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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김광현, 징크스 없이 견고함 장착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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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김광현, 징크스 없이 견고함 장착 [MLB]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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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불펜 난조 탓에 승리는 놓쳤지만 무패행진은 이어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입성 2년차를 맞은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는 없다는 듯 한층 견고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김광현은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안타 7개를 내줬지만 사사구 없이 삼진 4개를 잡았다. 평균자책점(ERA·방어율)은 4.15에서 3.29로 좋아졌다.

승수를 올릴 수도 있었다. 김광현은 0-1로 뒤진 5회말 2사 1, 2루 타격 때 대타 맷 카펜터로 교체됐다. 카펜터가 필라델피아 에이스 에런 놀라를 공략해 우중월 쓰리런 홈런을 날렸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불펜진이 7회 3-3 동점을 허용, 승리가 날아갔다. 세인트루이스는 연장 10회 들어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김광현이 불펜 난조로 승리를 놓쳤지만 빅리그 입성 후 무패행진을 이었다. [사진=AP/연합뉴스]

이날은 김광현의 MLB 통산 10번째 선발 등판 일정이었다. 지난해 7월 데뷔전에서 클로저로 나와 세이브를 따낸 뒤 7경기 내리 선발로 나섰다. 2020시즌 3승 1세이브 ERA 1.62를 남겼다. 올해는 이날까지 3번 모두 선발로 나서 1승을 기록 중이다. 이날은 카펜터 홈런 덕에 첫 패배 위기에서 탈출했다.

아울러 김광현은 한미 개인 통산 1500탈삼진 달성까지 4개만 남겨뒀다. KBO리그(프로야구)에서 1456개, MLB에 와서 40개를 더했다.

이날 김광현은 공 84개를 뿌렸다. 주무기 슬라이더(37개)를 중심으로 직구(34개)를 곁들였다. 구속을 시속 111㎞까지 낮춘 커브 7개도 효과적이었다. 체인지업도 6개 섞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5㎞였다.

사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이 눈에 띄었다. 스트라이크가 51개에 불과할 정도로 볼이 많았다.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MLB 공식 사이트 MLB닷컴은 "견고한 투구를 했다"고 평가했다.

1회 안타 2개를 맞았고, 2회에는 빅리그 입성 후 첫 도루를 허용했다. 3회에는 앤드류 맥커친의 타구가 유격수 글러브 맞고 좌익수 앞으로 향하는 불운을 겪은 뒤 1실점했다. 4회에는 빗맞은 안타를 2개나 줬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실점을 막았다. 견제구로 아웃카운트를 늘리고 후속 타선을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5회에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여러차례 위기를 모면했다. [사진=AP/연합뉴스]

올 시즌 사사구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는데, 실행에 옮기고 있다. 13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하나의 볼넷만 허용했다. 지난 18일 필라델피아전에서 1회 디디 그레고리우스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12이닝 연속 볼넷이 없다.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은 0.66개로 MLB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난 시즌(2.8개·39이닝 볼넷 12개)보다 좋아졌다. KBO리그 시절(3.47개·1673이닝 볼넷 646개)과 비교하면 변화폭은 더 크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김광현보다 이 수치가 낮은 이는 코빈 번스(0개·29⅓이닝 볼넷 0개)와 잭 에플린(0.55개·32⅔이닝 볼넷 2개), 워커 뷸러(0.57개·31⅓이닝 볼넷 2개) 등 3명뿐이다.

이날도 타자 5명을 상대로 볼 3개를 던져 볼넷 위기에 놓였지만, 쉽사리 출루를 허용하진 않았다. 3볼 이후 안타 2개를 내줬고, 3명은 범타 처리했다.

삼진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2020년 9이닝당 삼진 5.54개(39이닝 삼진 24개)를 잡았는데, 올해는 10.54개(13⅔이닝 삼진 16개)씩 만들고 있다. 삼진/볼넷 비율도 당연히 2020년 2.00에서 2021년 16.00으로 8배나 올랐다.

단 또 다른 목표 '이닝당 투구 수 줄이기'에선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공 15.72개로 1이닝을 소화한 반면 올해는 17.34개로 늘었다. 아직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효율적인 투구가 과제로 떠오른다.

MLB 입성 2년차 김광현의 야구를 대하는 시야가 더 넓어진 듯하다. [사진=MLB 프레스박스 화상 인터뷰 영상 캡처/연합뉴스]

경기 뒤 김광현은 "지난 경기(24일 신시내티 레즈전)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며 "볼이 많았는데 위기 상황을 잘 넘겨 1실점으로 막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필라델피아와 첫 대결(18일, 3이닝 5피안타 3실점)에서 부진해 타자별로 어떤 공에 강했는지 연구했다. 생각처럼 제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최소 실점으로 막았다"며 "타자들이 내게 적응하는 것보다 내가 타자들에게 (먼저) 적응하는 것 같다. 타자가 어떤 공을 노리는지, 어떤 공에 강한지 알게 되면서 더 발전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불리한 카운트에선 타자가 좋아하는 위치로 공을 던져 파울을 많이 만들고자 한다. 파울을 유도하다 보면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볼넷이 덜 나오는 것 같다"며 볼넷을 줄이게 된 배경을 스스로 분석했다.

김광현은 타자로서도 각오를 다졌다. "(첫 타석 때) 번트 사인이 (볼 포함) 4번 연속 났다. 번트 훈련할 때는 야수 없이 동작만 연습하지만 실전에선 3루수와 1루수가 전진해 압박하다보니 주눅이 들었다"며 "다음에는 야수 위치에도 신경 쓰지 않고 번트를 댈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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