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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의 '스포츠 가치를 말하다'] 학교폭력 논란, 체육계 쇄신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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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의 '스포츠 가치를 말하다'] 학교폭력 논란, 체육계 쇄신할 기회다
  • 구자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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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구자영 칼럼니스트] 학교폭력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배구 이재영-이다영 쌍둥이로 시작된 파문이 송명근, 박상하 등으로 번지더니 이젠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까지로 확산됐다. 체육계의 폭력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한국 스포츠는 1960년대부터 정책적으로 육성되기 시작했다. 세계 속에 KOREA를 알리고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방법으로 최적이었다. 1980년대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맞물려 야구(1982), 축구(1983) 등 프로스포츠도 출범했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 개최 등 연이은 메가이벤트 개최는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1990년대 들어 프로농구가 닻을 올렸고 2000년대 한일 월드컵 성공 개최와 배구 프로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스포츠는 빠르게 발전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 독려 속에 지도자와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러나 이면에는 너무 아프고 어두운 과거가 있다. 아니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지도자의 폭력, 선배의 구타, 약물 복용 등이 성적 향상이란 목적 달성 수단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묵인돼 왔다. 연장자에게 맞고,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검은손을 잡는 게 공공연해질 만큼 국내 스포츠계는 피폐해졌다.

선수들을 위한 복지 혜택 또는 선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는 국내 스포츠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화려한 단상 위에서의 환호와 웃음 뒤에 슬픈 스토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첨단과학 시대다. 삶이 몰라볼 정도로 윤택해지는 가운데 스포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학적, 체계적인 훈련으로 기록이 단축되고 있다. 한데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일부에선 여전히 선수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인권을 외면한 채, 오직 국가와 팀만을 위한 기계로 전락시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때다. 

쇼트트랙 심석희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여자 컬링대표팀 팀킴이 속했던 경북체육회의 수당·훈련비 갈취, 트라이애슬론 고(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그리고 최근 불거진 학폭 사태에 이르기까지 스포츠계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요즘이다. 지도자, 선수, 협회·연맹 등 기관, 심지어 학부모마저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했던 낡은 문화를 뜯어고칠 때다. 

[그래픽=연합뉴스]

 

거센 풍랑에 휩싸인 한국 스포츠가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스포츠인권위원회 같은 기구를 출범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는 게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근본적인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 스포츠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폭력이다. 여태껏 뿌리 뽑지 못한 건 의지 부족이라 할 수밖에 없다. 체육학계도 수십 년간 깊은 연구를 외면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체육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떨치고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구자영(연세대학교) 
- 스포츠Q(큐) 칼럼니스트
- 스포츠문화연구소 운영위원
- 성균관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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