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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하 은퇴-박진우 코로나 확진, 바람 잘 날 없는 남자배구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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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하 은퇴-박진우 코로나 확진, 바람 잘 날 없는 남자배구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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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가 학폭(학교폭력) 스캔들로 시끄럽다. 송명근(28)-심경섭(30·이상 안산 OK금융그룹)에 이어 학폭 의혹이 제기됐던 박상하(35·대전 삼성화재)가 결국 잘못을 시인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여러모로 어수선한 가운데 박진우(31·의정부 KB손해보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남자배구 일정도 중단된다.

박상하는 22일 구단을 통해 "학폭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학창시절 폭력을 범했다. 중학교 재학 시절 친구를 때렸고, 고교 재학 시절 숙소에서 후배를 때렸다"고 고백했다. "상처를 받은 분들께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에 책임지고 은퇴하겠다. 앞으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를 감금한 뒤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19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게시된 동창생 납치 및 감금, 14시간 집단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향후 법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주장했다.

삼성화재 구단도 "피해자와 가족, 팬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박상하는 학창시절 두 차례 학폭 가해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오늘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해 이를 수용했다"며 "향후 선수선발 단계부터 학폭 및 불법행위 이력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겠다. 아울러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학폭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화재 박상하가 결국 학폭 전력을 인정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KOVO 제공]

지난 19일 박상하는 자신이 학폭 가해자라는 글이 올라오자 이를 부인했다. 글쓴이는 1999년 제천중학교에 다니던 때 박상하와 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과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박상하는 결국 논란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악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2008~2009시즌 프로배구에 데뷔한 박상하는 V리그 남자부 역대 블로킹 득점 6위(712개)에 올라있는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등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래 활약한 인물이지만 불명예스럽게 선수생활을 마치게 됐다.

지도자로 코트에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학폭 가해자로 판명된 선수는 지도자 자격을 획득할 때도 결격사유가 생긴다. 지도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중징계 경력은 제한사항이 된다"고 밝혔다.

박상하 자신과 소속팀 삼성화재는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로 볼 수 있는 '은퇴' 결정을 내렸다. 이는 타 구단의 학폭 선수 징계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재영-이다영(이상 인천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는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국가대표를 관장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 역시 같은 처벌을 내렸다.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심경섭은 올 시즌 잔여일정에 출전하지 않는다. 지난 2009년 국가대표팀에서 박철우(수원 한국전력)를 폭행한 사실로 징계를 받은 바 있는 이상열 의정부 KB손해보험 감독도 박철우 작심발언 이후 논란이 재점화되자 일단 이번 시즌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재영(오른쪽)-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구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이재영(오른쪽)-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진=스포츠Q(큐) DB]

이상 세 케이스는 한시적 징계에 그칠 수 있어 팬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폭력 사실이 드러났지만 다시 배구계로 돌아올 여지를 남겨뒀다는 측면에서 비판과 직면했다.

프로배구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6일 배구계 학폭 관련 예방 및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학폭 전력이 있는 선수의 신인 드래프트 선발 참가를 전면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또 징계규정을 정비해 '학교폭력 연루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경우의 징계 사유를 연맹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10조를 참조해 신설하고, 프로입문 이전에 발생한 사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배구협회와 공동으로 조치할 수 있게 협조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상하가 KOVO 징계를 받은 건 아니지만 KOVO가 앞서 징계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다른 폭행 혐의 연루 선수와 지도자가 짧은 시간 안에 복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전망이 따른다.

2012년 3월 KOVO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현역 선수 11명을 영구제명했다. 자진신고한 선수 1명은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은퇴한 4명은 배구 관련 모든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했다. 배구가 추락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제 살을 도려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처를 딛고 서서히 인기를 회복한 프로배구가 다시 한 번 시련을 맞았다.

KB손해보험 박진우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V리그 남자부가 잠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KOVO 제공]

한편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는 2주 동안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KB손해보험 센터 박진우가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박진우는 22일 오전 고열로 선별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케이타(KB손해보험)와 브루나(흥국생명)가 각각 입국 과정서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온 바 있지만 국내선수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KB손해보험 선수들은 물론 21일 KB손해보험과 경기했던 OK금융그룹 선수단 및 현장을 방문한 구성원 모두 격리 및 코로나19 검진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KOVO 코로나19 관련 매뉴얼에 따르면 23일부터 2주간 일정이 중단, 6라운드 및 포스트시즌 스케줄이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진 결과와 역학조사 내용에 따라 재개 시점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없는 여자배구는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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