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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손현종 '비상', 대한항공은 한 명에 좌우되지 않는다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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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손현종 '비상', 대한항공은 한 명에 좌우되지 않는다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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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남자배구 인천 대한항공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챔피언결정전을 최종전으로 끌고갔다.

대한항공은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4차전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3 25-19 25-19) 완승했다. 전적 2승 2패 동률을 만든 그들은 이제 안방에서 열리는 마지막 5차전에서 창단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경기 앞서 변수가 발생했다. 우리카드 주포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알렉스가 경기 전 복통 및 설사로 컨디션 난조에 빠져 경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게 됐다. 팀 공격 40% 이상 처리하는 알렉스 부재는 우리카드 공격력 약화로 이어졌다.

반면 대한항공은 챔프전 들어 난조에 빠진 곽승석 대신 외국인선수 요스바니를 윙 스파이커(레프트)로 돌리고, 차세대 토종 라이트 임동혁(22)을 선발로 세웠다. 또 부상 당한 진상헌 대신 부진했던 이수황이 아닌 레프트 손현종(29)을 미들 블로커(센터)로 세우는 변칙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선발 출전한 임동혁이 산틸리 감독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선발 출전한 임동혁(왼쪽)이 산틸리 감독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임동혁은 1세트부터 날았다. 팀에서 가장 많은 6점(공격성공률 62.5%)을 기록했다. 7-6에서 서브에이스로 흐름을 가져왔다. 2세트에도 8점(공격성공률 63.34%)을 쌓는 등 이날 양 팀 통틀어 정지석과 함께 가장 많은 18점(공격성공률 57.69%)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최종전 수훈선수로 선정된 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자 '건재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그가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을 챔프전에서도 이어간 셈. 손현종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1세트 블로킹 하나를 따냈고, 2세트를 서브에이스로 열었다. 낯선 자리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임동혁은 "오늘 선발 투입된다고 들었을 때 처음에는 떨렸는데, 몸을 풀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점점 실전 체질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크다. 항상 더 큰 경기를 바라보며 열심히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5차전에서도 선발이든 교체든 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1세트 막바지 알렉스를 투입해 몸 상태를 점검했지만 경기에 온전히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주도권을 쥔 대한항공은 좌우 날개를 적극 활용해 경기를 압도했다. 경기가 잘 풀리자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부상에서 복귀한 센터 한상길을 투입해 컨디션을 점검하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손현종(오른쪽 첫 번째)도 낯선 포지션 센터 자리에서 제 몫을 했다.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일정 절반가량을 외인 없이 치르면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들어 집중력이 흔들리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날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카드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했다는 면에서 5차전 홈경기 앞서 큰 자신감을 얻은 셈이기도 하다.

산틸리 감독은 지난 5라운드 케이타가 부상으로 빠진 의정부 KB손해보험과 맞대결에서 압도적 승리를 따낸 뒤 "오늘 경기는 한 명에 의존했던 팀(KB손해보험)이 그 하나가 없어짐으로써 나오게 된 결과”라며 “그동안 우리가 외인 없이 했던 의미가 확실해진 결과이기도 하다”는 말로 팀 컬러에 자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산틸리 감독은 "항상 말했지만 임동혁은 재능있고, 높이도 충분한 선수다. 큰 경기에서 뛸 자격이 충분하다"며 "선수를 자료에만 의존해 평가하면 안 된다. 임동혁은 강한 심장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주장 한선수도 기자회견장 취재진 앞에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산틸리 감독은 이어 "손현종은 좋아하는 선수다. 블로킹 능력이 있고, 서브도 좋다. 지난 2주 동안 센터로 훈련했다. 그의 블로킹 스킬을 믿기 때문에 투입을 결정했다. 센터로서 경험은 2주였을 뿐인데, 자신의 임무를 굉장히 잘 해냈다"며 "감독이란 어떤 결정을 할 때 두려워하기보다, 결정을 내리면 밀어붙여야 하는 자리다. 우리 선수 모두를 믿었다. 누가 코트에 들어가더라도 믿음이 있다. 임동혁이든 손현종이든 마찬가지"라고 힘줬다.

산틸리 감독은 선수단 전원에 대한 굳은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정지석은 "비예나가 빠졌을 때도 (임)동혁이가 난세에 나타난 영웅처럼 잘해줬는데, 오늘도 위기에서 구해줘 선배로서 대견하다"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이어 "오늘 리시브 라인이 바뀐 만큼 밖에서 보는 사람들도 '저게 될까' 싶었을 텐데, 증명하고 싶었다. 한 선수에 의해 흔들리는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곽승석이 부진하고, 진지위에 이어 진상헌마저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준비된 대체자가 존재했다. 어느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배구로 정규리그 정상에 선 대한항공의 상승동력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산틸리 감독은 "11개월 동안 같이 달려왔고, 이제 한 경기에 모든 게 갈린다. 스포츠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 한 경기 이 순간을 위해 훈련에 임해왔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지내왔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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