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3-09 16:23 (화)
여자농구 전주원-축구협회 홍은아·신아영, 유리천장 깬 배경 [SQ초점]
상태바
여자농구 전주원-축구협회 홍은아·신아영, 유리천장 깬 배경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1.28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농구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대한민국농구협회(KBA)와 한국 축구 전반을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KFA)가 같은 날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전주원(49) 아산 우리은행 코치는 한국 올림픽 사상 단체 구기종목 첫 한국 여성인 사령탑으로 본선 지휘봉을 잡게 됐고, 홍은아(41) 이화여대 교수는 KFA 첫 여자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신아영(34) 아나운서가 KFA 이사진에 합류한 게 화제다.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을 동시에 얻고 있을 만큼 이번 KFA 집행부 라인업 또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평가다.

전주원(오른쪽) 신임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미선 코치. [사진=연합뉴스]

◆ 농구협회 “올림픽 사상 첫 단체 구기종목 여성 감독 선임”

KBA는 27일 진행된 2020년 결산이사회에서 전주원 감독, 이미선(42) 코치를 2021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과 코치로 선임했다.

지난해 12월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지도자 후보 2차면접을 진행했고, 이날 최종적으로 전 감독과 이미선 용인 삼성생명 코치에게 올림픽 본선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면접에는 전 감독-이 코치 조합 외에도 또 다른 여성 지도자 듀오 정선민 전 신한은행 코치-권은정 전 수원대 감독 조가 지원하기도 했다.

KBA는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 선임으로 한국 농구는 역사상 첫 여성 사령탑 탄생을 알렸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성이 여자농구 대표팀 수장을 맡았던 사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 2006년 존스컵과 2009년 동아시아경기대회 정미라 감독, 2005년 동아시아경기대회 박찬숙 감독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선 전무했던 일로 이번 전 감독이 최초다.

이로써 전주원 감독은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한국인 여성 감독이 됐다. 지금까지 동·하계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한국 대표팀에 여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적은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러 머리(캐나다) 감독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이끈 적은 있다. 또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박세리 감독이 이끈 여자골프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냈지만 골프는 단체 구기종목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선일여고 출신 전주원 감독은 실업 현대산업개발, 프로 신한은행에서 가드로 활약하다 2011년 은퇴했다.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시드니 대회에선 올림픽 사상 대표팀 최초의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전주원(왼쪽) 우리은행 코치가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WKBL 제공]
전주원(왼쪽) 감독은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한국인 여성 감독이 됐다. [사진=WKBL 제공]

지도자로서도 꾸준히 달려왔다. 신한은행 코치로 입문해 2012년부터 10년째 우리은행 코치로 재직 중이다. 특히 2017~2018시즌까지 위성우 감독을 도와 우리은행의 여자프로농구(WKBL) 6연패를 도왔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도 함께했다. 전문가들은 현역 시절 올림픽 무대를 밟은 여성 지도자가 팀을 맡는 게 경험 전수 및 공감대 형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팀은 지난해 2월 세르비아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을 통과,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 만에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종예선까지 팀을 이끈 이문규 전 감독은 최종예선에서 주전을 혹사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은 물론 선수단과 수평적인 소통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협회에서 재계약을 포기했다.

전주원 신임 감독은 연합뉴스를 통해 “막 준비하고 있다가 올림픽 감독이 된 게 아니고 (최종예선과 면접 이후) 시간도 좀 지나서 그런지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큰 임무를 맡았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 앞선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 감독은 동·하계 올림픽 사상 최초 단체 구기종목 한국인 여성 사령탑이라는 말에 “그만큼 부담을 더 가져야 할 것”이라며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를 열심히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아직 WKBL 리그가 한창인 데다 올림픽 개최여부도 불확실한 만큼 대표팀 소집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전 감독은 “지금은 ‘몇 강이다’ 목표를 얘기하기보다 선수들이 가진 실력을 최대로 발휘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전드 여성심판으로 통하는 홍은아(오른쪽) 이화여대 교수가 KFA 사상 첫 여성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축구협회, 첫 여성 부회장 선임 배경은?

