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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대한항공 정지석-현대건설 정지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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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대한항공 정지석-현대건설 정지윤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2.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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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어느덧 프로배구 입문 8년차가 된 정지석(25·인천 대한항공)은 팀 에이스가 된 지 오래다. 2018~2019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재계약한 그의 어깨는 올해 유독 더 무거워보인다.

같은 시즌 여자배구 신인왕을 차지한 정지윤(19·수원 현대건설)도 데뷔 3년차에 벌써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미들 블로커(센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를 가리지 않고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지석과 정지윤은 올 시즌 소속팀 순위싸움에 있어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2시즌 전 나란히 날아올랐던 두 선수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책임감이 부쩍 커졌다는 점은 같다.

외국인선수 비예나의 컨디션이 들쭉날쭉해 정지석이 공격에서 해줘야 할 몫이 늘었다. [사진=KOVO 제공]

정지석은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한국전력과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홈경기에서 30점을 퍼부으며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에 앞장섰다.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을 비롯해 트레이드로 베테랑들을 다수 영입한 뒤 5연승을 달리던 한국전력 상승세에 훼방을 놓았다. 9승 4패(승점 25) 2위로 점프했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외인 라이트 비예나가 무릎 부상과 컨디션 난조 속에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2연승에 성공했다. 1라운드부터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안정된 전력의 안산 OK금융그룹, 트레이드 효과로 신바람을 내고 있는 한국전력을 모두 잡았다.

비예나가 기복을 보이는 틈에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부쩍 성장하고 있는 21세 공격수 임동혁의 몫도 크지만 공수에 모두 관여하는 정지석이 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지석은 경기를 마친 뒤 “V리그 특성상 외인 유무 차이는 분명히 있다. 당분간 내 공격 점유율이 올라갈 텐데 그런 부담을 즐기면서 경기에 임할 예정”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잘 됐을 때보다 안 됐을 때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있다. 비예나가 없을 때 우리가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라며 “(임)동혁이는 물론 2년차 센터 진지위 등 젊은 선수들이 경기 중 실수할 때 이를 잡아주는 노력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석 역시 25세에 불과하나 팀 실질적 에이스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정지석 역시 아직 25세로 어린 축이지만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리그 톱 윙 스파이커(레프트)로 성장한 그다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올 시즌 270점으로 득점 5위다. 국내 선수 중 단연 1위. 공격에 집중하는 라이트 박철우(한국전력·249점), 나경복(서울 우리카드·205점)보다도 많은 점수를 내고 있다. 공격성공률 1위(58.36%)도 놀랍지만 리시브효율도 40.07%로 11위에 올라있으니 공수겸장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대 목적타 리시브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승부처 해결사 노릇까지 한다. 올해는 블로킹까지 급성장(9위, 세트 당 0.574개)했다.

정지석은 그와중에 “동혁이가 비예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도 경쟁하는 것이고, 이미 컵대회부터 동혁이는 비예나와 겨룰 충분한 경쟁력을 보였다”며 “한국전력 카일 러셀의 높은 블로킹에 고전했는데 동혁이가 잘해줘 이길 수 있었다”는 말로 후배 기를 살려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3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대한항공은 9일 대전 삼성화재는 물론 12일 선두 KB손해보험과 맞붙는 등 사흘 간격으로 강행군을 벌인다. 정지석과 임동혁이 해야 할 몫이 상당하다.

그는 지난 3일 OK금융그룹전 승리를 이끈 뒤에는 “아직 에이스 호칭을 얻기엔 이른 것 같다. 올 시즌에는 공격 비중이 높다 보니 수비 리시브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비예나가 돌아올 때까지 잘 버티겠다”고 힘줬다.

정지윤(가운데)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현대건설의 '믿을맨'이 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정지윤은 공격력이 약화된 현대건설에서 자리를 가리지 않고 분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전 KCG인삼공사와 벌인 홈경기에서 12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6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개막 직후 2연승을 달리다 연패에 빠진 현대건설의 해결사로 나섰다.

현대건설은 국내 톱 세터로 성장한 이다영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고 인천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다인과 이나연이 번갈아 나서고 있지만 설상가상 토종 레프트 황민경과 고예림이 공격에서 부진하면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공을 잘 다루는 외인 루소를 레프트로 옮기고 그동안 주로 센터로 선발 출전했던 정지윤을 라이트로 세웠다. 정지윤은 기존 센터 자리에선 하지 않는 후위공격(백어택)도 2개 성공시키는 등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블로킹 2개를 추가하며 개인 통산 100번째 블로킹 달성 기쁨도 안았다.

10경기에서 120점으로 경기당 12점씩 생산하고 있다. 오픈공격 6위는 날개공격수로서 자질을 대변한다. 또 속공 5위, 블로킹 3위라는 기록은 그가 본업에서도 정상급으로 올라섰음을 말해준다. 특히 블로킹은 지난 두 시즌 세트당 0.326개, 0.465개였는데 올 시즌 0.686개로 크게 올랐다.  

정지윤은 개막 앞서 스포츠Q(큐)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과 비교해 여러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는데, 이도희 감독의 ‘믿을맨’으로 성장하며 팀에서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8일 김천 한국도로공사, 12일 KGC인삼공사 등 하위권에 처진 팀들을 연속해서 상대한다. 정지윤이 어떤 포지션에서 어떻게 현대건설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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