 “그렇기에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걸 통해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기면 좋은 것이다.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제프 위디와 이승현, 이종현 삼각 타워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누군가 한 명은 적극적으로 슛을 던져줘야 했는데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이종현(1/5)과 이승현(6/15)의 야투성공률이 부족했다.

이승현(오른쪽)과 이종현 등 트리플 포스트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이대성은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이대성은 “상대가 존(지역방어)을 섰을 때 유연하게 이어가기 위한 패턴들을 해야 한다”며 “모비스가 외곽으로 많이 막아서다보니 하이 포스트가 많이 비어있었다. 승현이나 종현이 중 누구라도 슛을 쏴줘야 하는데 좀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맨투맨 수비를 선다면 이대성에겐 더 유리하다. 스스로도 “맨투맨 서면 옵션이 많아져 더 좋아진다”고. 그러나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맨투맨으로 대응할 경우 이대성이 포스트업을 하는 상황을 대비해 지역방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조력자 역할에 집중한다. “최근 들어 상대가 존을 많이 서면서 종현이와 승현이에게 슛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며 “가드를 보면서도 더 공격적으로 하라고 둘에게 주문한다. 스스로도 하이포스트를 살릴 수 있는 공략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이젠 더 이상 주인공이길 바라지 않는다. 이대성은 “감독님도 믿어주시고 득점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농구를 잘한다는 말씀을 안 해주시더라”며 “주변 조언도 듣고 하다 보니 동료들 찬스를 살려주는 게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 더 좋은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영웅보다는 언성히어로(unsung hero), 묵묵히 자신의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숨은 영웅이 되길 자처한 이대성이다. 트리플 포스트를 앞세운 오리온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그 중심엔 단연코 이대성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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