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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조코비치, 전국시대 통일하는 오사카 나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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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조코비치, 전국시대 통일하는 오사카 나오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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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가 1년 만에 메이저 정상을 탈환했다. 특히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8000만 호주달러·696억 원) 남자단식에서 3연패하며 이 대회에서만 9차례 우승하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번에도 '호주오픈=조코비치' 공식이 성립됐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았던 테니스 메이저 여자단식 판도는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통일하는 분위기다. 최근 나선 8개 메이저 대회 중 4번이나 우승하며 현역 중 세레나 윌리엄스(23회)-비너스 윌리엄스(7회) 자매 다음으로 많은 메이저 트로피를 보유하게 됐다.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오픈 3연패를 달성했다. [사진=ATP 공식 홈페이지 캡처]

◆ '호주오픈=조코비치' 어김 없었다

조코비치는 21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2021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4위·러시아)를 세트스코어 3-0(7-5 6-2 6-2) 완파했다. 이 대회 3연패이자 9번째 우승이다. 메이저 통틀어서는 18번째 영광을 안았다. 메이저 최다우승자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이상 20회·2위·스페인)을 추격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시상식에서 "최근 몇 달간 마음이 복잡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기간이었다"고 고백했다.

1년 전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했고, 테니스계도 타격을 입었다. 조코비치 또한 쉽지 않은 2020년을 보냈다. 

지난해 3월부터 ATP 투어가 중단되자 그는 6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등에서 '아드리아 투어'라는 미니 투어를 직접 개최했다. 좋은 취지로 호평받은 반면 대회기간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고,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던 조코비치도 적잖은 비판과 직면해야 했다.

지난해 호주오픈 우승 이후 각종 악재를 겪었던 조코비치가 1년 만에 메이저 트로피를 탈환하며 지난 아픔을 씻어냈다. [사진=ATP 공식 홈페이지 캡처]

6월 윔블던은 코로나19로 취소됐고, 9월 US오픈에선 16강전 도중 신경질적으로 쳐 보낸 공이 선심 목에 맞는 바람에 실격패를 당했다. 10월 프랑스오픈에선 결승까지 갔지만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나달에 완패를 당했다. 해가 바뀐 뒤에도 그는 호주오픈 앞서 '방역수칙을 완화해 달라'는 주장을 했다가 또 한 번 손가락질에 받아야만 했다.

이번 대회도 마냥 순탄치는 않았다. 테일러 프리츠(31위·미국)와 16강전에서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복근 통증 탓에 고전, 3-2로 겨우 승리했다. 조코비치는 4강까지 6경기에서 총 5세트를 뺏겼는데 이는 조코비치가 메이저 결승까지 진출하면서 내준 최다 세트 패배 기록이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역대 최장기간 세계랭킹 1위 기록도 세웠다. 현재(2월 4째주 기준) 총 309주째 1위에 올라 있는 조코비치는 이번 우승으로 페더러가 보유한 310주 1위 기록을 뛰어넘게 됐다. 3월 초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이번 대회 쌓은 포인트로 3월 초까지는 1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1987년생 조코비치가 또 다시 20대 신흥기수의 거센 도전을 뿌리쳤다. 그는 자신보다 아홉살 어린 메드베데프에게 "아마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덕담하면서도 "몇 년 더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는 농담으로 앞으로도 당분간 높은 곳에서 내려올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오사카 나오미가 여자단식 최강자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오사카 나오미 시대가 열렸다

오사카 나오미는 여자 테니스에서 세레나 윌리엄스(40·미국) 뒤를 이을 확실한 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20일 2021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제니퍼 브레이디(24위·미국)를 2-0으로 물리쳤다. 최근 열린 9차례 메이저 가운데 4번이나 우승했다. 특히 지난해 프랑스오픈에는 불참했으니 2018년 US오픈부터 올해 호주오픈까지 메이저 기준 우승 확률이 무려 50%에 달한다. 이 기간 나머지 5개 메이저 챔피언 칭호는 모두 각기 다른 선수에게 돌아갔으니 오사카의 독주가 돋보인다.

세계랭킹 3위로 이번 대회에 나선 그는 22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2위로 점프한다. 현재 1위는 애슐리 바티(25·호주)지만, 바티는 2019년 프랑스오픈 우승이 유일한 메이저 우승 경력이고, 그 외에는 메이저 결승에도 진출한 적이 없다. 21연승을 달리고 있는 오사카는 지난해 AP통신이 전 종목 통틀어 선정한 '올해의 여자선수'로도 뽑혔다. 또 포브스 선정 최다수입 여자선수로도 이름을 올렸으니 현재 여자테니스 최고의 스타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사카는 지금껏 메이저 결승에 4번 올라 모두 승리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1991년 모니카 셀레스 이후 여자부에선 30년 만에 나온 기록이고, 남자부에서는 페더러가 2004년 유일하게 달성한 바 있다. 더불어 오사카는 메이저 8강에 들면 무조건 우승까지 차지했다. 큰 경기에 강한 게 독주 체제를 굳힌 원동력이 됐다.

이날 오사카의 결승 상대였던 브레이디는 "오사카는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좋은 샷을 구사해 득점으로 연결했다"고 치켜세웠다. 오사카는 앞서 16강에서 가르비녜 무구루사(15위·스페인)에 두 차례나 매치포인트를 허용했지만 벼랑 끝에서 살아나오는 등 승부처마다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오사카가 메이저 첫 우승을 달성했던 2018년에는 21살 어린 나이였지만 이제는 경험까지 더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나선 8개 메이저대회에서 4차례나 우승했다. [사진=AP/연합뉴스]

또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무심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때로는 대단한 승부욕을 겉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이번 대회 결승을 앞두고 그는 "우승자 이름은 트로피에 새겨지지만, 2등은 사람들이 기억 못 하지 않느냐"고 했고,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 이기고 싶어진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사카는 여자테니스 간판으로 올라선 만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US오픈 때는 매 경기 미국 내 인종 차별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오는 등 미국 내 정치·사회적 문제에서 약자 편에 적극적으로 섰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오사카가 세레나 윌리엄스 뒤를 이을 재목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인 아버지를 둔 혼혈선수 오사카는 180㎝ 키에 파워까지 갖췄다. 이번 대회 여자선수 중 유일하게 서브에이스 50개를 달성했다. 서브 최고시속도 197㎞로 202㎞를 찍은 윌리엄스 다음이었다.

다만 오사카는 잔디코트와 클레이코트에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적이 없다. 지금껏 하드코트 대회(2019년·2021년 호주오픈, 2018년·2020년 US오픈)만 제패했다.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과 잔디코트 윔블던에선 최고 성적이 3회전(32강)에 불과하다.

오사카는 이와 관련된 질문에 "우선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그 이유로 "클레이코트 대회가 (다음 메이저 중 가장) 먼저 열리기 때문"이라는 말로 우승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나오미 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 하드코트 이외의 대회에서도 진가를 보여주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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