같은 날 KFA에선 정몽규 회장이 제54대 회장으로 취임, 3번째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그를 보좌할 부회장 6명 면면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건 홍은아 이화여대 교수가 첫 여자 부회장으로 취임한다는 점. 여성이 KFA 부회장직에 오른 건 처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국제심판으로 활동했던 홍 교수는 여자축구와 심판관련 행정을 책임진다.

2003년 한국인 최연소 국제심판이 된 홍 교수는 2010년 잉글랜드축구협회 여자 FA컵에서 비(非) 영국인 최초로 주심을 맡았고, 같은 해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개막전 주심으로도 나섰다. 한국인 중 가장 먼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개막전 심판 타이틀을 차지했다. 영국 러프버러대학에서 스포츠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2년 피치를 떠난 뒤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로 일하는 한편 FIFA 심판 강사로도 활동했다.

정몽규 회장의 이번 임기 비전을 살펴보면 첫 여성 부회장 발탁 배경을 알 수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여자축구 발전 및 저변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여자축구는 최근 FIFA를 비롯해 전 세계 축구계 화두이자 블루오션이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도 여자축구 활성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힘줬다.

또 KFA는 신아영 아나운서,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월드컵 첫 골 주인공 김진희(40) 경기감독관, 박채희(48) 한국체육대 교수 등 축구 관련 여러 분야에서 활약 중인 여성들을 이사로 선임했다.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신아영 신임 이사는 2013년 스포츠채널 ESPN(현 SBS스포츠)에 스포츠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2014년 12월 퇴사 후 프리랜서로 전향해 ‘알뜰라이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신아영(가운데) 아나운서를 신임 이사로 선임한 게 화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특히 신아영 이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매거진 프로그램 ‘EPL 리뷰’를 담당하며 이름을 알렸고, 카카오TV ‘한준희 장지현의 원투펀치’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은 인물.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는 그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기자회견 진행을 맡는 등 축구계 다양한 행사를 함께 했다. 미디어 부문에서 보여준 전문성과 축구에 대한 애정을 고려한 선임이라는 평가다.

KFA는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프로까지 지도자 출신 인사를 모시는 한편 방송 및 경기감독관,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다양성과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진행한 인사 정책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은퇴 후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김병지(51)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도 부회장직에 올라 생활축구 활성화, 축구 저변확대 등 업무를 맡는다. 이밖에 김대은(56) 전북축구협회장, 이용수(62) 세종대 교수가 부회장에 새로 선임됐다. 또 조현재(61), 최영일(55) 부회장이 연임됐다.

부회장단에 뉴페이스가 많아진 반면 분과위원장 5명의 인사는 ‘정책 실행 일관성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김판곤(52) 전력강화위원장, 조긍연(60) 대회위원장, 유대우(69) 윤리위원장, 서창희(58) 공정위원장이 재선임됐고, 이천수(40) 전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이 사회공헌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고자 부회장직을 내려놨다.

행정 감사는 강성덕(56) 충북축구협회장과 이태호(60) 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가 연임한다. 협회 살림을 책임졌던 홍명보 전 전무이사 후임으로는 박경훈(60)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선임된 가운데 전한진(51) 사무총장이 연임한다.

이번 제54대 집행부는 정 회장 포함 이사 29명과 감사 2명으로 구성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나머지 임원 7명은 정 회장이 선임한다. 이날 정관이 개정돼 이번 집행부부터 회장을 제외한 임원 임기가 4년에서 2년으로 줄었다. 2년간 활동을 평가해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정 회장은 “정책 연속성이 필요한 분과위원장을 제외하면 이사진 60% 이상을 새롭게 구성했다. 최초 여성 부회장을 포함해 여성임원을 중용하는 한편 평균연령을 50대 초반으로 젊게 구성해 변화를 이끌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정된 이사들은 상근직(정책 결정자) 아닌 비상근직으로 조언자 역할에 가깝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