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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김영광 '20년째 신인이에요'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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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김영광 '20년째 신인이에요' [SQ인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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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김영광(38)이 올 시즌에도 성남FC 주전 골키퍼로 나섰다. 개막전부터 숱한 선방으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건져냈다. 궂은 날씨였지만 홈구장을 찾은 팬들은 전반 20분이 되자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에게 1분간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

성남은 1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2021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1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0-0으로 비겼다.

상대 공격수 진성욱이 퇴장 당하기 전까진 오히려 주도권을 내주고 위협적인 순간을 여러차례 맞기도 했다. 그때마다 김영광이 번뜩였고,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경기 MOM(man of the match)으로 선정된 김영광은 경기를 마친 뒤 데뷔 20주년 소감을 전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영광. 2021시즌 개막전부터 선방쇼를 펼치며 MOM으로 선정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영광은 "팬 분들이 첫 경기부터 함께해줘 기뻤다. 지난해에는 썰렁한 가운데 홈경기 같지 않고 꼭 연습경기 같았는데, 오늘은 몸 풀러 갈 때부터 인사도 건네주시고 하니 너무 반갑고 힘이 났다"며 "꼭 승리하고자 열심히 했는데, 운이 좀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평소 팬의 소중함을 잘 알고 행동으로 실천하기로 유명한 그답다.

전반 많은 비로 피치와 공이 전반적으로 미끄러운 가운데서도 정우재, 이창민의 중거리슛을 잡아냈다. 특히 후반 17분에는 이동률과 일대일 상황에 놓였지만 빠르게 각을 좁혀 막아낸 뒤 빠른 후속동작으로 이창민의 슛도 저지했다.

김영광은 "이동률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인이다보니 빠르게 다가가 압박해서 당황하게 만들려고 했다"며 "아마 노련한 선수였다면 내 키를 넘기는 슛을 시도했을 수도 있지만, 어린 선수다보니 과감하게 접근했다"고 돌아봤다.

전반 20분에는 선수로서 감동적인 순간도 맞았다. 2002년 광양제철고를 졸업하자마자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그는 올해로 프로에 입문한 지 20년이 됐다. 전반 20분이 되자 전광판에 김영광 데뷔 20주년을 축하하는 화면이 띄워졌고, 팬들은 1분간 박수로 이를 기념했다. 사전에 김영광에게 언질이 없었던 일로 깜짝 이벤트였던 셈이다.

김영광은 "가슴이 뜨거웠다. 추워서 벌벌 떨고 있다가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올 시즌 등번호 41을 달고 있다. 신인 때 달았던 번호다. 그때 느낌도 나고, 내가 벌써 20년이나 뛰었나 싶어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감회가 새롭다"며 뭉클한 감정을 표현했다.

지난해 김영광이 통산 5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했을 때 상대팀도 나란히 도열해 축하를 보내는 장면은 2020시즌을 대표하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영광은 현재까지 519경기에 나서 K리그 최다출전 4위에 올라있다. 1위는 김병지(706경기), 2위는 이동국(548경기), 3위는 최은성(532경기)인데, 모두 은퇴했다. 올 시즌에도 주전으로 낙점 받은 김영광이 앞으로 30경기를 더 소화하면 이동국도 따돌리고 2위까지 점프할 수 있다.

김영광은 K리그의 살아있는 역사 중 한 명이다. 전남을 거쳐 울산 현대에서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힘을 보탰다. 국가대표로도 제법 족적을 남겼다.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넘버 원 골키퍼로 활약했다. 2006 독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도 경험하는 등 A매치 통산 17경기에 출전했다.

울산을 떠나 경남FC를 거쳐 K리그2(2부) 신생팀 서울 이랜드FC에서도 5시즌 몸 담았다. 팀이 최하위에 머문 2018시즌 그는 베스트11 골키퍼에 들었으니 그 선방능력과 리더십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성남에서 김남일 감독, 정경호 코치와 의기투합했다. 김영광은 2019시즌을 마치고 이랜드와 결별한 뒤 3주간 테스트를 감내하고 연봉을 백지 위임하는 등 백의종군 자세를 보인 끝에 어렵게 성남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레귤러 활약하며 23경기에서 33실점을 기록, 1부 잔류에 일조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올 시즌 앞서 계약기간을 1년 연장했다.

김영광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지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어느덧 20년을 달려왔다"며 "가장 중요한 건 체중 유지인 것 같다. 신인 때와 같다. 나이를 먹으니 몸무게 조절이 쉽지 않다. 시즌 때 먹는 것 조절하는 게 참 힘들다. 그런 걸 감수하면서 하다보니까 오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연습생 신분으로 다시 시작한 김영광이 2년째 성남 골문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롱런 비결을 자체 분석했지만 스스로도 이렇게 오래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홍시후(2001년생) 나이 때 입단했다. 프로 벽이 너무 높았다. 고등학교 때는 난다 긴다 했는데, 프로에 와보니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1년 동안 엔트리에도 못 들고 제대로 못 뛰어 밤낮 없이 운동만 했다. 새벽-오전-오후-저녁 하루 네 차례 쉬지 않고 운동하며 기회를 노렸다"며 "그 기회를 잡는 순간, 그 기회가 너무 소중하니까 지키려고 노력했다.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했다"고 처음 주전으로 올라섰던 때를 떠올렸다.

2002년 전남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는 첫 시즌 한 경기도 골키퍼장갑을 끼지 못했다. 2003년 11경기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입지를 다졌다. 더불어 올림픽 대표팀 활약에 힘입어 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성장했다.

그의 올해 목표 역시 간결하고 명확하다. "0점대 실점률이 목표다. 수비 선수들에게 '우리가 든든하게 잘 지켜주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 잘 다독여서 실점을 덜 하려고 늘 준비하고 있다"고 힘줬다. 공격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성남이다. 수비에서 더 버텨줘야만 원하는 결과에 다가설 수 있다.

김남일 성남 감독 역시 무한 신뢰를 보냈다. "(김)영광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출전할 때마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늘 표현하진 않지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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