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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고공비행, 외인 의존 않는 '원팀' [남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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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고공비행, 외인 의존 않는 '원팀' [남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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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배구 인천 대한항공이 구단 첫 통합우승을 향한 초석을 잘 다졌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대한항공은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서울 우리카드와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9-25 25-22 25-17 25-22) 역전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정규리그 종료 1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73(25승 10패)을 수확, 2위 우리카드(승점 64·22승 13패)와 승점 차를 9로 벌렸다. 2010~2011, 2016~2017, 2018~2019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은 2시즌 만에 구단 역대 4번째로 정규리그 정상에 섰다. 프로배구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부임 첫 해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구단 사상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했지만 정규리그는 3위에 그쳤고, 2018~2019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졌다.

대한항공은 2라운드 마지막 경기부터 5연승을 달리며 선두로 올라섰다. 꾸준히 선두를 지키더니 6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4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며 1위를 굳혔다. 우리카드가 8연승으로 맹추격했지만, 대한항공이 우리카드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대한항공이 2년 만에 정규리그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았다. [사진=KOVO 제공]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가 끝나고 산틸리 감독은 "외국인선수를 많이 활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 힘으로 1위를 지킨 것 자체가 큰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부터 함께한 비예나가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다 10경기에서 159점만 올리고 팀을 떠났다. 새로 영입한 요스바니도 사실상 5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전력에 힘을 보탰으니 2.5라운드가량 외인 전력 없이 치르고도 우승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비예나가 빠진 뒤 그리고 요스바니가 합류하기 전 국내 선수들의 힘으로 연전연승을 달렸다. 정규리그 강력한 최우수선수상(MVP) 후보로 꼽히는 정지석과 살림꾼 곽승석이 버티는 윙 스파이커(레프트) 라인에 유망주 꼬리표를 뗀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 활약으로 외인 공백을 극복했다. 이후 요스바니 날개까지 단 대한항공은 더 강해졌다.

이번 시즌 남자부에서 외인 득점 비율이 가장 낮은 팀이 대한항공이다.

2019~2020시즌 득점 1위(786점), 공격성공률 1위(56.36%)에 오른 비예나와 재계약했지만 스페인 대표팀에서 뛰느라 팀 합류가 늦어졌고, 무릎 부상까지 당해 부진했다. 비예나가 12월 팀을 떠났고, 대체 외인으로 영입한 요스바니는 1월 하순에 합류했다. 비예나가 10경기에서 159점을 내는데 그쳤고, 요스바니는 12경기에서 236점을 올렸다.

이날까지 대한항공이 치른 35경기에서 외인 득점 합은 395점이다. 올 시즌 득점 1위 케이타(의정부 KB손해보험)가 홀로 올린 1102점의 36%에 불과하다.

남자배구판 첫 외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어느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원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KOVO 제공]

외인 전력을 풀 시즌 활용하지 못했음에도 대한항공 화력은 타 구단을 압도했다. 29일까지 팀 공격성공률 52.38%로 2위, 오픈공격 성공률은 46.29%로 1위다.

국가대표팀 핵심 레프트 '석석듀오' 활약은 변함 없었다. 정지석은 토종 공격수 중 가장 많은 622점(전체 6위)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55.16%로 전체 1위다. 이밖에 서브 2위, 수비 4위, 디그 6위 등 공수 전 부문 상위권에 들어있다. MVP를 차지했던 2018~2019시즌 득점 9위였는데, 팀이 위기에 몰리자 더 좋은 공격력을 보여준 셈이다.

곽승석은 이번 시즌에도 디그 1위, 수비 2위, 리시브 5위에 오르는 등 살림꾼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공격에서도 득점 13위(366점)에 오르는 등 수준급 화력도 과시했다.

임동혁의 성장이 외인 공백을 지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동혁은 높은 공격성공률(51.15%)로 480점을 생산했다. 앞서 3시즌 동안 주로 조커로 출전해 총 111점을 냈던 임동혁은 단박에 '국가대표급' 라이트로 우뚝 섰다. 

노련한 세터 한선수는 외인에 의존하지 않는 팀 컬러를 완성시켰다. 진상헌(안산 OK금융그룹)의 FA 이적 뒤 미들 블로커(센터)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따랐지만 조재영-진지위를 중심으로 진상헌, 이수황까지 모두 제 몫을 했다.

특히 산틸리 감독은 국내 톱 세터 한선수라 할지라도 흔들린다 싶을 때는 과감하게 유광우로 교체했다. 전역한 황승빈에게도 수시로 기회를 주며 특정 선수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우승으로 사상 첫 통합우승을 향한 디딤돌을 놨다. [사진=연합뉴스]

산틸리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 방식을 이해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선수들은 기존 훈련에 익숙한 상태고, 나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외국인이다 보니 모두에게 힘든 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4라운드 중반까지 외인 없이 경기를 치렀다. 그때 위기를 잘 넘겼다. 우리 대한항공만의 센스를 보여줬다고 자부한다"며 "리베로 오은렬, 라이트 임동혁, 센터 조재영 등 그동안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성장한 게 가장 기쁘다. 이번 시즌 시작 전 내 가장 큰 목표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었다. 그 목표를 이뤄서 기쁘다"고 밝혔다.

MVP가 유력한 정지석은 "통합우승 숙원부터 풀어야 한다"고 했다. "사실 내가 기록에 집착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 상은 내가 받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라고 운을 뗀 뒤 "2018~2019시즌 상을 기대했고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그런데 챔피언결정전 결과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열린 2018~2019시즌 시상식에서 정지석은 "다음 시즌에 꼭 통합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예고했지만, 2019~2020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조기종료됐다. 대한항공은 우리카드에 승점 2 뒤진 '강제' 2위로 마쳤다.

정지석은 "대한항공이 한 번도 통합우승을 하지 못했다. 숙원을 풀 기회가 왔다"며 "우리 팀이 한 단계 더 올라선 느낌이다. 정규리그는 잊고,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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