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20:32 (화)
[제주특집 인디레이블탐방] 77. ‘음악 지상낙원’된 제주도 ‘자치도 지원과 훌륭한 뮤지션들’(1부)
상태바
[제주특집 인디레이블탐방] 77. ‘음악 지상낙원’된 제주도 ‘자치도 지원과 훌륭한 뮤지션들’(1부)
  • 박영웅 기자
  • 승인 2021.02.23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영웅의 밴드포커스’와 함께 연재 중인 ‘인디음악 전문 인터뷰’ 인디레이블탐방이 제주 특집을 연재 할 계획입니다. 수년간 인디신 전문 취재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디뮤지션들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다룰 계획입니다. 뮤지션과 함께하는 음악 리뷰와 여러 이야기를 통해 국내 밴드 음악을 편하게 이해하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박영웅 기자] 제주를 대표하는 단어가 있다. 돌, 바람, 여자를 뜻하는 '삼다'(三多) 다. 그래서 제주를 '삼다도'라는 또 다른 별칭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제주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돌, 바람 그리고 록이라는 새로운 말이 유행 중이다. 이는 제주 음악신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제주의 음악신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확장되고 성장하고 있다는 소리일까? 스포츠Q는 제주 록음악 신의 대부로 떠오르고 있는 블랙신드롬 리더 김재만과 제주에서 밴드 활동을 하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와비킹을 직접 만나 제주인디레이블 탐방 특집 편 첫 번째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프리즘홀 제공]
[사진=프리즘홀 제공]

 

◆ 우리가 몰랐던 제주의 로큰롤과 뮤지션들

현재 제주에서 활동 중인 밴드와 솔로 뮤지션들은 대략 50여 팀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팀은 20여 팀 정도다. 제주에서는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라는 표현으로 뮤지션을 구분 짓는데 여기서 싱어송라이터는 어쿠스틱 팀이나 듀오, 솔로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제주라는 섬에 저렇게 많은 뮤지션이 활동한다는 것이 놀랍고 저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고 음악가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그런데 관광도시 제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각종 페스티벌과 행사가 많은 지역인 만큼 수익 면에서는 육지의 잘나가는 인디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좋다고 한다. 또한 제주 지역방송은 제주 출신 뮤지션들을 활용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 안에서 자신의 음악을 알릴 기회도 많다.

이렇게 제주는 음악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스템이 완성된 만큼 이곳에서 활동하려는 뮤지션들은 지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도라고 하면 단순히 섬 지역이라고만 생각해 뮤지션들이 활동하면 얼마나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전체적으로는 50여 팀이 활동 중이고 음반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팀도 밴드 7팀, 싱어송라이터 13팀이나 됩니다. 이중 저(와비킹)를 비롯해 사우스카니발(12년 활동), 젠얼론, 바나나문, 묘한(10년 정도 활동), 어쩌다밴드, 디아일랜드, 시크릿코드 같은 팀들은 나름 육지에도 팬들이 있을 만큼 제주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됐어요. 이렇게 많은 뮤지션이 활동하는 이유는 지역 축제가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주 뮤지션들은 지역축제에서 충분한 돈을 벌 수 있고 스스로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됐죠. 뮤지션들이 활동하는 데 있어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거기에 제주도민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과 후 강사나 음악학원을 직접 차려 운영하는 뮤지션들도 늘고 있습니다.(와비킹)

[사진=프리즘홀 제공]
[사진=프리즘홀 제공]

 

◆ '지원과 지역적 특성' 제주에는 '제주의 음악'이 발전 하고 있다

와비킹과 김재만은 제주 음악이 발전하고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며 제주 음악만이 가진 특성이 무엇인지도 설명했다. 이들은 제주도의 전략적 지원과 지역적 특성이 맞물려 음악의 발전과 색깔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는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입니다. 이 때문에 제주도청은 제주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제주의 자연과 먹 거리, 문화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전략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주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에서 돈을 많이 풀고 지원해주다 보니. 제주만의 특색 있는 팀이나 음악들이 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록 음악을 하는 밴드들의 경우 '록'이라는 장르로는 육지나 이곳이나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곡속에 역사적인 주제나 제주방언 등을 활용해 제주도만의 색을 살리려고 합니다. 좋은 예로 제주 해녀나 자연 풍경, 특이한 제주 방언 가사를 활용하는 팀들이 생각 외로 많다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와비킹)

"저는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제주 음악신과 관계를 맺게 된 사람으로서 좀 더 객관적으로 현 상황을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제주가 관광뿐만 아니라 문화 도시로 가려는 노력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면서 어떤 것은 육지보다 더 좋은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고 음악 하기 너무 좋은 상황이 만들어 진 것 같아요. 실제 음악 스튜디오만 제주시에 열 군데가 넘는 거로 알고 있고 연습실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죠. 거기에 육지에서 활동했던 유명 뮤지션들이 만든 스튜디오도 많은데 이런 걸 고려 하면 녹음을 바로 자기 집 옆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뮤지션으로선 너무 좋은 상황인 거죠."(김재만)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제주 사람들은 확실히 편견이 없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음악과 그 밖의 문화에서만큼은 생각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열려있는 분들입니다. 어떤 복장을 하든 어떤 스타일 음악을 하든 일단 모두 받아들이고 듣고 즐길 준비가 된 분들입니다. 실제 제주는 날씨도 좋아서 4계절 버스킹이 정말 많은데 많은 숫자의 제주 분들이 항상 이런 무대를 찾아주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놀란 부분이 많습니다."(김재만)

와비킹 공연 모습 [사진=프리즘홀 제공]
[사진=프리즘홀 제공]

 

