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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의 희망' 안산 아스나위, '아세안쿼터' 성공시대 열까 [K리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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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의 희망' 안산 아스나위, '아세안쿼터' 성공시대 열까 [K리그2]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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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인도네시아 출신 아스나위(22·안산 그리너스)가 K리그(프로축구) 연착륙을 꿈꾸고 있다. 한국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며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아세안쿼터'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안산은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2(2부) 8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35분 터진 심재민의 결승골로 대전 하나시티즌을 1-0으로 눌렀다. 4연승을 달리던 선두 대전(승점 15)을 잡고, 2연승에 성공하며 3위(승점 14)로 도약했다.

2019년 안산에서 데뷔한 심재민이 K리그2 데뷔골을 터뜨린 것만큼이나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아스나위였다. 공수를 가리지 않고 측면을 흔든 아스나위는 결국 결승골을 도우며 이날 경기 주인공이 됐다.

아스나위는 K리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쿼터' 1호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 입성한 최초의 인니 선수다. 동남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4번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각급 연령별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에 힘입어 안산 유니폼을 입었다. 2019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은메달을 획득하고, 인도네시아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는 등 인니 축구 미래로 통한다.

K리그 첫 '아세안쿼터' 인도네시아 출신 측면 자원 아스나위가 K리그 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스나위는 K리그2 데뷔 4경기 만에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4-2-3-1 전형의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그는 대전 왼쪽 측면을 물고 늘어졌다. 후반 들어 풀백으로 자리를 바꾼 그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에 이은 날카로운 돌파와 크로스로 골문을 위협하더니, 결국 빠른 발을 활용해 심재민의 득점을 돕는 성과를 냈다.

지난겨울 영입한 아스나위를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동안 인니보다 전반적인 축구 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베트남에서 건너온 쯔엉(강원FC)과 콩푸엉(인천 유나이티드) 등도 K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압박 강도 높고, 거친 데다 활동량을 강조하는 K리그에서 체구가 왜소한 편인 동남아 선수들이 살아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고, K리그의 글로벌 상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한 아세안쿼터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던 게 사실이다. 

설상가상 아스나위는 입국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바람에 자가격리 기간을 두 차례나 가졌고,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시즌 초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린 그는 지난달 28일 양평FC와 대한축구협회(FA)컵 2라운드(64강) 경기를 통해 한국 무대 첫 공식전에 나섰다. 이어 지난 3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K리그에 데뷔한 이래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프로필상 키 172㎝ 체중 72㎏로 체구가 작다는 약점을 속도와 활동량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길식 안산 그리너스 감독은 아스나위에게 점점 더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니 현지에서 아스나위의 K리그 입성에 관심이 뜨거운 나머지 마케팅 측면에서도 좋은 영입으로 평가받는다. 

인니 유명 스포츠방송국 TSB가 이번 시즌 안산 전 경기 중계권과 K리그1·2 일부 경기 중계권을 구매했다. 5000여 명에 불과했던 안산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아스나위와 계약한 후 4만 명을 넘어섰다. 당연히 아스나위를 다룬 K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댓글창은 아스나위를 응원하는 인니 팬들로 가득하다. 개인 팔로워 20만 명을 거느린 인니 축구 최고스타를 영입한 효과다.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 변방에 속하는 루마니아 리그에서 현역 시절을 보낸 김길식 안산 감독이 타지에서 분투 중인 아스나위의 든든한 조력자로 나선 점 역시 고무적이다. K리그2에서도 '언더독'으로 통하는 안산에 경쟁 체제를 구축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도자다.

K리그에서 뛴 동남아 선수 중 '성공'이라고 할만한 사례는 1985년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FC서울 전신)에서 득점왕(12골)과 도움왕(6도움)을 동시에 차지한 태국 축구 전설 피아퐁 푸에온뿐이다. 아스나위가 피아퐁 뒤를 이을 수 있을까. 그를 향한 냉랭했던 시선에도 차차 따스함이 깃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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