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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골로 증명, 주사위는 발렌시아로 [해외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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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골로 증명, 주사위는 발렌시아로 [해외축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1.0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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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강인(20·발렌시아)이 해냈다. 출전기회에 불만을 품고 이적을 희망하고 있는 이강인은 왜 자신이 피치 위에 있어야 하는지를 증명했다. 이젠 발렌시아가 답할 차례다.

이강인은 8일(한국시간) 스페인 무르시아 예클라 라 콘스티투시온에서 열린 예클라노 데포르티보(3부)와 2020~2021 코파 델 레이(국왕컵)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7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12경기(리그 11경기)만의 마수걸이 골.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활용치 않던 하비 그라시아 감독의 마음에도 동요가 일까.

이강인이 8일 46일 만에 선발출전한 예클라노 데포르티보와 코파 델 레이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다. [사진=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강인은 성인팀에 올라온 뒤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피터 림 구단주는 이강인을 각별히 생각하며 많은 기회를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여러 차례 감독이 바뀌면서도 그의 입지엔 큰 변화가 일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오른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중용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으나 정작 시즌에 돌입하자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첫 경기부터 2도움을 올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음에도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선발출전은커녕 교체로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이강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1분이었다.

불만이 커지던 상황. 새해를 맞아 이강인 입지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5일 카디스와 스페인 라리가 경기에서 전반 초반 교체로 투입돼 64분을 뛰었던 이강인은 이날 46일 만에 선발로 나섰다.

4-2-3-1 전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강인은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 넓고 자유롭게 움직였다. 

맹활약하며 팀의 대승을 이끈 이강인(가운데)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사진=발렌시아 공식 트위터 캡처]

 

초반부터 골로 답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된 공이 마누엘 발레호의 발을 빗맞고 흘러 나오자 이강인은 왼발로 터치한 뒤 오른발로 깔끔히 마무리했다. 익숙하지 않은 오른발로 골을 터뜨린 것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더 폭 넓은 활용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

전반 34분 소브리노의 추가골 때 시발점 역할을 한 이강인은 후반 16분 교체아웃될 때까지 넓은 시야를 활용해 좌우로 벌리는 패스를 뿌렸고 골문의 동료들에게도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넣는 등 공격을 조율했다. 경기 후 발렌시아는 구단 SNS를 통해 이강인을 경기 최우수선수(MOM)으로 선정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부터 출전기회 부족을 이유로 공공연히 이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골든볼(대회 MVP)을 수상할 정도로 각광을 받았으나 정작 팀에선 경기에 나설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 레알 소시에다드 등에서 이강인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온다. 발렌시아는 여전히 이강인을 팀의 미래로 생각하며 재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이강인은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사진=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br>
이적을 원하고 있는 이강인(가운데)은 이날 골로 더 유리한 입장에 오르게 됐다. [사진=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강인을 잡기 위해선 우선 그라시아 감독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조짐은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카디스전 이후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은 중요한 선수”라며 “왜 그런지는 실력으로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고 이날은 선발로 내보냈다. 이강인은 곧바로 증명해냈다.

만약 이강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더 늦기 전에 풀어주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이강인과 발렌시아의 계약기간은 내년 6월까지인데, 바이아웃은 무려 8000만 유로(1073억 원)에 달한다. 현재로선 이강인을 위해 이 금액을 투자할 팀이 없다. 

이강인의 마음을 돌릴 자신이 없다면 재계약을 포기하고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발렌시아로서도 조금이라도 이적료를 챙기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발렌시아는 17위로 강등권에 처져 있다. 최근 폼이 좋은 이강인을 배제할 여유가 없다. 이날 골을 시작으로 이강인이 활약을 이어간다면 ‘갑’의 입장에 올라설 수 있다. 출전기회를 보장받든, 이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위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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