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0:35 (수)
김아림 메이저퀸 등극, 희망전도사의 놀라운 대역전극 [LPGA US여자오픈]
상태바
김아림 메이저퀸 등극, 희망전도사의 놀라운 대역전극 [LPGA US여자오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2.15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무명에 가까운 김아림(25·SBI저축은행)이었기에, 5타 차였기에 누구도 그가 정상에 설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 막판 스퍼트로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파71·6401야드)에서 끝난 2020~2021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등극했다.

생애 처음 나선 LPGA 무대에서, 그것도 가장 큰 US여자오픈에서 이뤄낸 우승이라 더욱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김아림이 15일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김아림의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 출전 기회를 잡을 때부터 행운이 따랐다. 세계랭킹 94위 김아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하자 미국골프협회(USGA)가 대회 출전 자격을 확대하면서 첫 LPGA에 발을 디디게 됐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75번째 진행되는 대회임에도 최종 라운드에서 5타가 넘는 타수 차이를 뒤집고 우승한 사례는 없었다. 5타 차이를 극복한 것도 1995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비롯해 6명뿐. 한국인으로선 US오픈 10번째 우승자이자 첫 US여자오픈 출전에 정상에 오른 건 5번째다. 세계랭킹도 94위에서 64계단 올라 30위까지 수직상승했다.

더불어 역대 가장 낮은 랭킹 선수로서 대회 정상에 올랐다. LPGA 비회원으로 우승한 것도 고작 10번째. 앞서 2011년 유소연, 2015년 전인지도 비회원 우승자였다.

김아림은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다. 정교한 세컨드샷을 바탕으로 5번(파5), 6번(파4),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낚은 김아림은 침착히 추격전을 벌였다. 10번(파4), 11번 홀(파4)에선 보기로 주춤했으나 16∼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18번 홀 버디를 잡아내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김아림. [사진=AP/연합뉴스]

 

막판 집중력과 장기인 장타력이 돋보였다. 16번 홀(파3)에선 5번 아이언으로 홀컵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선두 에이미 올슨(미국)을 1타차로 추격한 그는 17번 홀(파4)에선 드라이버 대신 유틸리티로 티샷을 한 뒤 세컨드샷을 8번 아이언으로 붙이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홀(파4)에선 정확한 샷을 위해 3번 우드를 택했고 48도 웨지로 홀컵 가까이 붙여 대역전극의 마무리에 성공했다. 보통의 여자 선수들이라면 생각하기 힘들었다. 장타자 김아림이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앞서가던 올슨은 김아림의 맹추격에 16번 홀 보기로 주춤했고 17번 홀에서 세컨드샷이 벙커에 빠뜨리며 흔들려 반전드라마 조연에 만족해야 했다.

단숨에 ‘메이저퀸’ 여왕이 된 김아림은 우승 상금 100만 달러(10억9530만 원)와 향후 5년 동안 LPGA 투어 출전 자격을 얻었다. 

첫 LPGA 출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김아림. [사진=AP/연합뉴스]

 

알아주는 장타왕 김아림은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딛고 미국 무대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했다. 3라운드까지 드라이버샷 비거리 1위(262.5야드)에 올랐던 그는 다른 대회보다 더 전장이 긴 US여자오픈에서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김아림은 “정말 영광스럽고 진짜 내가 우승했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며 “한국에서 우승했던 분위기와 다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많이 달라진 환경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라 어색하다”고 얼떨떨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줬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했고 우승자 인터뷰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해도 되냐고 물었던 그는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내 딴에는 이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불편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국에 이렇게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오늘 내 플레이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정말 희망이 되고 좋은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소박한 소망을 나타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