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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오승인, 여자농구가 원했던 '스타'가 될까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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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오승인, 여자농구가 원했던 '스타'가 될까 [WKBL]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1.25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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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근 여자프로농구(WKBL) 화제의 인물은 단연 오승인(21·아산 우리은행)이다. 특히 청주 KB국민은행과 맞대결에서 국내 최고 센터 박지수를 상대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외모로 주목받았는데, 이번에 실력에서도 스타성을 보여준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B와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 엠(Liiv M) WKBL 5라운드 방문경기에서 79-76으로 이겼다. 오승인은 21분 57초를 뛰며 2점 4리바운드에 어시스트와 블록슛을 1개씩 곁들였다. 공격에서 이렇다 할 활약은 없었지만 수비에서 박지수의 위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 몫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경기를 마친 뒤 “(오)승인이가 수비에서 생각 외로 잘 해줬다”면서 “오늘 이긴 것보다 오승인을 앞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서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정도.

오승인(오른쪽)이 여자농구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청주여고를 졸업한 2000년생 키 183㎝의 포워드 오승인은 지난해 1월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첫 시즌에는 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 탓에 출전하지 못했고, 올 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올스타브레이크를 맞아 최은실과 김소니아의 백업으로 기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로테이션 폭을 넓히는 효과를 꾀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파워는 아직 부족하지만 긴 팔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비를 벌였다. 

처음에는 기량보다 외모로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승인을 다룬 사진기사들이 넘쳐났고,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인스타’가 따라올 만큼 얼굴로 먼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날 KB전은 우리은행에게 우승 분수령과 같은 경기였다. 선두 KB에 1.5경기 차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5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패배할 경우 승차가 더 벌어져 정규리그 역전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상황이었다. 이날 승리 덕에 격차를 좁혔고, 25일 현재 KB(17승 5패)에 0.5경기 뒤진 2위(17승 6패)로 우승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신인이 20분 넘게 출전, 제 몫을 해냈다. 오승인 혼자 막은 것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선수가 없는 올 시즌 전 경기 더블더블을 달성한 박지수를 4쿼터 무득점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결국 그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오승인(오른쪽)이 박지수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얼굴을 알렸다. [사진=WKBL 제공]

오승인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박지수의 4쿼터 무득점 소식을 전하자 “정말요?”라고 되묻고는 “제가 (박)지수 언니보다 힘이 부족해서 최대한 공을 못 잡게 하려고 몸싸움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시간을 출전한 그는 “얼떨떨하다. 사실 1쿼터부터 투입될 줄은 몰랐다. 사실 막판 중요한 때 나에게 공이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그래도 언니들이 좋은 찬스를 만들어줘서 득점도 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청주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나온 그는 이날 청주 원정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부모님께서 일 때문에 바쁘신데 그래도 제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하시며 경기를 계속 틀어놓고 보신다”며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오늘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해주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자신의 인기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을 묻자 “‘네가 그 정도 얼굴은 아니다’라고 하셨다‘면서 나도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했다.

박지수는 이틀 뒤 열린 부천 하나원큐전에선 분풀이라도 하듯 30점 24리바운드로 30-20을 달성했다. WKBL 역대 세 번째 나온 대기록. 그는 우리은행전을 복기하며 ‘오승인이 잘했고, 나는 그날 부족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오승인의 그날 활약을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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