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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연맹 '밥그릇 싸움'에 표류하는 국가대표, 올림픽예선 코앞인데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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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연맹 '밥그릇 싸움'에 표류하는 국가대표, 올림픽예선 코앞인데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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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현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킴(스킵 김은정)’이 소속팀과 대한컬링경기연맹 지원을 받지 못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가 다음달로 다가온 만큼 근심은 깊어져만 간다.

팀킴은 지난해 말 원 소속팀 경북체육회와 연봉 협상이 결렬되면서 재계약에 실패, 무적 신세가 됐다.

의성여고 출신 4명(김은정·김영미·김선영·김경애)과 경기도 출신 김초희로 구성된 팀킴은 지금껏 경북 의성을 거점으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경북체육회와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속팀 차원 훈련 지원이 끊겼다.

최근 경기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팀킴' 경북체육회의 각오도 남다르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은메달 쾌거 이후 경기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팀킴'이 태극마크를 되찾았음에도 제대로 된 훈련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팀킴은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컬링 사상 첫 메달을 따내면서 큰 감동을 선사했다. 국내에 컬링 열풍을 일으켰지만 그해 11월 김경두 전 연맹 부회장 등 지도단으로부터 부당대우를 받아온 사실을 폭로해 충격을 자아내기도 했다.

갑질 피해 사실을 토로한 기자회견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경찰 조사 등으로 전 지도자 가족 그늘에서 벗어난 팀킴은 홀로서기에 나섰다. 김은정과 김영미의 결혼 등 변화 속에서도 기량을 유지,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소속이 없다고는 하나 국가대표이기 때문에 연맹에서 훈련 등 제반사항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남자컬링 국가대표가 된 경기도컬링경기연맹도 실업팀이 아니기도 하다.

허나 연맹이 최근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파행을 겪고 있는 탓에 국가대표 지원 업무가 마비돼 문제다. 대표팀 승인 절차가 미뤄졌고, 남녀 대표팀 모두 아직까지도 개인 훈련에 의존하고 있다. 팀킴은 3월 스위스, 경기도연맹은 4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나선다.

팀킴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빙상 훈련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 웨이트 등 육상 훈련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식 실업팀 아닌 의정부고 선·후배로 구성된 OB팀으로 정식 지도자가 없는 경기도연맹도 마찬가지. 선발전을 준비할 때는 신동호 경기도청 여자팀 감독과 휠체어컬링 지도자인 임성민 코치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도 그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

대한컬링경기연맹 밥그릇 싸움에 정말 중요한 대회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자 없이 여전히 선수끼리 자율훈련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 출전이 걸린 남자컬링선수권대회가 여자대회보다 한 달 늦은 4월에 개막한다고는 하지만 이대로라면 6위 안에 들어 티켓을 확보하기는 커녕 하위권에 머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낳는다.

연맹은 지도자 공고를 내고 오는 25일까지 지원자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한창 담금질이 한창이어도 모자를 판이지만 정식 채용을 거쳐 제대로 된 훈련에 돌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4일 연맹 신임 회장으로 대한카누연맹 회장 출신 김용빈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선거를 둘러싼 내홍이 불거졌고, 김구회 회장 직무대행이 사임 의사를 전한 상태다. 수장 없이 표류 중인 셈이다.

낙선한 김중로 후보 이의신청으로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게 발단이다. 연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선거 무효’를 선언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선거 무효 취소' 조치했지만, 연맹 선관위는 이에 불복해 컬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컬링 선수·지도자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체육회 명령을 거부한 연맹 선관위에 컬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를 요청했다. 연맹 시도시부(광역) 회장인 대의원 중 의결권을 가진 14명 중 10명가량이 임시 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것.

팀원 모두 성인 대표 타이틀을 얻은 건 처음이다. [사진=경기도컬링경기연맹 제공]<br>
남자컬링 국가대표 역시 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경기도컬링경기연맹 제공]

연맹은 대의원 ⅓ 이상이 총회 소집을 요구하면 15일 안에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체육회 승인으로 임시 총회가 열린다. 비대위는 대의원 총회에서 회장 선거 결과를 심의·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컬링 선수·지도자 100여명이 참여한 비대위는 “선관위 무능과 현 집행부 부도덕함이 컬링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며 “컬링인들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상급 기관인 체육회 명령조차 거부하는 편향적 사무처와 선관위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김구회 대행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내린 뼈아픈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60여개 회원종목단체를 지원하고 지도·감독하는 체육회 시정 지시도 매우 엄중하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이 선거무효를 취소하라는 체육회 결정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나타냈지만 선관위가 선거무효 선언을 취소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 대행은 선관위 선거 무효 결정 이후 후보로 등록하며 냈던 기탁금 5000만 원을 돌려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기탁금은 선거에서 20% 이상 득표한 경우에만 돌려받을 수 있는데, 김 대행은 기탁금 반환 대상이 아니었지만 선거 무효가 공고되자 기탁금을 찾아갔다.

한국컬링이 때 아닌 밥그릇 싸움으로 시끄럽다. 컬링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으며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지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칫 연맹 내 갈등으로 차기 올림픽 대회 티켓을 놓치는 최악의 상황과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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