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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해인·김예림 낭보, 동계올림픽 피겨 티켓 4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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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해인·김예림 낭보, 동계올림픽 피겨 티켓 4장이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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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차준환(20·고려대)과 이해인(16·세화여고), 김예림(18·수리고)이 호성적을 내며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최대 4장 확보했다.

차준환은 27일(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에서 열린 202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2.90점, 예술점수(PCS) 82.94점, 감점 1점을 받아 154.84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91.15점을 더해 총점 245.99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한국 남자선수로는 최초로 톱10에 들었다. 1991년 정성일이 기록한 14위 성적을 30년 만에 경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싱글 출전권을 우선 1장 확보했고, 최대 2장까지도 거머쥘 수 있다. 이미 여자싱글에서 따낸 2장까지 더하면 4명까지도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왼쪽부터 이해인, 차준환, 김예림. [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ISU는 세계선수권 성적을 토대로 나라별로 올림픽 티켓을 부여한다. 한 국가에서 한 명이 출전했을 때 2위 안에 들면 3장, 3~10위 내 안착하면 올림픽 티켓 2장을 준다. 이 규정대로면 차준환의 활약으로 한국은 올림픽 티켓 2장을 갖는다.

단 지난 2018년 6월 ISU 규정이 개정됐기 때문에 2장을 온전히 거머쥐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룰 400 A. 4-b에 따르면 올림픽 쿼터 2~3장을 획득한 국가에서 선수 2~3명이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지 못했을 경우 그 차이만큼의 출전권은 다른 대회에서 획득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남자싱글에 차준환 1명만 출전했고, 프리스케이팅도 1명만 뛰었기 때문에 나머지 1장은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추가로 획득할 수 있을 전망이다. ISU는 관련된 사항을 숙고해 4월 중 통보한다.

차준환은 평소 첫 번째 연기 과제로 쿼드러플(4회전) 플립을 뛰지만, 이번에는 3바퀴만 도는 트리플 플립을 연기했다.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는 게 순위 싸움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에선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아 수행점수(GOE) 1.44점이 깎였다. 이어지는 연기에서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클린' 처리한 뒤 플라잉 카멜스핀과 스텝 시퀀스를 모두 레벨 4로 연기하며 실수를 만회했다.

이후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수행하다 넘어져 수행점수(GOE) 4점을 잃었고, 곧바로 이어진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도 착지가 불안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실수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친 덕에 톱10 입성에 성공했다.

차준환이 한국 남자피겨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톱10에 들었다. 홀로 한국에 올림픽 출전권을 최대 2장 안기는 성과를 냈다. [사진=AP/연합뉴스]

소속사 브라보앤뉴에 따르면 차준환은 "너무 오랜만에 개최된 대회라 쇼트 때부터 많이 긴장돼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구성을 다소 변경했는데, 실수가 나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톱10에 들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지난달 중순부터 허리 통증과 다리 근육 파열 때문에 진통제로 버텨왔다. 귀국 후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올림픽 준비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여자싱글 이해인(193.44점)과 김예림(191.78점)도 각각 10위, 11위를 차지해 올림픽 티켓 2장을 따냈다.

특히 이해인은 김연아(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3년), 박소연(2014년), 최다빈(2017년), 임은수(신현고·2019년)에 이어 한국 여자선수로는 통산 5번째이자 최연소 '톱10'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이해인은 한국 피겨 대표 유망주다. 지난 2018년 주니어그랑프리 데뷔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선수 최연소 주니어그랑프리 입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9년엔 ISU 주니어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우승했는데, 이는 김연아 이후 14년 만이었다.

이번 대회 여자싱글에 출전한 선수 37명 중 가장 어렸다. 이번 대회 전까지 ISU 시니어 무대를 밟아본 경험조차 없는데, 시니어 데뷔전부터 세계 10위에 오르며 자신의 잠재력을 뽐냈다. 피겨 '트로이카'로 통하는 유영(수리고), 김예림, 임은수 등 언니들보다도 먼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인은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37명 중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연기로 10위를 차지했다. [사진=AP/연합뉴스]

트리플 악셀(3바퀴 반) 등 고난도 점프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해인을 지도한 바 있는 이호정 SBS 피겨 해설위원은 “시니어 첫 시즌 센세이션을 일으킨 유영 못잖게 기대할 수 있는 게 바로 이해인"이라며 "멘탈이 강하기 때문에 엄청 강력한 무기가 될 거다. 잘 하는 선수들일수록 큰 대회에서 중압감이 커져간다. 생각이 많아져 실수로 이어지곤 한다. 이 아이의 강점은 꾸준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시니어로 올라오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외 대회가 모두 중단되면서 실전감각이 떨어졌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장점인 체력이 떨어졌다. 키가 자라면서 겪는 신체 균형 문제와도 싸워야 했다.

이해인은 지난달 열린 세계선수권 파견선수 선발전에서 김예림, 윤아선(광동중)에 이은 3위에 그쳤다. 세계선수권 티켓은 1~2위에게만 주어지는데, 만 15세가 되지 않은 윤아선이 나이 제한에 걸려 이해인이 대신 참가할 수 있었다.  

이해인은 소속사 올댓스포츠를 통해 "첫 시니어 대회라 긴장됐지만,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어 뜻 깊었다"며 "세계선수권 10위 안에 들어 기쁘다"며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낙담하지 않겠다. 부족함을 확인한 만큼 더 열심히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때문에 훈련장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한국 남녀 피겨 간판들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고 총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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