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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야구로 무얼 할 수 있을까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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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야구로 무얼 할 수 있을까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1.26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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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앞으로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

정용진(53)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 때 남긴 말이다. 정 부회장은 경쟁 대신 상생과 그로 인한 시너지를 택했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은 25일 “SK텔레콤과 프로야구를 비롯해 한국 스포츠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 추진설을 인정했다.

신세계와 구체적 주체가 될 이마트는 프로야구단과 함께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에 나섰다. 운영주체는 이마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갑작스런 SK 와이번스 인수 소식에 프로야구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신세계와 정용진 부회장, SK 와이번스 등 관련 키워드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차트를 장식하고 있다.

2019년 또 다른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가 매각설에 휘말렸을 때 포브스코리아는 그 가치를 1907억 원으로 매겼는데, SK 와이번스가 재정난에 시달렸던 것도 아니었고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내보인 것을 고려하면 구단 가치는 2000억 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과거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테마파크, 야구장 등과 경쟁 관계에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도 경기도 화성에서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을 진행하며 시너지 효과를 꾀했다. 나아가 프로야구단까지 인수하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로야구 구단은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 수익에 비해 지출이 많은 적자 경영을 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인수 가격은 2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홍보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어려움을 겪던 오프라인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로야구 관중 60%는 20~30대. 온라인 쇼핑이 익숙한 이들에게 이마트를 알리며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큰 씀씀이를 보이는 연인들은 물론이고 가족단위 프로야구 팬들을 사로잡을 경우 직접적인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볼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이마트와 스타벅스 라이브 방송 출연, SNS 활용 등으로 소통을 통한 기업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프로야구단은 또 다른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이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원팀 정신’을 강조했던 정 부회장이다. 프로스포츠단 운영은 기업에 조직력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지만 신세계그룹이 여자 축구 후원말고는 스포츠 팀에 직접적으로 뛰어든 게 없다는 면에서 어찌보면 스포츠단 운영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네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SK 와이번스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며 이마트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을 모기업으로 운영 중인 자이언츠와 유통업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기대요소다. 프로스포츠에서 라이벌 관계는 흥행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더불어 새로 팀을 만들며 선수보강 등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케 만들기도 한다.

다만 자칫 돌아설 수 있는 SK 와이번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와이번스는 재정난에 허덕이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해 2000년 창단한 구단이다. 또 한 번의 변화에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2000년대 왕조를 구축하는 등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강팀이었기에 팬들의 상실감은 더욱 클 수 있다. 새로운 이름, 유니폼을 접해야 하는 팬들의 당혹감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정 부회장과 이마트하기에 달렸다. 신생팀이기는 하나 NC 다이노스라는 좋은 예가 있다. NC는 선수 보강과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창단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 됐다. 상황은 훨씬 좋다. 이미 수준급 선수들을 갖췄고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최주환과 불펜투수 김상수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이탈하는 팬들도 생겨날 것이고 기존 팬들 또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성적과 함께 아낌없는 투자, 적극적인 소통 삼박자가 갖춰진다면 이마트는 빠른 시일 내에 팬들에게 친숙하고 사랑 받는 이름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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