◆ 블랙신드롬 김재만 제주와 육지 뮤지션 간 협력관계의 좋은 롤모델

이처럼 제주의 로큰롤, 넓게는 제주의 음악이 자신들만의 스타일대로 발전해가고 있다. 하지만 음악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큰 발전을 위해 제주 뮤지션들은 뛰어난 노하우와 기술을 가진 육지 뮤지션들과의 협력, 공생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일찌감치 이런 현실을 알게 된 김재만은 수년째 제주 뮤지션들과 인연을 맺어오며 제주 음악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신비의 섬' 제주에 대한 관심은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전 어린 시절부터 제주라는 섬을 동경했고 뮤지션이 된 이후에는 제주에서 음악 활동을 한번 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제주 뮤지션들과 인연을 맺었고 여러 팀의 음악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서 결국 이번에 와비킹의 앨범을 작업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주는 인프라가 너무 잘돼 있고 홍대 수준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당연히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겠죠. 그래서 저는 솔직히 제주뮤지션들의 음악이 홍대의 주류 음악보다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 어떤 부분은 앞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아직은 기술적인 부분 같은 여러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것은 노하우의 문제이고 음악 방향성 측면에서의 문제들로 볼 수 있는데 이 문제들만 보완해 나간다면 제주는 홍대 못지않은 대단한 음악신을 갖게 될 겁니다. 얼마나 음악가로서의 도전을 자극하는 일입니까? 그래서 제가 제주 음악신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재만이 몸담고 있는 블랙신드롬 [사진=프리즘홀 제공]
김재만이 몸담고 있는 블랙신드롬 [사진=프리즘홀 제공]

 

그렇다면 김재만이 제주에서 제주의 뮤지션들과 최종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답변도 부탁했다.

"제주도도 현재 홍대신과 다름없이 강한 메탈이나 하드록을 하는 밴드들의 활동이 약해요. 그래서 밴드 중심 음악인들과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이 때문에 와비킹과 처음으로 협업을 하게 됐고 이번에 앨범을 내게 됐죠.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음악이 나왔습니다. 제주라는 밥상이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제주에서 같은 회도 더 비싸게 먹는다. 제주라는 밥상에 어떤 걸 올려도 고급화된다는 소리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주 프리미엄이 분명히 있어요. 그러면서도 하얀 도화지 같은 곳이라 강렬한 록 음악이나 특이한 장르의 음악을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합니다. 충분히 뮤지션들의 역량이나 제주특별자치도의 고마운 지원이 계속되는 한 제 꿈도 이뤄지리라 생각됩니다. 제주 음악 발전에 제가 가진 노하우를 쏟아 부어 조금이라도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제2의 프리즘홀도 제주에 만들고 싶고요."

"실제로 바나나문 같은 밴드와도 믹싱하면서 느낀 건데 이들 뮤지션과 서울에 있는 뮤지션들이 협력한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덧붙여 홍대를 기반으로 한 뮤지션의 입장에서 음악인들에 대한 확실한 지원이나 방향성을 생각하면 원희룡 도지사를 보고 부러운 점도 많고 고맙기도 합니다."

[사진=프리즘홀 제공]
[사진=프리즘홀 제공]

 

◆ 제주 음악신이 나아가야 할 길

마지막으로 김재만과 와비킹은 제주 음악신이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성까지 제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좀 더 유연해지길 바랍니다. 음악 스타일 외에도 제주를 넘어 다른 곳에서도 음악을 해볼 수 있다는 외연 확장의 교류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해요. 그래야만 더 발전하는 음악이 나올 수 있고 제주 음악신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들을 왜 제주에서만 하려고 합니까. 밖으로도 나가보면 많은 팬이 생길 겁니다. 한 예로 젠얼론 같은 팀은 서울과 활발 교류를 통해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주가 의외로 장르적으로 오리지널에 가까운 음악들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최신 스타일의 육지 음악들과 교류를 하면서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성 높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기 바랍니다."(김재만)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생각 외로 제주에는 공연이나 행사가 많다 보니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에만 너무 몰려있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음악적 발전이 더뎌 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육지로 도전하고 육지 뮤지션들과 잦은 교류를 할 수 있는 팀들이 많이 늘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실제 제주로 많은 육지 뮤지션들이 내려와 음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거나 함께 음악을 하고 싶어 하세요. 대부 역할을 해주는 재만 형님 외에도 H2O 준원이 형님, 장필순 강산에 등 너무 많아요. 이런 흐름에 맞춰 제주 뮤지션들도 당당하게 도전해 봅시다. 그리고 로큰롤로 신나는 제주를 만들어 봅시다"(와비킹)

◆ 김재만, 와비킹 소개

[사진=프리즘홀 제공]
[사진=프리즘홀 제공]

 

- 김재만

지난 1987년 결성된 전설의 메탈밴드 블랙신드롬 리더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블랙신드롬은 대한민국 록밴드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팀으로 이 공로를 인정받아 김재만은 지난 201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현재는 홍대에서 공연장 프리즘홀을 운영하고 있고 여전히 후배 뮤지션들을 위해 활발한 작곡 및 편곡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제주 뮤지션들과 여러 협업을 진행하면서 제주 밴드 음악계 대부로 불리고 있다.

[사진=프리즘홀 제공]
[사진=프리즘홀 제공]

 

- 와비킹

제주 토박이 뮤지션으로 고1 때부터 제주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그는 제주 음악계를 대표하는 페스티벌 중 하나인 널개(마을지명)이펙트 페스티벌 위원장이자 '와비킹'이라는 이름의 1인 밴드로 활동 중이다. 제주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정신적 지주이자 큰형님으로 불린다.

*2부에서는 와비킹의 새앨범과 음악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