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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결산 ④] 세상 떠난 최숙현 고유민, SNS 논란 등 바람 잘 날 없던 체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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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결산 ④] 세상 떠난 최숙현 고유민, SNS 논란 등 바람 잘 날 없던 체육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2.17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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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으로도 벅찼던 2020년 체육계. 그러나 올해도 사건·사고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체육계에 만연해 있는 악습이라고 할 수 있는 지도자 갑질 문제부터 SNS 논란, 각종 범죄 등까지 다양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 등이 이어지며 체육계가 침체기를 겪었는데, 이러한 소식들은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 최숙현 사망, 체육계에 경종 울렸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지난 6월 전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최숙현의 사망이었다. 수년간 지도자와 선배, 팀 닥터 등으로부터 폭행과 폭언 등에 시달리던 최숙현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6월 최숙현이 세상을 떠난 이후 체육계 지도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제정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었다. [사진=연합뉴스]

 

반향이 컸다.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체육계 전반에 뿌리깊게 박힌 문제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가량 경주시청과 검찰, 경찰, 대한체육회 등에 도움의 손길을 뻗었으나 달라지는 게 없었다. ‘골든타임’이 지났고 최숙현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정부 당국 차원에서 조사에 나섰는데, 김규봉 감독과 선배인 장윤정는 물론이거니와 팀 닥터라는 이름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안주현 운동처방사가 괴롭힘의 가장 중심에 서 있었다는 건 체육계의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게 잡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16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안 씨에게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을 기다려봐야겠지만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이 있지만 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고 체육계 자체 내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국회에선 지도자 처벌을 강화하는 ‘최숙현법’도 통과시켰다. 최숙현의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것을 바꿔놨다.

신동수는 SNS를 통해 잘못된 언행을 일삼았고 결국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SNS는 인생의 낭비’, 올해도 여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성기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을 했다. 이는 점점 진리처럼 적용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의 섣부른 언행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수원 삼성 최성근은 지난 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센징’이라는 표현을 해 논란을 키웠다. 발음이 비슷한 동료 조성진과 사진을 올리며 장난식으로 이름을 부른 것이었는데 특히 한일 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경솔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빠르게 사과문을 올리며 반성의 뜻을 표했으나 축구 팬들로부터 지탄을 피할 길은 없었다.

올 초엔 골키퍼 김다솔이 SNS에서 아내의 손 편지를 공개했는데 코치와 구단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들의 행동이 생각 없는 것이었다면 신동수는 인성 논란으로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2020 프로야구 신인으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신동수는 이달 초 SNS에서 수 많은 대상에게 무차별 비하 발언을 한 것이 밝혀져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단순히 주의에 그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코칭스태프와 경기 감독관과 심판, 타 구단 선배 등을 비난했고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이들의 노력을 비웃었다. 지역과 장애인을 비하했고 미성년자 성희롱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일반인들을 도둑 촬영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유사한 사례가 늘어나자 체육계 내부에선 선수들이 보다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한 보다 현실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강력한 징계 등도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유민. [사진=KOVO 제공]

 

◆ 고유민 극단적 선택-최충연 음주운전-왕기춘 미성년 성폭행 등

여자배구 선수였던 고유민은 지난 7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월 임의탈퇴로 팀을 떠났는데, 악성댓글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를 사지로 몰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후 유가족은 기자회견을 열어 전 소속팀 수원 현대건설에서 감독을 중심으로 훈련 배제 등 따돌림을 일삼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렸고 이후 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구단 권유로 계약해지서를 작성했고 이후 일방적 임의탈퇴를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 달리 자연스레 은퇴를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후 명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고유민의 죽음 이후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이 중지됐고 선수들을 향한 인격모독성 비난이나 근거 없는 루머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다.

김해고 투수 김유성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탄을 받았다. NC 다이노스 1차 지명을 받았으나 인터넷 상에 그의 악행을 지적하는 피해자 부모의 글이 퍼졌고 팬들의 공분을 샀다. 

2017년 학교에서 출석 정지를 받고 법원으로부터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을 만큼 명확한 가해사실이 있었다. NC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돕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명을 철회했다. 중고교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은 성폭행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은 지난 4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A(17) 양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또 다른 제자 B(16) 양과 10차레 성관계를 맺고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던 것이 밝혀진 것. 결국 지난달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왕기춘은 불복의 뜻을 밝혀 항소심을 이어가게 됐지만 징역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유도회에서는 왕기춘의 영구제명과 삭단(유도 단급을 삭제하는 행위)을 결정했다.

프로야구 2군에서 뛰어난 투구를 펼치던 윤영삼은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채 지난 8월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동료들과 마찰이 있었으나 그보다는 성희롱 혐의가 치명타였다. 키움은 자체 조사 결과 성희롱 사실을 확인해 내린 단호한 결정이었다.

이밖에 올초 삼성 라이온즈 최충연은 혈중 알코올농도 0.036%로 음주운전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KBO로부터 50경기, 삼성 자체적으로도 10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동안 음주운전 사례가 적지 않았고 심지어 영구결번이 확실시되던 팀 선배 박한이가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은퇴한 것을 보고도 같은 사고를 쳐 지탄을 받았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논란과 갈등 등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스포츠계는 악몽 같은 한해를 보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과 선수들의 인식 개선 등이 동반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내년엔 코로나19와 함께 각종 사건·사고들도 눈에 띄게 줄어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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