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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당선, 거꾸로 가는 아이스하키협회?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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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당선, 거꾸로 가는 아이스하키협회?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2.1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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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최철원(51) 마이트앤메인(M&M) 대표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이끌 새 수장으로 당선됐다.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결정에 파장이 예상된다.

최 대표는 17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선거에서 전영덕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동문회장을 62-20, 큰 표 차로 따돌리고 제24대 회장에 올랐다.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故(고) 최숙현 사건으로 체육계 내 폭행 관련 이슈가 크게 일었던 한해였기에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맷값 폭행'으로 죗값을 치렀던 최철원 M&M 대표가 17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당선됐다. [사진=연합뉴스]

 

최철원 대표는 이미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기업 대표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 부분 뉴스로 유명세를 탔다.

2015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불러 모아 한국 영화 역대 누적관객수 3위에 오른 베테랑의 실제 모델이다. 유아인이 분한 악역 조태오가 그 주인공. 재벌 2세 경영인으로 폭군 같은 행동을 일삼는 그가 화물기사를 폭행한 뒤 ‘맷값’을 전달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이는 최 대표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2010년 50대 화물기사 유 씨는 재직 중이던 회사가 M&M으로 인수·합병되면서 고용승계가 안 돼 1년 이상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고 이에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최종관 SK그룹 부회장의 아들인 최 대표는 유 씨를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최 대표는 자신보다 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유 씨를 엎드리게 한 뒤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 등으로 폭행했다. 유 씨는 전치 2주 부상을 입었는데, 최 대표는 ‘맷값’이라며 2000만 원을 주며 무마하려고 했다.

죗값을 치른 조태오와 달리 최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은 뒤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돼 또 한 번 논란을 키웠다. 당시 법정에서 “군대에서 맞는 ‘빠따’ 정도로 생각하고 ‘훈육’ 개념으로 때렸다”는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아이스하키협회가 최철원 회장 체제로 꾸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최 대표의 출마 소식에 체육시민연대는 반기를 들었다. 최숙현 사건 때 체육계 개혁을 강력한 요구하고 나섰던 체육시민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협회 정관과 대한체육회 규정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협회는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가 결격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며 따라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고 결국 최 대표를 회장으로 당선시켰다.

결국 돈에 좌우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선거인단은 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 대표가 협회를 위해 많은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그에게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와 사촌지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스포츠단 운영은 물론이고 체육계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최 대표를 향한 기대감도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선거 공약으로 아이스하키 전용시설 확충과 1기업 1중학클럽팀 운영 및 리그 운영, 실업팀 창단 등을 내걸었다. 한라그룹과 만도 회장인 정몽원 회장의 지원 속 많은 성과를 냈던 협회이기에 최 대표를 향한 기대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민심이 납득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 내내 체육계 폭력 근절이 대두됐던 걸 고려하면 어른들의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는 좋아질 수 있지만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한 소식이다.

체육시민연대는 최 대표의 회장 당선에 반기를 들며 "대한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 규정 26조 12항에 의거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제 대한체육회가 결정권을 지닌다. 최 대표가 회장직에 오르기 위해선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선 대한체육회가 ‘엄격한 판단’을 해주길 요청했다.

최 대표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 말 정기총회 전에 인준신청을 하고 이후 체육회의 검토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체육시민연대는 18일 오전 긴급성명을 내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현실이 됐다. 파렴치한 일을 해도 돈 들고 오는 재벌이라면 체육단체장이 될 수 있다는 수치스런 사례를 크게 남겼다”며 “협회의 정관은 허울뿐인 종잇장에 불과했고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 중요한 정관을 어겼으니 관리단체로 지정돼도 할 말 없는 아이스하키협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 규정 26조 12항에 의거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며 “만약 대한체육회가 명확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역시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이들 볼 면목 없는 나라는 아니어야 한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길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외치고 있는 체육회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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