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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인터뷰①] 정년 앞둔 교수, 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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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인터뷰①] 정년 앞둔 교수, 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12.1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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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회장이 잘 하면 뒤에서 정말 열심히 도울 텐데 그렇지 않다. 이기흥 회장은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가. 현장에 중심을 둔 철학‧경험을 가진 이가 맡아야 한다. 신념이 같은 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강신욱(65)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의 출사표다.

대한체육회장을 뽑는 선거가 임박했다. 한 해 예산 4000억 원을 집행하는 ‘스포츠 대통령’이 새해 1월 18일 새로 선출된다. 구도는 ‘이기흥 VS 반(反) 이기흥’이다. 2016년 10월 옛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합친 통합체육회 초대회장이 된 이기흥(65) 현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강신욱 교수,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장, 장영달(72) 전 대한배구협회장,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 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강신욱 교수. [사진=본인 제공]

강신욱 교수는 후보 중 유일한 체육인이라 눈길을 끈다.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재학 때 필드하키 선수였다. 졸업 후 체육교사로 전농여중-용산고 하키부 감독을 지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조교를 거쳐 단국대 교수로 임용된 후로는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정책포럼 공동대표,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집행위원장, 한국체육학회 회장 등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정년을 앞둔 그는 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서게 됐을까.

- 노후를 편하게 보내면 될텐데 큰 도전에 나선 까닭이 궁금하다.

“이기흥 회장이 부임하면서 체육계 전반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잘 하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겠나. 총체적으로 잘못됐다는 느낌이 드니 요구가 많은 것이다. 체육계 원로 선배들이 이런저런 활동을 한 내게 ‘너는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이기흥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신규위원으로 뽑힌 지난해 6월 출마를 결심했다. (이기흥 회장은 2017년 6월, 체육회 이사회를 거쳐 자신을 IOC 위원으로 추천에 논란에 시달렸으나 결국 목표를 이뤘다.) 나는 훌륭한 분들 중 하나로 나선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헛구호다. 행동해야 해결된다. (체육인들은) '누군가 해주겠지' 하고 늘 소극적으로 임했고,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다. 힘들지만 당연히 뛰어들어야 한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들과는 차별화된다는 생각이다.

김정행 총장(당시 용인대)이 당선되기 전인 7~8년 전에도 스승 임번장(서울대 명예교수‧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전 한국체육학회장) 선생님이 체육계 돌아가는 걸 보고 ‘회장에 도전해봐라’ 말씀하셨다. 당시만 해도 각 종목 회장 즉, 대의원이 체육회장을 선출할 때니까 엄두를 못 냈다. 55명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었다. 정치, 경제권에 밀접히 연결된 사람들이 아니면 안 됐다.

이제는 다르다. 그간 대한체육회에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했다면 이젠 전문적인, 현장중심적인 철학과 경험을 가진 이가 필요하다. 한국에선 대부호나 정치인들이 IOC 위원, 체육회장을 맡아왔다. 시대적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적 대국 한국이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쏟고, 누군가가 정치권에 가서 얻어내는 역할은 그만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올바른 체육관(觀), 국민관을 갖고 이끄는 이가 필요하다. 

- 체육인임을 강조하는데. 출마 일성으로 “체육인은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이방인에게 체육계의 미래 100년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울대 하키선수 시절. [사진=강신욱 교수 제공]

“나는 ‘체육 실험실’이다. 선수, 지도자, 동호인, 교수, 행정가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검증받았다. 나름 순도를 자랑한다. 정통 체육인으로서 현장의 경험을 통해 디테일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가졌다고 자부한다.

체육인의 특성이 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이전에 선수를 했다, 지도자를 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최소한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졌다는 점, 엄격하게 자기를 관리한다는 점이 도드라지는 특징이다. 그런데 현 집행부는 책임지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 크나큰 사회적 문제가 생겼는데 꼬리를 자르는데 급급하다.“

- 심석희, 최숙현 사건을 꼬집는 건가.

"정말로 무책임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책임지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 무슨 일이 생기면 체육인은 책임을 진다.”

- 스포츠인권 정책포럼 대표를 지냈기에 더욱 안타까웠을 것 같다.

“스포츠인권과 관련한 논문을 많이 쓰고 활동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분노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잠시 가라앉은 듯 하더니 똑같은 참사가 또 벌어졌다. 사고가 터지면 패턴이 똑같다. 전수조사하고 징계한다. 위원회나 센터 만들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가라앉고... 반복이다.

한국체육계의 구타‧성폭력 문제가 수면에 오른 게 어느덧 20년 됐다. 당시엔 ‘적당한 훈육은 필요하다’고 체벌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 분위기가 관대했는데도 범위를 벗어나 문제가 됐다. 그때마다 체육계 특유의 폐쇄성, 수직관계로 쉬쉬하고 넘어갔다.“

- 불상사를 방지할 대책이 있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모든 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일이 생길 때마다 일시적으로 하는 조사가 아니라 늘 조사받는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주의한다. 그 결과를 반드시 지도자나 기관장에게 동시 통보해야 한다. 단 주의할 게 있다.”

- 무엇인가.  

“어떻게든 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지도자를 감시하고, 학생이 잘못해도 지도자가 눈감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건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지도자들이 좀 더 용기를 내고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 박봉에 인생을 불사르는 작은 영웅들이 더는 위축되지 않게끔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지도자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생선수를 재미나게, 세련되게 가르칠 방법이 많다.”

지난달 5일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강신욱 교수. [사진=연합뉴스]

- 지도자 처우 개선을 수차례 역설했는데. 브랜드 정책으로 보면 될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학교체육‧생활체육 지도자 모두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기흥 회장도 같은 이야기를 들고 나왔는데 여태껏 무얼 했는지 묻고 싶다.

한국이 무슨 스포츠강국인가. 진정한 강국이 되려면 멀었다. 체육계를 지탱하는 지도자들이 대우를 받고 있는가. 얼마나 열악한지 한 꺼풀만 벗겨보면 충격적이다. 현재 같아선 내 자식을 스포츠지도자로 절대 밀어 넣지 못한다. 최저생활조차 안 되는 이들이 60~70%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획득한 올림픽·아시안게임 메달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지도자의 처우가 나아져야 비로소 스포츠강국이 된다. 진정한 강국은 기초와 과정이 튼튼하다.

체육계에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종목, 그룹을 위해 일하고 싶다. 생활체육이 정비돼 있고 그걸 토대로 각 종목에서 건강한 엘리트선수가 나오는 걸 잘 갖춰진 체육생태계라 한다. 좋다. 그런데 그걸 만들기 위해선 종사자들이 먹고살 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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