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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세ㄴ터' 이다영의 눈물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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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세ㄴ터' 이다영의 눈물 [여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1.27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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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배구 인천 흥국생명이 난적 서울 GS칼텍스를 제압하고 또 다시 라운드 전승을 달렸다. 특히 불화설 중심에 섰던 주전 세터 이다영(25)이 ‘세ㄴ터(세터+센터)’ 별명에 걸맞은 활약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지난 마음고생을 털고 기쁨을 만끽했다.

흥국생명은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4라운드 여자부 홈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로 눌렀다.

17승 3패(승점 49). 2위 GS칼텍스(13승 7패·승점 37)에 승점 12 앞선 압도적 선두로 5라운드에 돌입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3라운드 위기를 맞았다. GS칼텍스전에서 외국인선수 루시아가 어깨 부상을 입으면서 패한 뒤 이재영과 이다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결장하면서 연패에 빠졌었다.

[인천=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이다영(왼쪽)이 맹활약하며 흥국생명의 5연승에 앞장섰다.

설상가상 이다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누군가를 저격하는 듯한 게시물을 남긴 뒤 불화설이 제기됐다. 김연경은 팀 분위기가 좋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다영은 불화설 원흉으로 지목 받으며 팬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고, 경기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다영과 김다솔의 출전시간을 분배하는 등 이다영의 멘탈 관리에 나서야만 했다. 코트 위 밝은 표정과 특유의 흥은 그의 상징과도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감을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다영은 서서히 살아났다. 박 감독은 “우리팀 주전 세터는 이다영”이라는 말로 이다영이 회복되기를 바랐고, 기대에 부응했다. 이다영과 함께 흥국생명은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슬렀고, 결국 4라운드 전승을 달성했다.

이날 이다영은 블로킹을 6개나 생산하며 8점을 기록했다. 여자부 역대 세터 포지션 한 경기 최다블로킹 기록이다. 이재영(29점)-김연경(21점)-김미연(13점)으로 구성된 국내파 삼각편대를 고루 활용한 것은 물론 본인도 장신(179㎝) 세터 이점을 살려 장기를 뽐냈다. 고비 때마다 블로킹을 잡았고, 네트 위에 오른 소유권이 불분명한 공을 점수로 연결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인천=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이다영이 장점을 발히했다.

외인 루시아 이탈 이후 흥국생명은 김미연(177㎝)이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뛰고 있다. 서브와 수비에 강점이 있는 김미연이지만 키 195㎝ 루시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한다. 이다영의 토스는 상대적으로 이재영과 김연경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까지 중앙이 강한 수원 현대건설과 국가대표팀에서 미들 블로커(센터)를 적극 활용하며 토털배구를 이끈 이다영이지만 흥국생명에선 많은 고민과 마주해야 했다. 김연경의 공격성공률이 높지만 김연경만 이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중앙 공격을 활성화해야하는 과제와도 직면했다.

큰 기대치보다 아쉬운 활약 그리고 내외부 잡음으로 이다영은 흔들렸다. 이날 중계방송사 KBSN스포츠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이다영을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다영은 “3라운드부터 외인이 빠진 뒤로 정말 힘겹게 이기는 것 같다.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고, 특히 (김)연경 언니, (이)재영이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승점 3을 따게 돼서 너무 기쁘다. 블로킹은 제 장점이기 때문에 잘 살린 것 같다”는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날 흥국생명은 1세트를 내주면서 시작했는데, 이다영은 분위기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그는 “레프트 비중이 너무 많기 때문에 2세트부터는 센터 점유율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시도했는데 잘 풀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미희 감독도 이동공격에 강한 김나희를 투입해 GS칼텍스 블로커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이다영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사진=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이다영의 토스가 왼쪽 날개 김연경과 이재영의 오픈공격에 치중된다는 점은 김연경도 보완해야 할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연경은 “4라운드에서 중앙 백어택이 줄어든 점은 다양한 득점을 위해서도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다영 말과 맥락이 같다. 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터다.

인터뷰 시작 전부터 이다영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인터뷰 도중 재차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숙자 배구 해설위원이 눈물의 의미를 묻자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좀 잘 안됐는데, 재영이도 연경 언니도 많이 도와줘서 그것 때문에 너무 미안해 눈물이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만 잘하면 되니 (공격수들에게) 바라는 건 없다.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플레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숙자 위원은 "세터가 정말 힘든 포지션인 걸 누구보다 잘 안다"며 이다영에게 흥국생명에서 보여주고 싶은 색깔을 묻자 "아직 색깔까지는 생각이 안 들고, 빨리 (팀에) 녹아들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다영이 그간 겪은 마음고생은 물론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까지 묻어난 인터뷰였다. 이날 올스타 28인에 선정된 그는 팬들에게 "항상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버티고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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