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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첫' 인터뷰, GS칼텍스가 보여준 진정한 팀워크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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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첫' 인터뷰, GS칼텍스가 보여준 진정한 팀워크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08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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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김유리(30·서울 GS칼텍스) 인터뷰가 화제다. 데뷔 11년 만에 처음 방송사 수훈선수로 선정돼 TV 인터뷰를 가진 그의 이야기는 여자배구 판을 넘어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 뭔지 말해준다.

GS칼텍스는 지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과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1강으로 통하는 흥국생명 완전체를 적지에서 완파하며 ‘흥벤져스’ 유일한 대항마로 불리는 이유를 증명했다.

이소영(18점)-러츠(15점)-강소휘(13점) 삼각편대가 제 몫을 다한 것은 물론 이날은 특히 미들 블로커(센터) 김유리가 공격으로만 9점을 내면서 큰 힘을 보탰다. 64.29% 높은 확률로 속공을 성공시키며 블로킹을 4개나 잡은 문명화와 함께 중앙까지 견고하게 만들었다.

김유리는 경기를 중계한 KBS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MVP를) 못 할 줄 알았는데, 오늘 해서 너무 기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유리(왼쪽 첫 번째)가 수훈선수로 선정돼 중계방송사 인터뷰에 응하자 동료들이 이를 애워싸고 기쁨을 함께했다. [사진=GS칼텍스 제공]

김유리는 이제는 GS칼텍스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지만 앞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0~2011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에서 데뷔한 그는 경쟁에 기인한 알력 다툼, 선배의 괴롭힘에 지쳐 2012~2013시즌 21세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3개월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시 실업팀에 입단하며 코트로 복귀했다.

실업에서 보여준 활약에 힘입어 다시 프로 무대를 밟게 된 그는 화성 IBK기업은행, 수원 현대건설을 거쳐 2017년부터 GS칼텍스에서 뛰고 있다. 누군가의 보상선수 혹은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으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이적이었다.

주전보다 ‘백업’으로 분류될 때가 많았지만 코트안팎에서 분위기를 리드했다. 웜업존 후배들을 이끌고 응원전에 앞장섰고, 코트에 들어설 때면 늘 제 몫을 해냈다.

자유계약선수(FA) 취득을 앞둔 김유리는 이번 시즌 앞서 철저한 관리를 통한 감량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렸지만 코트보다 웜업존에 설 때가 많았다. 블로킹이 좋은 두 살 언니 한수지, 파이팅 넘치는 2년차 신예 권민지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클럽하우스 리더였던 그가 코트 위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데뷔하고 11년이 지났고, 올 시즌까지 프로에서 9시즌을 보낸 김유리지만 방송사가 꼽은 MVP로 선정된 건 처음이었다. 한유미 KBSN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인터뷰 도중 “김유리가 마음고생 한 걸 알아서...”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김유리도 “고참 되니까 더 힘들다고 (한유미) 언니한테 하소연을 했는데, 마음에 좀 걸렸나봐요”라며 이내 눈물지었다.

김유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GS칼텍스가 흥국생명 '완전체'를 완파했다. [스포츠Q(큐) DB]
주전경쟁에서 밀렸지만 동료들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보란 듯이 제 몫을 해냈다. [스포츠Q(큐) DB]

GS칼텍스 후배들은 생애 첫 ‘팡팡’ 인터뷰에 응하게 된 김유리를 둘러싸고 앉아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며 기쁨을 함께했다. 

주장 이소영은 김유리를 인터뷰 장소로 안내했고, 문명화는 자신의 일인 듯 눈물 흘리며 이를 지켜봤다. 차상현 감독은 물론 외국인선수 러츠까지 모두 김유리 주위에 모여앉아 순간을 기념했다. 김유리가 눈물을 보이자 동료들의 “울지 마”라는 따뜻한 위로가 코트에 울려퍼졌다. 카메라에 담긴 이 그림은 현재 많은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며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흥이 많은 GS칼텍스에서도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는 김유리다. 한국배구연맹(KOVO)을 비롯해 구단자체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그 끼와 흥이 팬들 사이에서도 익히 알려졌다. 득점할 때, 또 응원전을 벌일 때도 익살스런 표정으로 동료들을 살피는 그의 리더십은 GS칼텍스를 지탱하는 큰 힘이기도 하다.

늘 밝은 표정만 보여준 그의 뜨거운 눈물은 그가 지난 10년간 겪은 마음고생은 물론 젊은 팀 GS칼텍스에서 고참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센터는 날개공격수나 세터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포지션이다. 또 지난 시즌 주장올 맡았던 김유리라 할지라도 측면 비중이 높은 GS칼텍스에서 공격의 핵심으로 평가받지는 못한다.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하지만 늘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그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GS칼텍스를 여자부 6개 구단 중에서도 가장 분위기가 좋은 팀으로 이끈다는 분석도 따른다.

한유미(왼쪽) 해설위원도 김유리도 눈물을 흘렸다. [사진=KBS '뉴스9' 캡처]

GS칼텍스는 현역 시절 김유리와 마찬가지로 선배들 괴롭힘에 배구를 그만두고 잠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린 경험이 있는 차상현 감독이 부임한 뒤 매 시즌 성적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아쉽게 ‘강제’ 2위로 마친 GS칼텍스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컵 대회 포함 흥국생명과 상대전적 3승 3패 동률을 이룬다는 사실은 그 경쟁력을 방증한다.

경쟁이 당연한 프로의 세계다. 특히 주전이 7명으로 특정되는 배구에서 그 어떤 팀보다 모든 구성원의 가치를 인정하고, 적극 활용하는 팀이 GS칼텍스다. 

최근 흥국생명을 비롯한 몇몇 구단에서 팀원들 간 불화설이 나오는 상황이다. 20명가량의 선수들이 한 공간에서 동고동락하다보면 기쁨과 환희뿐만 아니라 때로는 갈등과 미움의 감정이 빚어지기도 한다. GS칼텍스가 이날 연출한 장면은 팀 스포츠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진정한 팀워크란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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