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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이상열 감독 이례적 '격노', 왜? [남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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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이상열 감독 이례적 '격노', 왜? [남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04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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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상열(56) 남자배구 의정부 KB손해보험 감독이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분노를 나타냈다. 에이스 노우모리 케이타의 부상이 문제가 아니다. 태도의 문제다.

이 감독은 3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인천 대한항공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실에 들어온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렵게 운을 뗀 그의 첫마디는 “오늘 같이 할 거면 다 배구를 그만둬야 한다”였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선수들의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KOVO 제공]

이상열 감독은 “오늘 이기려고 배구를 한 게 아니다. 그런데 너무 무책임했다. 긴장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처참한 배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팬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라며 “45년 배구인생에서 오늘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득점 1위 외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케이타가 허벅지 근육이 1㎝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2위 KB손해보험 입장에서 선두 대한항공과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큰 전력 손실이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새 외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영입한 뒤 처음 선발로 내세웠으니 경기가 한쪽으로 기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경기를 마친 뒤에는 당혹감까지 느낀 듯 보였다.

KB손해보험은 이날 3세트 동안 단 한 번도 20점을 넘기지 못했다. 공격점유율 54.28%를 책임지는 케이타가 빠지자 갈팡질팡했다. 첫 세트 의욕을 보였지만 2세트부터는 그마저도 결여돼 보였다. 이 감독은 다양한 선수를 활용해 자신감을 강조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무기력한 패배였다.

이상열 감독이 이례적으로 선수들을 질타했다. [사진=KOVO 제공]

팀 리시브효율 최하위(32.06%) KB손해보험은 이날 23.08%로 더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서브가 강한 대한항공이라 하더라도 평소보다 집중력이 부족했다. 케이타 부재와 별개의 일로도 볼 수 있다. 라이트 케이타가 서브 리시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케이타가 없더라도 리시브에선 버티려는 노력이 눈에 보여야 했다.

이상열 감독은 “선수들한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총알이 없으면 몸을 던지는 군인들이 있었던 반면 우리는 뭐하는 건가. 배짱이 부족했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게 맞지만, 선수들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책임감이 없는 건지, 자신감이 없는 건지 내 판단으로선 답이 서질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화를 내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오늘은 화를 낼 경지를 벗어났다. 이런 배구를 보여준 건 정말 무성의한 일이다. 감독으로서 사과 드린다”며 졸전을 벌인 데 팬들과 취재진에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다. 최근 계속해서 하위권에 맴돈 탓에 위닝 멘탈리티가 부족한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자신감을 불어넣는 화법으로 그간 평판에 반전을 일으켰다. 케이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KB손해보험은 ‘봄 배구’라는 목표를 향한 간절함까지 장착, 지금껏 선두경쟁을 벌여왔다.

이상열(왼쪽) 감독이 팀 분위기를 다시 추스를 수 있을까. [사진=KOVO 제공]

이상열 감독은 금연과 금주 그리고 다이어트까지 공약까지 이행하며 시즌에 집중했지만 이날 공든 탑이 무너진 느낌을 받았을 터다.

적장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오늘 경기는 한 명에 의존했던 팀(KB손해보험)이 그 하나가 없어짐으로써 나오게 된 결과”라며 “그동안 우리가 외인 없이 했던 의미가 확실해진 결과이기도 하다”고 총평했다. 이날 KB손해보험 경기력은 외인 없이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던 대한항공, 영건들의 투지로 다음을 기대케 한 대전 삼성화재와 비교하면 형편없었다.

케이타는 최소 일주일 휴식해야 한다. 이후 다시 검사를 진행하겠지만 2~3주가량은 쉬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수원 한국전력(7일)-대전 삼성화재(10일)전까지 버티면 구정이다. 그 이후 투입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케이타가 없는 향후 일정에서 이런 경기력이라면 현재 2위(승점 47)라 하더라도 4위 서울 우리카드(승점 42), 5위 수원 한국전력(승점 39)의 추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감독과 KB손해보험이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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