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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사' 석진욱-'4년차' 펠리페, OK금융그룹 환골탈태 선봉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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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사' 석진욱-'4년차' 펠리페, OK금융그룹 환골탈태 선봉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2.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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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근 몇 년간 남자배구 안산 OK금융그룹(구 OK저축은행)하면 그려지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시즌 초반에 강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역시 그렇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연속 중반부터 힘을 잃더니 결국 만족할만한 순위로 마치지 못했다. 올 시즌은 다를까.

OK금융그룹은 19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 한국전력을 풀세트 접전 끝에 눌렀다. 선두 인천 대한항공(승점 33)과 승점 차를 2로 좁히며 2위(12승 4패·승점 31)를 공고히 했다.

1라운드 6전 전승 이후 2라운드 두 번 졌던 OK금융그룹이 직전 경기에서 서울 우리카드에 셧아웃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날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대한항공-의정부 KB손해보험(승점 29)으로 이어지는 선두권과 2연전에 앞서 기세가 좋은 한국전력(승점 23)을 잡아낸 게 고무적이다.

석진욱 감독 부임 2년차 OK금융그룹은 자신들에게 달린 불명예 꼬리표를 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돌도사' 석진욱 감독이 OK금융그룹의 불명예 꼬리표를 떼내고자 고심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세트마다 기복이 심하지만 올 시즌 5세트까지 간 5경기 모두 승리했다. 순간 순간 흔들렸지만 승부에 대한 집념을 느낄 수 있는 대목. 

석진욱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이 너무 이기고 싶어 한다. 우리카드전 선수들 분위기를 지적한 이유가 있다. 너무 이기고 싶다보니 승부처에 선수들 얼굴이 굳어져 있다. 오늘은 선수들에게 거듭 '웃으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고 돌아봤다. 

5세트 13-12에서 석 감독은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올 시즌 서브 1위 카일 러셀의 서브 때 흐름을 끊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송명근 등 선수들에게 “왜 안 웃어?”라는 말로 분위기를 풀어줬다. 이날 송명근, 진상헌을 비롯한 OK금융그룹 선수들은 득점 때마다 평소보다 더 격하고 신나게 세리머니를 하며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현역 시절 '돌도사'로 통했던 석 감독다운 차분함과 담대함으로 선수들 심리를 다스린다. 지난 시즌 5연패에 빠졌을 때도 "5연승을 했듯이, 5연패를 한 것 뿐"이라는 말로 의연하게 대처했던 그다.

외국인선수 펠리페(왼쪽 두 번째)가 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아직 3라운드를 치르고 있을 뿐이긴 하나 순항하고 있다.

석진욱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하면서 좋아진 것도 있다. 시몬 이후 팀 중심을 잡아주는 외국인선수가 없었는데. 올해는 펠리페가 잡아주고 있다”면서 “지난 2년 연속 초반에 잘하다 중반 이후 떨어지다 보니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선수들 역시 많이 신경 쓰다보니 부담을 느껴 힘이 들어가게 된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V리그에서만 벌써 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펠리페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갖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는 아니지만 준수한 공격력과 성실성이 보장된 선수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를 거치면서 범실을 많이 줄였고, 이제는 팀에서 정신적지주 역할까지 하고 있는 첨언이다.

이날은 52.83%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35점을 몰아치며 트리플크라운(서브, 블로킹, 후위공격 각 3개 이상)을 달성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5세트 63.64% 성공률로 7점을 냈다.

석 감독은 “펠리페 역시 승부욕이 상당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다. 오늘 공격을 많이 해 체력 문제가 있지 않을까 중간에 교체도 해주면서 안배도 하고, 다른 공격루트도 찾아봤다”면서 “5세트 들어가기 전 세터 이민규에게 주문했다. ‘오늘 펠리페가 좋고, 레프트가 떨어진다. 레프트는 리시브에 집중케 하고, 펠리페와 속공을 이용하자’고 할 만큼 최근 펠리페 몸 상태가 좋다”고 칭찬했다.

펠리페는 “석진욱 감독이 나를 믿어줘서 행복하다. 신뢰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펠리페(가운데) 역시 책임감을 느끼면서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OK금융그룹은 그에게 V리그 4번째 소속팀이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소임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지난 세 시즌과 비교하면 이전에는 외인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면, 석 감독은 리더 역할까지 부여하고 조언해준다. 선수들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펠리페는 아직 V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에서 정규리그 1위를 달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된 탓에 챔피언 칭호는 얻지 못했다. 그는 올 시즌 목표로 두 가지를 꼽았다. 기복 없는 플레이 그리고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

OK금융그룹은 올 시즌 5세트까지 가면 모두 이겼다. 하지만 다르게 풀이하면 그 전에 끝낼 수 있었던 경기도 많았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기복을 줄이는 게 지난 두 시즌보다 나은 시즌을 꾸리는 원동력이 될 터.

펠리페는 “시즌 전부터 선수들에게 역설했던 점이기도 하다. 우리 팀 장점이 단기 집중력이 좋다는 건데, 그 점을 더 살려야 한다”고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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