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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임, 무거운 과제 안고 나아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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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임, 무거운 과제 안고 나아갈 길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1.19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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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연임엔 성공했으나 완벽한 성공이라고 보기엔 분명한 과제가 남았다. 이기흥(65) 대한체육회장이 향후 4년간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기흥 후보는 18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1974표 중 915표를 획득해 46.4% 득표율로 당선됐다.

4년 전(63.49%)보다 크게 높아진 투표율 90.97%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나타내준다. 이 당선인의 득표율은 그를 향한 기대감과 동시에 실망감도 나타내주는 수치다. 절반이 넘게 그에게 반대표를 던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8일 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과 선수, 지도자, 동호인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은 강신욱 후보에게 507표(25.7%), 이종걸 후보에게 423표(21.4%), 2번 유준상 후보가 129표(6.5%)를 던졌다. 당초 논의됐던 ‘反(반) 이기흥’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이 회장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었다.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아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이기흥 회장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카누연맹 회장, 2010년부터 2016년 초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역임하고 4년 전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에 올랐다.

2016년 초대 통합 체육회 수장으로 뽑힌 이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로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르는 데 앞장섰다. 2019년 6월엔 한국인 역대 11번째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돼 한국 스포츠 외교력의 신장에도 힘을 더했다.

그러나 밝은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재임 기간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등과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3종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으로 이기흥 회장의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인사 또한 지극히 편협한 시각으로 특정 인맥에 집중되며 비판을 샀다.

(성)폭행과 지도자 갑질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정부는 체육계 자정 능력에 기대를 접고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발족해 체육계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기까지 했다.

후보들간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당선을 장담치 못했을 만큼 反이기흥 정서가 강했던 선거였다.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육인 출신 강신욱, 정치인 출신 이종걸 두 후보가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키 선수, 지도자, 단국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를 지낸 강신욱 후보는 ‘유일한 체육인’으로서 전문성을 앞세우며 한국 체육의 악습을 체육인만이 고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농구협회장을 지낸 5선 국회의원 출신 이종걸 후보는 선거 막판 1조 원의 자금을 마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통 받는 체육인들에게 1000만 원씩 피해 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 재원 조달 방법이 빠져 있는 등 다소 허황돼 보이는 공약이었음에도 적지 않은 득표율은 체육계의 절실함을 대변해줬다.

그만큼 한국 체육의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컸음에도 유준상-강신욱 단일화, 이종걸-강신욱 단일화 협상이 각각 무산되며 이기흥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물론 어부지리라고만 볼 수는 없다.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은 그를 향한 기대감 또한 나타낸다. 정부와 정치권은 스포츠혁신위원회 발족 과정 등에서 체육인들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혁신 과제를 밀어붙였고 이 회장은 체육인들을 대변해 점진적인 변화와 개혁으로 맞섰다.

특히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체육회의 분리를 추진하는 정부의 방침에 이 회장은 통합 유지로 반기를 들었다. 총리실 산하 국가체육위원회 구성을 정부와 협의하고 체육인들의 뜻을 모아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체육회의 분리·통합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표심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선 후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꽃다발을 전해받고 있는 이기흥 회장. [사진=이기흥 선거캠프 제공]

 

이기흥 회장은 당선 인사에서 “대한민국 미래 체육의 100년은 오늘부터 시작됐다”며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제가 말씀드린 공약과 선거인 여러분들의 말씀을 정책에 반영해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폭력과 갑질 문화 등 역시 체육계에 만연한 악습을 타파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체육인 교육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체육인 인성 교육을 다음 임기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체육인 복지증진과 일자리 확충, 전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의 선순환 구조 마련, 체육 지도자의 직업 안정성 확보를 꼭 이뤄내겠다”고도 강조했다.

4년 연임으로 정년(70세)까지 IOC 위원으로 활약하게 된 그는 “스포츠 외교 강화 및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말했다.

그간 바뀐 체육회 정관에 따라 직무 정지 상태로 선거를 치렀던 이 회장은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체육회 업무에 곧바로 복귀한다. 많은 과제를 떠안은 만큼 더욱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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