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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잡은 주전, 김민우 봄날이 이제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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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잡은 주전, 김민우 봄날이 이제야 왔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1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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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3일 케이티전 역전 끝내기 스리런포로 존재감 높여…주전 재도약 꿈꾸는 14년차 베테랑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방망이를 떠난 타구가 왼쪽을 향할 때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굴곡진 야구인생을 보낸 김민우(36·KIA 타이거즈)는 활짝 웃으며 끝내기 홈런에 환호작약했다. 오랫동안 짓누른 시련을 훌훌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민우는 생각만큼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그나마 1군 무대를 밟을 때도 주전보다는 경기 막판 대수비로 출장할 때가 많았다. 자존심에 금이 간 김민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고 마침내 빛을 봤다.

지난 6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한 김민우는 8일 목동 넥센전에서 시즌 첫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10일 넥센전서는 교체 출전해 2루타 두 방을 작렬, 주전에 조금 더 다가섰다.

상승세를 탄 김민우는 13일 광주 케이티전에서 끝내기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팀의 9-8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한 경기에서 4안타를 때린 건 지난해 6월 14일 롯데전 이후 11개월여 만. 김민우는 자신의 타율을 0.538로 끌어올렸다.

◆ 10년간 쌓은 명성 한방에 날린 음주운전

전날 팀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지만 김민우에게도 지우고 싶은 시절은 있었다.

2002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민우는 2008년까진 백업 역할을 수행했다. 기량을 끌어올린 뒤 2009년부터 출장 경기수를 늘린 김민우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빼어난 수비력과 준수한 타격으로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그라운드에서 성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는 평이 따랐다.

하지만 너무나도 치명적인 실수 하나로 그간 쌓은 명성을 날리고 말았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황에서 2013년 6월 9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김민우는 자신의 차량을 후진시키다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택시기사와 합의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차를 내버려둔 채 사라졌다. 무면허 음주운전을 한 김민우는 구단의 30경기 출장 정지, 벌금 1000만원 징계와 KBO의 야구활동 3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되돌리기에는 너무나도 큰 죄였다. 그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로 적을 옮긴 김민우는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야구를 다시 하는 것 자체에 반감이 생길 정도로 여론이 안 좋았다. 지난해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신음하던 와중에도 87경기에서 타율 0.251(167타수 42안타)에 3홈런 15타점을 기록, 1군 진입 가능성을 타진했다.

◆ 어렵사리 잡은 기회,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내야수를 보는 김민우에게 당시 주전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은 큰 벽이었다. 나이가 어린데다 워낙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김민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이들이 군 입대를 택하며 KIA의 키스톤 콤비 자리가 비게 됐다. 1군 진입을 노린 김민우에게는 희소식.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방망이가 맞지 않아 김기태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최용규였다. 좌타자로서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평균 이상의 수비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민우는 최용규에 밀려 또다시 백업 신세가 됐다.

하지만 최용규가 손등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민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0(20타수 6안타)을 기록하며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었기에 1군에 입성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주전 글러브를 낀 김민우는 콜업 후 3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주전으로 나선다. 지난날 과오를 딛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김민우가 KIA 내야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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