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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 야구단 통큰 공약, 반감 지워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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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 야구단 통큰 공약, 반감 지워낼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1.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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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KBO리그(프로야구) SK 와이번스를 1352억 원에 인수한다.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야구단 지분 100%를 인수한다. 연고지는 그대로 유지하며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 전원 고용 승계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 2012년 여자프로농구(WKBL) 출범 때부터 운영해온 부천 신세계 쿨캣 해체를 선언하며 충격을 자아냈던 신세계라 따르는 우려 역시 상당하다. 당시 신세계는 일전에 언질 하나 없이 보도자료 하나로 ‘접는다’는 표현을 쓴 기업이다. 일부 체육계로부터 눈총을 받는 이유다.

일명 ‘신세계 야구단’의 탄생은 스포츠 애호가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리는 꿈과 맞닿아있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수년 전부터 온·오프라인 사업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한 카드로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몇 가지 통 큰 공약이 들려온다. 신세계그룹에 지난 2012년 여자프로농구단을 해체한 과거를 뒤로 하고 기존 SK 와이번스의 충성심 높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신세계그룹의 비전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반감마저 지워낼 수 있을까.

신세계그룹 이마트(왼쪽)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한다. [사진=연합뉴스]
신세계그룹 이마트(왼쪽)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한다. [사진=연합뉴스]

◆ 이마트 야구단 인수는 정용진 승부수

신세계그룹의 와이번스 인수가 의외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잖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성 낮은 사업을 잇달아 정리해왔는데, 일견 유통업과 관련이 적어 보이는 프로야구단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야구팬과 그룹 고객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 확장’을 꾀할 수 있고, 야구팬들이 모바일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시장 주도적 고객층과도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당장 큰 수익이 나는 모델은 아니지만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 창출 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는’ 야구를 넘어 ‘즐기는’ 야구로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에 나섰다. 운영주체는 이마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SK 와이번스 인수는 스포츠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정용진 부회장의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식품 등 여러 부문에서 야구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팬들이 ‘신세계 팬’이 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팬과 지역사회, 관계기관 의견을 수립해 돔을 비롯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구단주가 될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점에 앞서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체험형 유통 시대를 예고했던 일이 오버랩된다.

팬심을 얻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역시 재밌는 야구를 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좋은 선수를 발굴·육성하고 선수단 기량 향상을 돕기 위해 훈련시설을 확충하는 등 시설 개선에도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신세계그룹은 내달 23일 인수 본 계약을 체결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 인천광역시 등과 실무 협의를 최대한 빨리 끝내 3월에는 새 구단을 정식 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창단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으며 구단명과 엠블럼, 캐릭터 등도 조만간 확정한다. 어수선했던 야구단도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선수단은 2월 1일부터 제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와이번스 안방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이제 이름이 바뀐다. [사진=연합뉴스]
와이번스 안방 문학경기장 정식 명칭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돔구장 건립도 현실화될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 돔구장과 추신수?

신세계그룹은 “명문 SK 와이번스 역사를 계승하는 것을 넘어 인천 야구,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팬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구단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성장 비전을 마련하고 로드맵에 맞춰 차질 없이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유통업계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채널 생존을 위해서 ‘고객과 접점을 확대, 고객 경험을 확장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야구단은 이런 경영철학 실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실질적인 예를 들면 홈구장 인천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관객들이 신세계그룹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각종 채널 중계를 통해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고, 야구장 시설을 활용한 직간접적 홍보가 가능하다. 이마트는 앞서 문학경기장에 바비큐를 즐기며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이마트 바비큐 존’을 만든 바 있다.

나아가 이마트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돔구장 건립’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구상에 돔구장 건설 역시 포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에 돔구장은 키움 히어로즈가 안방으로 삼고 있는 고척돔뿐이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 돔구장 건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건 없다. 항간에선 이마트가 인천 청라지구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스타필드를 돔구장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추신수의 거취가 오리무중이다. [사진=AP/연합뉴스]
한 매체에선 추신수 영입 가능성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에 대해 인천시 측은 “돔구장을 연계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파크가 생기면 시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부지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마트 측 역시 “돔구장 건설은 야구 발전을 위한 상징적 플랜으로, 당장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해 창단한 와이번스는 지난 21년 동안 4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명문 반열에 올랐다. 지난 시즌 9위로 마쳤지만 대표이사, 단장, 감독을 모두 바꿨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주환, 김상수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한 매체는 스포츠에 발을 들인 신세계가 파격적인 영입행보로 그 출발을 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2007년 KBO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국내로 들어올 경우 와이번스에서 뛰게 된 추신수를 품을 수도 있다는 것.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계약을 마친 뒤 FA가 된 그가 한국에선 상품성이 여전히 대단하다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영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돔구장과 추신수 영입 모두 아직은 모두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지 않은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 신세계가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청사진을 완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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