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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 받은 최원준, 두산 '뉴 에이스' 품격 셋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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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 받은 최원준, 두산 '뉴 에이스' 품격 셋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23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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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내가 잘 버티면 훌륭한 토종 선발들도 올라와 줄 것이다.”

유희관도 이영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잠수함 최원준(27)이 토종 에이스로서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최원준은 자세를 낮추며 동료들의 반등을 위한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을 나타냈다.

최원준은 23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100구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 시즌 2승 째를 거뒀다.

두산 베어스 최원준이 23일 NC 다이노스전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2018년 입단 후 서서히 존재감을 알려나갔다. 2019년 불펜으로 활약한 그는 작년 선발로 변신해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활약은 더욱 빛난다. 앞선 3경기에서 패배 없이 1승 평균자책점(ERA) 1.76으로 김태형 감독의 마음에 짐을 덜어줬다.

두산 선발 마운드를 생각하면 그의 활약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새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는 빠르게 적응하며 지난해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 듀오 못지않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토종 선발. 유희관과 이영하가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최원준은 달랐다. 3회까지 10타자만 상대한 최원준에게 4회 위기가 찾아왔다. 노진혁과 애런 알테어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며 2사 1,2루 몰린 것. 그러나 이번에도 박석민을 상대로 거침 없었다. 1구 볼을 던지고도 3구 연속 속구를 찔러넣으며 박석민을 다시 한 번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소 제구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5회 이원재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던 그는 6회 볼넷과 또 한 번의 사(死)구 기록했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최원준은 박준영과 전민수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00구를 채우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감탄스러운 호투에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최원준은 커리어 첫 7이닝 무실점 투구를 기록하며 ERA를 1.21까지 낮췄다.

 

김태형 감독도 “최원준이 7이닝 무실점 최고 피칭을 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원준은 “기립박수가 처음이었는데 좋았다. 다음 경기에서도 더 열심히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책임감도 생겼다”고 기뻐했다.

생애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최원준은 ERA를 1.76에서 1.21까지 낮췄다. 규정이닝까지 채우며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1.00)에 이어 이 부문 2위까지 올라섰다.

시즌 초반이기에 크게 신경을 안 쓴다는 최원준이지만 팀이나 팬들로선 고무될 수밖에 없는 성적과 내용이다.

단순히 결과만으로 이런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다방면에서 에이스의 자격을 완벽히 증명하고 있는 최원준이다.

이날 경기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좋았다. 최원준은 100구 중 속구를 78개나 던졌다. 슬라이더(12구)와 체인지업(9구), 커브(1구) 비중이 평소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었다.

“(장)승현이와 준비해 들어갔고 중간중간 얘기했다. 초반엔 변화구를 많이 섞으려고 했는데 NC 타자들의 배트가 속구에 잘 안나오고 공에 힘도 있어 빠른공 위주로 던지자고 했다”며 “경기 전 분석하면서 상대 타자들의 약점 등을 얘기했다. 좋은 공을 써야 통할 확률이 높은데 승현이와 대화를 통해 결정했고 그래서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최원준은 "좋은 공을 써야 통할 확률이 높은데 승현이와 대화를 통해 결정했고 그래서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책임감도 넘친다. 이날 시즌 첫 7이닝 경기를 한 그는 “첫 등판(4⅓이닝)부터 이닝을 많이 소화 못했다”며 “불펜이 좋기는 하지만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불펜 투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희관과 이영하의 부진 속 토종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데 “아직 초반이다. 다른 선발 투수가 안 좋아 버텨줘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국내 선발 2명이 나보다 커리어도 좋고 충분히 좋은 투수들이다. 내가 잘 버티면 훌륭한 토종 선발들도 올라와 줄 것”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선발 풀타임 첫 시즌. 그의 말처럼 너무 많은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지난 시즌에도 막판으로 갈수록 힘에 부쳤다. 그러나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다. 

최원준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며 러닝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시즌 중반에는 힘이 떨어질 것 같은데 미리 운동을 많이 해두고 있다. 여름이 되면 운동량을 줄이고 스피드 쪽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얘기해줬고 그렇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심하지 않았고 결과에 고무되지도 않았다. 겸손함에 책임감까지 크게 느끼며 동료들을 배려했다. 완벽한 투구와 전략, 계획성까지. 왜 최원준이 두산 차세대 에이스감인지 확연히 나타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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