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0:58 (금)
흥국생명 강타한 때 이른 '꽃샘추위', 배구는 '봄'에도 계속된다 [SQ초점]
상태바
흥국생명 강타한 때 이른 '꽃샘추위', 배구는 '봄'에도 계속된다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16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한 점 한 점 소중하게 생각해."

어쩌면 상처가 더 커지기 전에 곪은 부위를 잘 솎아냈을 지도 모른다. 박미희 감독의 말은 여자배구 '1강'이었지만 최근 3경기 연속 셧아웃 완패를 당한 인천 흥국생명이 현 시점 경기에 나서는 각오를 대변한다.

이재영·다영 쌍둥이의 학폭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결국 팀 전력에서 하차했다. 불화설도 이겨냈던 팀은 결국 4연패를 당했다. 그것도 최근 3경기 동안 1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분위기가 처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시즌을 맥 없이 마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흥국생명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역대 최다득점 차(33점) 패배 불명예 기록도 안았다. 지난 11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직전 경기부터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빠졌다. 앞서 GS칼텍스전 완패를 포함해 4경기 내리 졌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도중 연신 선수들에게 "한 점 한 점 소중하게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지금은 흔들리고 있지만 승점 1만 보태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아직 6경기나 남은 시점에서 벌써 시즌을 접을 수는 없다. 남은 일정을 통해 잘 추스른 뒤 봄에 반격을 노려야 한다.

흥국생명이 3연패에 빠졌다. 선두 자리를 위협받는다.

이날 이재영 대신 김미연이 윙 스파이커(레프트)로 나섰고, 새로 합류한 외국인선수 브루나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선발 출전했다. 주전 세터는 김다솔 몫이었다. 이 스타팅라인업은 남은 시즌 흥국생명이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이 될 확률이 높다. 

경기를 마친 뒤 박미희 감독은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경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선수들이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비상식적인 이야기까지 계속 나오면서 선수들이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 처벌 받아야 하는 이들은 처벌 받는 게 당연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어떻게 하면 경기를 잘 할 수 있는지 집중해야 한다. 한 가지 부탁드리는 건 더 이상 다른 요인으로 인해 경기에 방해가 되고, 다른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힘줬다.

브루나가 데뷔전 포함 5경기에서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최대한 능력치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브루나는 이날도 1점을 따는데 그쳤다. 주포 하나가 빠진 상황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적잖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어야만 포스트시즌에 승산이 생긴다.

박 감독은 "박현주, 이한비는 언제 들어가도 어느정도 해주는 자원들이다. 남은 몇 경기를 통해 브루나를 끌어올려야 한다. 시간도 없었지만,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적응 중이라 본인 스스로도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자리잡힌 상황에서 적응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브루나(왼쪽)의 적응 여부가 흥국생명의 최종성적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박미희 감독은 "구단을 응원하든, 개인을 응원하든 승패와 관계없이 본인이 가진 경기력이 코트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팀원들이 더 이상 경기 외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가장 좋은 훈련은 실전이라는 말이 있다. 5라운드 들어 4전 전패로 부진하고 있지만 앞서 벌어놓은 승점이 많기 때문에 전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은 제법 충분하다. 오는 19일 대전 KGC인삼공사와 5라운드 최종전을 벌인 뒤 전 구단과 한 차례씩 더 만난다.

경기 앞서 박 감독은 "김연경 등 고참들이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 그동안 시즌을 모두 같이 준비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수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되진 않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프로답게 팀 목표를 향해 달려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승점을 확보하면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으니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브루나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봄에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흥국생명 입장에선 유독 가혹하리만큼 일찍 또 냉혹하게 찾아온 느낌이다. 그래도 배구는 계속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