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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복 '부활'+알렉스 '속죄' 우리카드, 궤도 올랐다 [남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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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복 '부활'+알렉스 '속죄' 우리카드, 궤도 올랐다 [남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1.07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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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나경복(27)이 부상을 딛고 부활을 알렸고, 이른바 ‘항명’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외국인선수 알렉스(30·포르투갈)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뒤 속죄하듯 맹활약했다.

우리카드는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안산 OK금융그룹과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챙겼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완벽한 경기내용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6경기 5승 1패. 지난달 30일 선두 의정부 KB손해보험과 원정경기에서 알렉스가 신영철 감독 작전지시에 불만을 표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한 와중에 셧아웃 완패를 당한 우리카드. 일주일여 충분한 휴식 뒤 맞은 새해 첫 홈경기를 셧아웃 승리로 장식, 봄 배구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승점 3을 보탠 우리카드는 11승 9패(승점 33) 4위를 지키며 3위 OK금융그룹(승점 35)을 바짝 추격했다. 한 경기 덜 치른 5위 수원 한국전력(승점 28)과 격차도 벌렸다. 선두그룹을 형성한 3개 팀이 나란히 패배한 가운데 4위 우리카드가 상승세를 이었다. 후반기 상위권 판도가 더 흥미로워 질 전망이다.

우리카드가 OK금융그룹을 잡고 상승세를 이었다. 선두권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시즌 초 세터진 부진으로 부침을 겪었다. 1라운드 2승 4패, 2라운드 3승 3패를 거뒀다. 지난 시즌 1위팀치고는 아쉬운 성적임에 분명하다.

설상가상 나경복이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알렉스를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돌린 뒤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경기력이 올라오자 세터 하승우도 자신감을 얻었고, 3라운드 5승 1패 호성적을 냈다. 유일한 패배 역시 트레이드 뒤 전력이 급상승한 한국전력과 맞대결에서 풀세트 끝에 당한 패배였다. 3라운드 전 경기에서 승점을 따낸 것. 

알렉스는 3라운드 훨훨 날았고, 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그 과정에서 나경복이 돌아왔다. 상승세에 한층 탄력이 붙는가 했는데, 평소 다혈질로 잘 알려진 알렉스가 KB손보와 4라운드 첫 경기에서 신영철 감독 지시에 대놓고 불만을 표해 논란이 됐다.

다행히 일주일 동안 우리카드는 분위기를 잘 추슬렀다. 경기 앞서 신 감독은 “알렉스가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나한테 미안할 것 없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스(왼쪽)가 속죄하듯 맹활약했다.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에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경기나 훈련에서 보여주면 된다. 나와 함께하려면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탁한다”고 일렀고, 알렉스는 이날 경기에서 속죄하듯 실력을 뽐냈다. 1세트에만 10점을 뽑아내며 총 20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83.3%. 서브에이스 2개와 블로킹 3개로 트리플크라운급 활약을 보여줬다.

알렉스는 중계사 SBS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저번 경기에서 아쉽게 졌다. 짧은 휴식기 동안 부족한 점을 보완했고, 승리해 좋다"면서 "(KB손보전 행동에 대해) 모든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나를 잘 알고 있다. 감독님이나 선수들 중 누군가에 대한 행동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화가 나 나온 행동이었다. 모든 이들에게 사과를 전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호재는 나경복의 부활. 

신 감독은 경기 전 “(나경복의) 컨디션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 잘 됐을 때와 안 됐을 때를 비교해 분석했다. 올 시즌뿐 아니라 다음 시즌도 있기 때문에 제자리걸음이 되지 않으려면 더 발전해야 한다. 본인도 잘 받아들여서 조금씩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다”며 기대했다.

나경복(오른쪽)이 부상 복귀 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열에 돌아온 후 윙 스파이커(레프트)로 뛰고 있는 나경복은 이날 18점(공격성공률 58.33%)을 생산했다. 부상 복귀 후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그간 제기됐던 우려를 씻어냈다. 1세트 리시브효율 50%를 기록하는 등 37.50%로 공수 양면에서 기둥 역할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신영철 감독은 "(나경복의) 공격보다는 리시브에서 좀 더 만족하고 있다. 공격은 좀 더 올라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몸 상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경복 역시 "(복귀 후) 해야할 때 못해준 것에 미안했다. 못했을 때는 생각이 많아졌는데, 다들 믿어줘서 책임감 갖고 보강 훈련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됐다"며 "감독님께서도 경기에 들어가면 재밌게 즐기라고 해주신다. (다음 상대) 인천 대한항공이 잘하고 있는 팀이긴 하나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이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우리카드는 직전 시즌 중후반 10연승을 달성하는 등 날아오른 덕에 1위로 마칠 수 있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를 부탁하자 "지난 시즌에는 전부 좋았다. 올해도 나만 더 잘하면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카드는 오는 12일 2위 대한항공(승점 38)을 만난다. 4경기 연속 5세트 경기를 벌인 끝에 3연패에 빠진 대한항공은 외인 없이 고전하고 있다. 사흘 간격으로 계속 경기 중인 터라 우리카드가 상위권으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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