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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한일전 성사, 여론 왜 차갑나 [축구국가대표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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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한일전 성사, 여론 왜 차갑나 [축구국가대표 일정]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3.1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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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떤 빅매치보다도 흥미를 자아내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 한일전이 드디어 열린다. 친선 A매치로는 2011년 이후 무려 10년만. 그럼에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한일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갖기로 일본축구협회와 합의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한일전은 과거부터 흥행 보증수표였다. 그런데 왜 이번엔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오는 걸까.

한국과 일본 남자 축구대표팀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친선경기를 갖는다. 사진은 2010년 원정에서 골을 넣고 산책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박지성. [사진=연합뉴스]

 

36년간 일본 통치를 겪은 한국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역사를 지닌 브라질-포르투갈 등도 맞대결 땐 단순한 축구 이상의 이슈 몰이를 하곤 한다.

A대표팀 역대 전적은 79전 42승 23무 14패. 최근 10경기를 돌아보면 4승 4무 2패.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파 위주로 경기를 치르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제외하고 전력으로 맞붙은 걸 기준으로 보면 10년 전 대결이 마지막인데 당시엔 한국이 삿포로에서 0-3 참패를 당했다. 직전 경기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도 공식 기록으로는 연장 끝에 2-2로 비긴 것으로 돼 있지만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최근 승리는 1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5월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경기. 당시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이 경기에서 한국은 박지성과 박주영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한다. ‘산책 세리머니’로 홈 관중들을 침묵에 빠뜨린 것도 바로 이 경기.

이밖에도 올림픽 대표팀이 맞붙은 2012년 런던 올림픽 3,4위전 승리,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차 예선 도쿄 대첩 등 한일전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가뜩이나 A매치를 볼 수 없었던 상황에서 한일전 성사는 축구 팬들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어냈던 한국.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한진 축구협회 사무총장은 “6월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경기와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의 경기력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향후 월드컵 예선 등을 고려할 때 귀중한 A매치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반응은 왜 싸늘하기만 한 걸까. 전 사무총장의 우려처럼 코로나19 속에 답이 있다. 축구대표팀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을 갖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친선전을 치렀으나 만족할 수 없었고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일정을 잡아 멕시코, 카타르와 차례로 격돌했다.

그러나 문제가 터졌다. 원정길에 철저한 방역 지침을 지켰음에도 일부 선수와 스태프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낸 것. 황희찬(라이프치히) 등은 이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가대표 축구한일전을 중지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번 한일전은 일본의 제안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형식이라고 한다. 지금 이 시국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일본 요코하마까지 끌려가 축구시합을 해야 하는 건지 축구협회가 제정신인 건지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일본은 코로나 대처 미숙으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중이며, 요코하마는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마 일본은 한국과의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도 문제가 없다는 대회 홍보를 하려는 모양인데 왜 우리 선수들이 이용당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일본에선 여전히 한국보다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에 한일전을 취소하고 이를 추진한 축구협회장과 이하 간부들을 해임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닛칸스포츠는 11일 “미얀마와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전이 무산돼 일본축구협회가 먼저 접촉을 시도한 게 맞다”며 “대한축구협회가 수락하며 뜻밖의 형태로 라이벌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해외 관중은 유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어떻게든 1년 미뤄진 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내 코로나19 안전도와 방역 수준 등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한일전은 이러한 흐름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이 일본에 이용당한다는 관점도 완전히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전적으로 이용당한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지난해 당초 유럽원정을 성사시켰던 이유로 대표팀의 호흡 문제 말고 협회의 재정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지적됐다. 코로나19로 인해 A매치가 성사되지 않았고 수입이 급감했다는 것. 이번 한일전 성사도 이 같은 목적에 바탕을 둔 상호 합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 차례 홍역을 겪었던 터라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오스트리아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스포츠 팬들이 아니어도 관심을 가질만한 한일전이 코로나19 이슈 속에 냉담한 여론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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