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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이다영 '학폭' 인정, 이걸로 끝 아니다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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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이다영 '학폭' 인정, 이걸로 끝 아니다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11 0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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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배구 최고스타 이재영, 이다영(이상 25·흥국생명) 쌍둥이를 둘러싼 학폭(학교폭력) 논란이 사실로 밝혀졌다. 둘은 자신들을 향해 제기된 학폭 전력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팬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시즌 중반 불거졌던 흥국생명 불화설 핵심으로 지목된 이다영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이 남아있지만 구단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를 유보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당장 11일 오후 4시 예정된 한국도로공사와 5라운드 원정경기에 둘은 결장한다. 추후 일정 출전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 이례적 상황을 처리하는데 신중한 입장이다. 나아가 도쿄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국가대표팀 운용에도 차질이 예상되니 파장이 상당하다.

이재영(오른쪽)-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구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이재영·다영 자매는 10일 각자의 SNS(인스타그램) 계정에 ‘재학 시절 잘못을 반성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취지의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용서를 구했다. 

이재영은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습니다.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이제라도 저로 인해 고통 받았을 친구들이 받아준다면 직접 뵙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겠습니다”라며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다영도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며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흥국생명 구단도 “둘의 학교폭력 사실과 관련해 팬 여러분께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앞으로 선수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전날 디시인사이드 여자배구 갤러리를 시작으로 네이트판 등 커뮤니티에 이재영·다영과 초등·중학교 배구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고 밝힌 이들이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쌍둥이 자매의 가해 사실을 열거한 뒤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바랐다.

이재영(왼쪽)과 이다영의 자필 사과문. [사진=이재영·다영 인스타그램 캡처]

SNS를 타고 관련 내용은 빠르게 번졌다. 일부 매체에서 이를 다루기도 했다. 이에 쌍둥이 자매와 구단은 피해자들과 접촉해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올 시즌 들어 이다영은 SNS에 “강한 자에게만 굽신거리고 약한 이에게는 포악해지는 일.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고 적힌 메모가 담긴 사진을 게시하며 “본인은 모르지. 당한 사람만 알지. 난 힘들다고 했고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괴롭히는 사람이 잘못 아닌가요...”라고 남긴 바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꾸준히 공개적으로 팀원으로 추정되는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암시했다. 주어 없는 저격성 게시물은 계속해서 논란을 키웠다.

“갑질과 괴롭힘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라고 쓰기도 했는데, 공교롭게 자신이 가해한 피해자들에게는 어불성설과 같은 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팀원들을 향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보여진다.

쌍둥이가 나란히 사과문을 내자 피해자는 “허무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추가했다. “사과문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글 하나로 10년의 세월이 잊혀지고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본인 과거의 일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반성하면서 살아가길 바랍니다”라고 남겼다. 이어 “어떠한 이유로도 학폭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맺었다.

한국배구연맹이 최근 배구계 이슈와 관련해 내놓은 4가지 방안. [사진=KOVO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KOVO는 같은 날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배구계 이슈와 관련해 선수 심리 치료 및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대책을 모색, 실시하고자 한다”며 4가지 실행방안을 내놓았다. △ 선수단 심리 치료 강화 △선수고충처리센터 역할 강화 및 법적 대응 시스템 마련 △연맹 SNS 콘텐츠 내 댓글 기능 제한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등이다. 

최근 흥국생명 특히 쌍둥이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태로 흥행가도를 달리던 배구계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선수 한 명을 잃은 경험이 있는 배구계다. 앞으로 비슷한 일로 다시 한 번 극단적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꺼낸 방책이다. KOVO는 즉각 자체 SNS 게시물 댓글 창을 폐쇄했다.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쌍둥이 자매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흥국생명 구단은 사안을 놓고 자체징계 등 방안을 논의 중이다. KOVO 규정에는 품위 훼손과 관련한 사항이 있기는 하나 데뷔 이전에 있었던 일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KOVO는 구단 내부결정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고비를 넘긴 듯 보이나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분명하다. 꼭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현 배구계를 강타한 불미스런 사태, 이를 촉발시킨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학폭 건과 별개로 쌍둥이가 다시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비단 쌍둥이뿐만 아니라 배구판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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