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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설린저, 안양에 단테존스가 재림했나 [프로농구 4강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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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설린저, 안양에 단테존스가 재림했나 [프로농구 4강 PO]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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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제러드 설린저(29·미국)가 품격있는 플레이로 한국프로농구(KBL)를 강타하고 있다. 과거 KBL을 휘어잡았던 단테 존스(은퇴)가 다른 이름을 달고 안양 팬들 곁으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6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86-80으로 이겼다.

원정에서 치른 1, 2차전에 이어 안방에서 펼쳐진 3차전까지 잡은 KGC는 2016~2017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기세가 엄청나다. PO 들어서만 6전 전승이다. 이제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챔프전 첫 경기는 5월 3일 전주 KCC-인천 전자랜드 4강 맞대결 승자와 벌인다. KGC는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낸 덕에 일주일 충분한 휴식 뒤 챔프전에 나서게 된다. 그 중심에 단연 '설교수' 설린저가 있다.

'설교수' 설린저가 KGC인삼공사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사진=KBL 제공]

설린저가 이날도 40점 15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38분 56초 코트를 누비면서 팀 전체 득점 절반가량을 홀로 책임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설린저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기분이 정말 좋다.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지만, 최선의 결과를 낸 것 같다"며 "한국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설린저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NBA 정규리그 269경기를 소화했다. 오하이오 주립대 시절 1옵션으로 뛰며 팀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4강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2012년 보스턴 셀틱스에 1라운드 21순위로 지명된 뒤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평균 10점 이상 올리며 주전 파워포워드로 활약했다.

지난달 KGC에 합류한 뒤 빠르게 적응했다. 정규리그 10경기 평균 26.3점 11.7리바운드 1.9어시스트를 올리며 6라운드 MVP를 거머쥐더니 '봄 농구'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2년 동안 프로 무대를 떠나 있던 선수가 맞나 싶다.

연일 농구 본토 출신 실력을 발휘한 덕에 '설교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감탄을 자아내는 군더더기 없는 실력으로 '도사'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농구지수(BQ, Basketball quotient)'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과거 프로축구(K리그) 박주영(FC서울)이 AS모나코(프랑스) 시절 '박선생'으로 불렸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프로야구(KBO리그)의 '서교수' 서건창(키움 히어로즈)이 떠오르기도 하는 닉네임이다.

KGC가 결승에서 상대할 수 있는 전자랜드에는 25일 프로농구 역대 PO 한 경기 최다득점(48점)을 올린 NBA 출신 조나단 모트리, KCC에는 한국 국적으로 귀화해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인 라건아가 버티고 있다. 이쯤 되니 설린저가 모트리 혹은 라건아와 벌일 맞대결에도 기대가 증폭된다.

설린저 활약은 16년 전 안양을 연고로 하는 SBS에서 맹활약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단테 존스를 연상시킨다. [사진=KBL 제공]

설린저는 "라건아는 체격과 힘이 좋은 선수다. 기회가 있을 때 오픈 슛을 잘 넣는다. 모트리는 숀 롱(현대모비스)과 비슷한 타입인데 신장(203㎝)이 크고, 운동능력도 좋다. 볼 핸들링에 더 장점이 있는 선수"라며 "두 선수 모두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라건아와 모트리 둘 다 좋은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올라오든 재밌는 매치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올 시즌 정규리그 외국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롱을 압도했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롱이지만 이번 PO에선 설린저 활약에 묻혔다. 

키 206㎝ 설린저는 다른 KBL 빅맨들보다 야투 성공률은 낮은 편이지만 내외곽포를 모두 장착했다는 강점이 있다. 3점 효율이 좋고, 수비를 읽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활약은 16년 전 하위권에 처쳐 있던 안양 SBS(KGC 전신)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신드롬을 일으킨 단테 존스를 연상케 한다. 존스는 2004~2005시즌 후반기 SBS의 15연승을 이끌고 팀을 PO에 올렸다. 뿐만 아니라 팬서비스, 쇼맨십까지 장착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SBS가 KT&G에 팀을 매각한 2005~2006시즌 포함 2년 더 안양을 안방으로 삼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같은 안양을 연고로 하는 팀에 대체 외국인선수로 입단한 데다 NCAA 활약을 바탕으로 NBA를 경험한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승기 KGC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농구 IQ는 단테보다 나은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설린저는 아직까지 프로에서 우승을 맛본 적이 없다. 그는 "2년 동안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지만,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우승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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