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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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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2.18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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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브래드 피트가 분한 주인공 벤자민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더니 아기가 돼 죽음을 맞이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호평받았던 이 영화의 흥행 이후 벤자민은 ‘회춘’의 대명사가 됐는데요. 축구계에선 이 선수의 시간이 벤자민처럼 거꾸로 가는 것 같습니다.

바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9·스웨덴) 말입니다.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는 AC밀란의 명가 재건에 앞장서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1981년생 즐라탄입니다. 한국 나이 불혹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리그에서 건재함을 과시 중인 그의 생체시계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은 느리게 가는 듯도 하네요.

내년에 만 40세가 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마흔’ 즐라탄, 호날두-루카쿠와 어깨 나란히

2020~2021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는 유벤투스도, 나폴리도 아닌 AC밀란입니다. 18일 기준 팀당 12경기씩 치른 가운데 8승 4무 무패로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 있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조별리그도 1위로 통과, 32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려뒀죠.

즐라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 로멜로 루카쿠(27·인터밀란)와 함께 세리에A 득점 공동선두(10골)입니다. 호날두(8경기), 루카쿠(11경기)보다 적은 6경기만 뛰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호날두는 페널티킥 4골이 있는 반면 즐라탄은 페널티킥 2골 외 8골을 인플레이 상황에서 만들었습니다.

영국 축구전문 통계사이트 기준 경기 당 슛 5.8개를 때리고 있고, 공중볼 경합은 무려 경기당 6.8번 승리하고 있습니다. 피치를 밟았던 6경기 중 5경기에서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 선정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경기에 나설 때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셈입니다.

즐라탄은 지난 12일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 해내고 있는 일들을 하지 못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몸 상태만 잘 유지한다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신체만 건강하면 기량 저하는 없을 것'이라는 특유의 자기애가 잘 드러나죠?

리그 득점 선두에 오른 그가 AC밀란의 리그 1위 질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1999년 말뫼(스웨덴)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즐라탄은 아약스(네덜란드), 유벤투스, 인터 밀란, AC밀란(이상 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 LA갤럭시(미국) 등 20년 넘게 7개국을 넘나들며 세계최정상급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국으로 향하며 유럽을 떠났던 그는 유럽축구의 치열한 경쟁이 그리웠다는 듯 다시 돌아왔습니다. ‘우승청부사’로 통하는 그가 최근 리빌딩 과정 속에 좀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AC밀란에서 정신적지주로 뛰며 팀을 다시 높은 곳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믿을 수 없는 폼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아직 우승한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즐라탄은 이탈리아 스카이스포츠 통해 “이미 정상에 오른 팀보다 다시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 좋다. LA를 떠날 때 두려웠다면 밀란과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과 AC밀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14일 2019~2020 코파 이탈리아 4강 1차전을 앞두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친정팀 AC밀란로 돌라온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오른쪽)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유벤투스와 우승을 다투고 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 '황혼기'? 스스로 말하는 '전성기'

즐라탄은 BBC를 통해 “부상 이후 스스로 ‘축구를 하고 싶을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최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내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나는 이런 압박감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특유의 3인칭 화법 속에서 어린 친구들과 경쟁하는 이 시점 그가 정말 축구를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아직 축구를 관둘 때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더 많은 성공에 배가 고프다”며 “솔직히 예전처럼 달릴 수는 없지만 지금은 지능적으로 뛴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체 능력이 다소 저하됐고, 활동량도 줄었지만 그에 맞춰 박스 안팎에서 더 효율적인 플레이로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즐라탄은 “다른 세대 선수들과 뛰는 기분도 느낀다. 파울로 말디니를 적으로 만나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의 아들 다니엘과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그의 손자와도 같이 뛰어보고 싶지만 거기까지는 기적일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1984년 AC밀란에서 데뷔해 2009년 은퇴한 말디니는 현재 팀 전술·전략 디렉터를 맡고 있는데, 과거 AC밀란 라이벌인 유벤투스(2004~2006년), 인터밀란(2006~2009년)에서 활약한 즐라탄이 현재 '로쏘네리(AC밀란 별칭)' 유니폼을 입고 말디니의 아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즐라탄의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는 15일 이탈리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즐라탄은 앞으로 5년은 더 뛸 수 있다. 부상에서 복귀한 그를 멈춰 세울 수는 없다. 즐라탄을 미국프로축구(MLS)로 데려갔던 걸 후회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진=로이터/연합뉴스]<br>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얼마나 더 오래 정상에서 군림할까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년 넘게 유럽 빅리그에서 최고로 군림하고 있는 그의 미래는 여전히 축구계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그는 내년 여름 부로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됩니다. 올 시즌 팀 성적이 좋기 때문에 지금 같은 추세면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계약을 연장한다면 얼마나 연장할지 역시 화두로 떠오릅니다. 타구단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 역시 베제할 수 없겠네요.

그는 올 1월 AC밀란에 재입단할 당시 2년 계약을 거절하고, 스스로 6개월 단기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지난 시즌 마감이 뒤로 밀린 가운데, 현재는 1년 계약연장 옵션을 발휘한 상황이죠. 즐라탄은 지난 시즌 후반기만 뛰면서도 10골을 작렬했습니다. 

2005~2006시즌 유벤투스에서 7골을 넣은 뒤 올 시즌까지 1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 중입니다. 미국에서 뛴 2시즌을 제외하더라도 유럽 빅리그에서 13시즌 연속이니 어마어마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한국축구판 즐라탄’이라고도 할 수 있는 1979년생 이동국(41)이 23년간 이어온 현역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22년째 뛰고 있는 즐라탄의 시계가 이제는 남들따라 빠르게 흘러갈까요? 아니면 지금껏 그랬듯 느긋함을 유지할까요? 올 시즌 AC밀란과 함께 그가 다시 유럽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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