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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실수 없는 우리은행, 달리 '왕조'일까 [여자프로농구(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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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실수 없는 우리은행, 달리 '왕조'일까 [여자프로농구(WKBL)]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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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어느 때보다 스스로를 낮췄지만 여자농구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위성우(50) 감독 지도 하에 리그 2연패를 달성, 13번째 별을 달았다.

우리은행은 21일 부산 BNK센터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 엠(Liiv M) WKBL 정규리그 최종전 원정경기에서 부산 BNK를 55-29로 대파했다. 22승 8패로 마친 우리은행은 청주 KB(21승 8패)가 최종전에서 승리해 승패 동률을 이뤄도 상대전적(4승 2패)에 앞서 1위를 지킨다. 지난 18일 부천 하나원큐와 홈경기에서 버저비터를 내주며 패했지만 이날은 경기 내내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주며 승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외국인선수 없이 진행 중인 시즌. 우리은행에 확실한 센터 자원이 없는 만큼 국내 최장신 박지수(196㎝)를 보유한 KB의 강세가 점쳐졌다. 또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박혜진을 비롯해 김정은, 최은실 등이 시즌 도중 부상으로 이탈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현, 김소니아가 급성장했고 코트를 밟는 모두가 제 몫을 하는 '화수분 농구'로 보란 듯이 정상에 올랐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은 시즌이었다. KB와 초박빙의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플레이오프(PO) 앞서 얻은 자신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은행이 WKBL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사진=WKBL 제공]

2012년 4월 지휘봉을 잡은 위성우 감독은 올해 우리은행 부임 10년차를 맞았다. 올 시즌까지 9시즌을 치르면서 2018~2019시즌을 제외한 나머지 8시즌에서 모두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만년 꼴찌던 우리은행을 맡은 첫 시즌(2012~2013)부터 팀을 화골탈태 시키더니, 자신이 코치로 몸 담았던 신한은행 왕조를 무너뜨리고 우리은행 왕조를 열었다. 이번 시즌 22승을 추가한 위 감독이 보유한 WKBL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은 233승으로 늘었다.

2018~2019시즌 '역대급 센터'로 통하는 박지수가 이끄는 KB에 통합우승을 내줬지만 이후 2시즌 연속 정규리그를 제패하며 다시 NO.1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시즌 앞서 "센터가 없다"는 앓는 소리를 냈지만 결국 신장 열세를 극복하고 KB를 따돌렸다. 지난 시즌 코로나19 여파로 조기종료돼 '우승' 아닌 '1위' 타이틀에 아쉬움이 짙었기에 이번에 따낸 정식 '챔프' 칭호는 더 달게 느껴진다.

혹독한 훈련과 작전타임 때 나오는 불호령은 위성우 감독 그리고 우리카드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졌는데, 올 시즌 위 감독은 예년과 달리 부드러움을 장착했다는 평가다. 지난여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에이스 박혜진을 잡고자 두 차례나 직접 부산을 방문해 '지도방식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일화는 그가 최근 추구하는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올 시즌 도중 박혜진을 시작으로 김정은, 최은실까지 주축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할 때면 대신 나선 자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뽐내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위성우(왼쪽) 감독이 WKBL 최고 명장 입지를 공고히 했다. [사진=WKBL 제공]

눈에 띄는 건 역시 박혜진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룬 박지현과 김소니아의 상승세다.

2018~2019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박지현은 올 시즌 15.4점 10.4리바운드로 지난 시즌(8.4점 5.6리바운드)보다 개인기록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외인이 없는 상황에서 특유의 파워 넘치는 돌파로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김소니아 역시 지난 시즌 8.6점 6.9리바운드 2.5어시스트에서 올 시즌 17.6점 10리바운드 3.4어시스트로 수치를 높였다.

또 2018~2019시즌 0.6점 0.7어시스트 기록한 김진희가 5.2점 5.4어시스트를 생산하며 어시스트 1위로 올라선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은실 역시 지난 시즌 5.6점에서 10.4점으로 득점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수려한 외모로 기존 농구팬 외에 대중들에게도 화제가 된 오승인 역시 장신이 부족한 팀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또 김정은 부상 이탈 이후 돋보였던 홍보람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위성우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시즌 첫 경기에서 박혜진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당황은 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김정은이 시즌 아웃됐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직 PO가 남았지만 이런 부상 부담을 정신력으로 이겨낸 선수들이 대견스럽다"고 강조했다.

김소니아(왼쪽)-박혜진(가운데)-박지현 삼각편대 위력은 대단했다. [사진=WKBL 제공]
위성우 감독은 우승 일등공신으로 33세 베테랑 홍보람(가운데)을 꼽았다. [사진=WKBL 제공]

위성우 감독은 우승 일등공신으로는 홍보람을 꼽았다.

33세 홍보람은 올 시즌 2.7점 2.7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발가락 부상으로 임의탈퇴했다가 2019년 팀에 복귀한 이력이 있는 그. 다른 스타플레이어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에 꼭 필요한 자원임을 입증했다.

위성우 감독은 "거의 은퇴했다가 돌아온 홍보람은 경기에 좀처럼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줬다"면서 "1~2년 차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솔선수범 훈련에 나서는 등 분위기를 잡아준 게 우승에 큰 힘이 됐다"고 힘줬다. 2019년 임영희 현 코치가 현역에서 은퇴한 뒤 팀 내 리더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홍보람의 존재는 위 감독에게 큰 힘이 됐다. 위 감독은 "김소니아, 박혜진, 박지현 공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면서도 "만약 홍보람과 김진희가 빈 곳을 메워주지 않았다면 우승하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잠시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박혜진은 명실상부 에이스 역할을 했다. 19경기에서 17.4점 4.5리바운드 2.6어시스트 1.1블록슛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박혜진은 "PO 제도가 바뀌어서 우승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일 수도 있었다"면서도 "우리 팀이 어린 선수들 위주로 시즌을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위를 한 번도 못 해보고 은퇴한 선수도 많기에 후배들에게 우승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우승하니 힘들었던 것들이 잊혀진다"면서 "올 시즌 다 끝났을 때도 좋은 기억만 남았으면 한다"는 말로 챔피언결정전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27일부터 정규리그 4위 용인 삼성생명과 PO(3전2승제) 일정을 시작하며 2017~2018시즌 이후 3년만의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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