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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불가리스 사태'에 눈물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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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불가리스 사태'에 눈물 사퇴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5.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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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홍원식(71)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에 관한 논란에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온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 성장만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3년 회사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파문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홍원식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회장은 눈물을 흘리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홍 회장 장남 홍진석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은 물론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도 전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밝혔다.

홍 회장은 마지막으로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의 사과와 사퇴는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가 일어난 지 3주(21일) 만이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이에 대해 "인체 대상 연구가 아니라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홍원식 회장이 눈물로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회장이 눈물로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 사이에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 다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남양유업 생산 40%가량을 담당하는 세종공장은 세종시로부터 2개월 영업정지 처분도 받았다.

1950년생 홍원식 회장은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 장남으로, 1977년 남양유업에서 이사로 시작해 부사장을 거쳐 1990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03년 회장 취임 뒤 '맛있는 우유 GT',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등 히트 상품을 내놨지만 이번에 불가리스 파문까지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홍 회장이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9.52% 오른 36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다음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과문 전문.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4 남양유업 회장 홍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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