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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항명'-라자레바 '태업'? 어쩌면 예견됐던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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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항명'-라자레바 '태업'? 어쩌면 예견됐던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2.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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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올 시즌 프로배구 외국인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기량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남자배구 알렉스 페헤이라(29·서울 우리카드·포르투갈)와 여자배구 안나 라자레바(23·화성 IBK기업은행·러시아)가 경기 중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가 논란이 됐다.

알렉스는 30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의정부 KB손해보험과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감독에 항명에 가까운 행동을 해 지탄받고 있다. 

이날 우리카드는 케이타를 앞세운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1, 2세트를 쉽게 내줬고, 3세트도 7-11로 끌려갔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케이타의 강서브에 고전하고 있었다. 신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서브 리시브를 소홀히 한 알렉스에게 리시브 라인에서 빠질 것을 주문했다. “서브 캐치할 때 알렉스는 나가 그냥. 캐치를 (왜) 그렇게 해”라고 했는데, 알렉스가 기분 나쁘다는 듯 코트를 향해 돌아서며 등을 보였다. 이후 작전타임에 참여하지 않고 겉 돌다 코트로 진입했다.

우리카드 알렉스(왼쪽 첫 번째)가 작전타임 도중 항명이라도 하듯 신영철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사진=KOVO 제공]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의 돌발행동에 “야!”라고 소리쳤고, 리베로 장지원 등 동료들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장면은 그대로 KBSN스포츠 중계를 탔다. 신 감독은 이후 알렉스를 잠시 경기에서 빼기도 했다. 앞서 4연승을 달린 우리카드는 결국 세트스코어 0-3 완패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뒤늦게 나타난 그는 “선수단과 미팅을 하느라 늦었다. 죄송하다"면서 "알렉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우리 팀에 필요 없다’고 했다. '계속 감정을 표출할 거면 배구를 하지 말라' 했다. 선수라면 승패를 떠나 기본을 갖춰야 한다. 기술은 그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공수를 겸비한 알렉스는 실력에선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공격에 치중하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리시브까지 겸하는 윙 스파이커(레프트)를 가리지 않고 V리그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나경복이 부상으로 빠지자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옮겨 팀 상승세를 견인했다. 그 덕에 올 시즌 3라운드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다소 다혈질적인 성격에 우려도 따랐다. KB손해보험에서 뛰던 2017~2018시즌에도 작전타임 도중 권순찬 전 KB손해보험 감독 지시에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 대열에서 이탈해 벤치에 앉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는 자신의 플레이가 답답해 스스로 화를 낸 것이라 해명했다.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일단 잘못을 인정했다. 미팅을 소집해 다시 한 번 주의를 줘야 할 것 같다”며 “알렉스 (성격을) 잡느냐 여부에 앞으로 팀 분위기와 성적이 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주포 라자레바가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KOVO 제공]

같은 날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서울 GS칼텍스 맞대결에선 라자레바의 태도가 문제가 됐다.

IBK기업은행 주포 라자레바는 이날 경기 내내 성의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공격 의욕을 잃은 듯 보였고, 수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평소와는 분명 달랐다. 결국 2세트 초반 경기에서 배제됐고, 3세트 이후 웜업존에서 팔짱을 낀 채 남의 경기를 보듯 냉소적인 태도로 임했다.

이날 경기 앞서 주전 세터 조송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로 검사를 받는 바람에 결장했다. 대신 선발로 나선 백업 세터 김하경, 이진과 라자레바의 호흡은 그리 좋지 않았다. 라자레바의 플레이는 무기력했고, 이날 2점(공격성공률 11.76%)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긴 채 코트를 떠났다.

라자레바는 지난 26일 수원 현대건설전(38점)까지 맹활약하며 IBK기업은행의 2위 싸움에 앞장섰다. 외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이름값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점유율 탓인지 최근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표정에 활력을 잃어 팬들의 걱정을 샀다.

득점 3위(446점)에 올라있는 그는 올 시즌 평균 공격점유율이 40.96%에 달한다. 특히 지난 23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전 팀 공격의 45.20%를 책임지면서 43점, 사흘 뒤 현대건설전에서도 43.26%를 부담하면서 38점을 냈다. 이어 또 다시 나흘 만에 열린 경기에서 평소보다도 어려운 공이 자주 올라오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우재(오른쪽 두 번째) 감독은 이날 "라자레바가 보여준 태도를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KOVO 제공]

경기를 마치고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주전 세터가 빠졌고, 다른 김희진, 표승주 등 다른 국내 주축 선수들 활약이 미진하기도 했다. 상황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나 팀 에이스로서 책임감이 결여됐던 데 아쉬움을 나타낸 것.

한편 팬들 사이에선 신영철 감독과 김우재 감독이 외인을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펠리페(안산 OK금융그룹)가 부상으로 2경기가량 결장하자 방송 인터뷰를 통해 펠리페의 출전 의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외인을 소모품처럼 생각하는 듯 보이는 그의 태도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우재 감독이 이날 경기 끝나고 한 인터뷰를 접한 팬들 역시 같은 점을 꼬집는다. 그동안 백업 세터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고, 라자레바의 점유율을 낮추지 못한 반면 이날 패배 원인을 라자레바 태도에서만 찾았다는 비판이다.

우리카드는 내년 1월 3일 역시 상승궤도에 오른 수원 한국전력과 홈경기를 벌이고, IBK기업은행은 2일 김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반전을 꾀한다. 두 사령탑이 각각 알렉스, 라자레바와 다시 마음을 모을 수 있을까. 두 팀이 분위기를 추슬러 남은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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